“우크라이나는 70여 년 전 대한민국 재건사업 정부·기업 협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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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전쟁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국제적 연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내세운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한국은 전후 재건의 주도적 역할을 확보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 년 전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국이 유엔군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6·25전쟁의 상흔을 극복한 역사를 거론했다.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는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양국 정상은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나가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안보 지원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성공적인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에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안전, 식량 안보 등 10개 항목을 담은 ‘평화공식’과 정상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주요 개도국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 연대에 동참하도록 한국이 촉진자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지원한 방탄복, 헬멧 등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를 올해 더 큰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도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약 1억 달러에 이어 올해 1억 5000만 달러 지원을 효과적으로 이행해나가기로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한 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뢰 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뢰 탐지기·제거기의 수요가 절박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재건 지원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재정 당국이 이미 배정해둔 1억 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도 확대된다. 작년 키이우에 개소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무소를 중심으로 재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도 병행된다.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신설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유·평화·번영 가꾸는 동반자 될 것”
윤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이 이뤄졌듯 ‘드니프로강의 기적’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전후 회복과 번영의 역사가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 밝혔다. 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재정적·기술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 윤 대통령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감사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준 피해 규모를 상상할 수 없다”며 “안전과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도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에 애도의 뜻도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우리 정부에 총 200억 달러 규모, 5000여 개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우리 기업이 개별적으로 따낸 재건 사업 규모도 총 32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민간이 확보한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 사업 규모는 총 520억 달러, 한화로 66조 4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파일럿 사업부터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 주택, 병원 등 긴급시설 복구를 위해 실시하는 모듈러 건축 시범사업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활용해 착수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키이우, 우만 등은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수립에 들어간다. 민간 주도 재건사업은 프로젝트별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을 구성해 지원이 이뤄진다. ODA, EDCF 등을 활용한 금융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전쟁의 상처 치료 받는 아동전문병원 방문
이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우크라이나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을 방문했다.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은 전쟁 중 중상을 입은 어린이들과 어려운 형편의 모자 간호를 위해 1894년 설립된 아동전문병원이다. 이곳에서 매년 최대 2만여 명의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약 1만 건의 수술이 시행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특히 민간 거주지에 많은 지뢰를 매설했다. 유치원 운동장, 어린이 놀이터도 그 대상에 포함돼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2만 5000명의 민간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아동은 1624명으로 532명이 숨지고 1092명이 크게 다쳤다.
이는 단순한 아동 복지가 아닌 전쟁에 따른 심각한 인권문제가 걸린 사안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에 납치됐다가 제3국을 통해 380여 명의 어린이가 귀환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2만 명의 어린이가 러시아로 강제 이주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돌아온 어린이들은 성적 학대, 러시아 사기 진작을 위한 선전도구화, 정체성 지우기 강제 교육을 받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키이우의 아동권리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쟁 피해 아동 심리치료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의 인도 지원 중 한 부분으로 필요한 재원과 프로그램 공유 등을 제공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 병실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어린이나 대한민국 어린이나 모두 할아버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손주들”이라며 “잘 치료 받아서 멋지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어린이들은 종이접기로 만든 카드에 편지를 써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다.
선수현 기자
박스기사
윤 대통령은 왜 왕복 27시간 강행군 결심했나?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한국 대통령이 전시국가를 직접 방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7월 14일 바르샤바대학에서 폴란드 청년들과 만나는 문화 행사였다. 그러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정이 이틀 늘어난 것이다.
수도 키이우까지 이동은 항공기·기차·육로로 왕복 27시간이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은 극비에 부쳐졌고 보안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수행원도 최소화했다. 현지는 자폭 드론, 미사일 공격이 이따금 벌어지는 엄중한 상황. 신변 안전을 100% 보장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국제 질서를 중시한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됐던 민간인 주거 지역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이어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110분에 걸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국내의 심각한 집중호우 상황을 고려해 현지 박물관 방문, 양국 정상 부부 간 친교 시간 등은 취소하고 최소화한 일정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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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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