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된 찜질방 공간 재생은 바로 이런 것!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미술관이 된 찜질방 공간 재생은 바로 이런 것!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경기 화성시 소다미술관
도시순환도로를 지나 도로변 신도시를 옆에 두고 한참을 더 들어갔다. 도시와 농촌 어디쯤 특별할 것 없는 외곽이다. 아파트 단지와 창고형 공장들, 논과 밭이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우러져 있다. 경기 신도시 인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기에 대형 갈빗집이나 찜질방이 있다면 아주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 곳에 예상과는 달리 소다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간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처음 미술관 문을 열었을 때 소다미술관의 장동선 관장이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갈빗집이나 하지”였단다. 그만큼 미술관은 이질적인 존재였다. 소다미술관은 화성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이자 도시재생의 원조격인 공간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선 일도 아니고 버려진 공간을 재사용한다는 개념도 생소하던 때였다. 주민들의 낯선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소다미술관이 있는 안녕동은 동탄으로 대표되는 신도시도 아니고 원주민 어르신들이 많은 오래된 구도심이에요. 문화시설도 전무하다시피 해 미술관이 뭐하는 곳이냐 묻는 분들도 제법 계셨지요. 논밭, 공장들 사이에서 뭘 하겠다는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웃음).”
장 관장은 프로젝트를 기획한 자신조차 처음에는 지역과 공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미술관이란 무릇 도시에 있어야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갈빗집이나 하지 그러냐”는 염려부터 “뭐 하는 곳이냐”는 물음을 받을 때마다 장 관장의 답은 언제나 “이거 생기면 되게 좋으실 거예요”였다.
2015년 4월 개관한 소다미술관은 방치된 도시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보여준 건축문화예술공간이다. 공간 재생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소다미술관이 위치한 화성시 안녕동은 십 수년간 지연된 도시개발과 경기침체 탓에 방치된 건물과 땅이 많았다. 소다미술관 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찜질방 사업을 계획했던 건축주는 2007년 땅을 사들인 후 2009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1층 철근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만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찜질방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사업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사이 공사장은 잡초 무성한 흉물로 변했다. 너른 공터에 사방이 뚫린 콘크리트 벽체는 밤이면 공포감마저 자아내 주민들은 근처를 지나가기 꺼렸다. 이런 공간에 미술관을 제안한 건 장 관장 부부였다. 남편은 하버드대 건축대학원(Harvard GSD) 출신의 젊은 건축가 권순엽 대표(SOAP건축사사무소)다. 장 관장도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팅을 공부하고 전략컨설팅 관련 회사에서 일을 했다.
“당시 공간 재생이 생소하던 한국과 달리 미국은 아주 일반적인 건축 콘셉트였어요. 새로 짓는 걸 잘 하지 않아요. 옛것을 활용한 변화를 더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막막하기보단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좋겠다’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찜질방과 대형 목욕탕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미술관을 만들어보자’는 부부의 계획에 건축주는 아예 완공 후 운영 책임까지 맡겼다.







찜질방과 미술관 사이
공간 재생을 통해 탈바꿈한 여러 기관과 시설이 많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간 재활용은 소다미술관이 단연 압도적이다. 이전 시설 일부를 전리품처럼 공간 안에 보존해두는 선에서 신축에 가깝게 변신시켜놓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다미술관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짓다 만 찜질방을 있는 그대로 재활용했다. 공사가 중단된 한쪽 건물은 아예 지붕도 없고 문도 없다. 노출 콘크리트 벽체와 벽 곳곳에 뚫린 사각 프레임 안으로 나무와 풀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다. 녹차방, 맥반석방, 소금방 등으로 설계된 방들이 그대로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동안에는 정원예술 설치 전시를 했다. 그중 일부를 남겨놓은 것이 멋진 조경 역할을 하고 있다.
소다미술관의 모든 공간이 이런 식이었다. 소다미술관은 크게 실내 전시장과 야외 전시장, 그리고 2층 루프톱(Rooftop)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과거 방풍실(防風室, 외기가 직접 내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건물 입구에 2개 출입문을 설치한 작은 방)이었던 입구를 지나면 매표 데스크와 카페, 소품가게가 있다. 마른 수건과 번호가 적힌 사물함 열쇠를 내줬을 카운터 자리다.
입구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실내 전시장이다. 찜질방으로 설계됐을 당시 남탕으로 활용될 공간이었다. ‘탕’이었던 만큼 너른 실내 안에는 냉탕, 온탕, 열탕 등 물의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계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움푹 꺼진 바닥 공간이 여러 개다. 흥미로웠던 점은 탕 공간이 작품의 감상 집중도를 꽤 높여준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전시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목욕탕 풍경을 떠올리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목욕탕 건물을 가리기 위한 담이라고 착각했던 야외 전시장은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전시된 작품을 넘어 건축이 가지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를 떠나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건축가 권순엽 대표는 기존의 미술관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야외 전시장’의 경우 건물을 완성하는 대신 천장을 과감히 드러내고 동선에 따라 벽을 뚫었다. 그 결과 뚫린 천장은 하나의 화폭으로 변신했다. 분절된 공간은 미로처럼 작품을 배치할 수 있는 훌륭한 동선을 만들어냈다. 야외 전시장은 계절과 날씨, 시간과 작품을 감상하는 위치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관람객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자 누리소통망(SNS)에서는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2층 루프톱과 야외 갤러리의 스카이샤워장은 소다미술관의 백미 중 백미다. 지역이 지닌 역사와 미술관이 가지는 정체성, 그리고 최초의 목적이 달랐던 공간을 ‘진짜’ 재활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전시 및 행사, 모임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2층은 그야말로 사방이 뻥 뚫려 있다. 곳곳에 놓여 있는 나무벤치나 단차 큰 데크 한쪽에 앉아 주변 풍광들을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양옆에 하나씩 설치돼 있는 컨테이너다. 소다미술관은 2층을 기획하면서 증축을 통해 공간을 늘리기보다 유독 물류센터가 많은 화성시의 지역성을 상징하는 컨테이너를 사용했다. 일상과는 이질적인 컨테이너를 통해 공간의 확장은 물론 오브제로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지속성… 성공으로 증명하다
야외 갤러리에 있는 스카이샤워장 역시 공간을 멋지게 재활용한 곳이다. 애초 대형 목욕탕이 들어설 계획이었던 소다미술관 땅속에는 풍부한 수자원이 확보돼 있었다. 그냥 묻어두긴 아깝다는 생각에 자주 방문하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스카이샤워장을 만들었다. 하절기에만 운영하는 이곳은 볕이 좋은 날이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각마다 15분간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진다. 아이들은 거치대에 비치된 전용 투명 우산을 쓰고 “까르르”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고 논다. 부모들 입에서 “미술관이 생겨 정말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나는 스카이샤워장, 전시마다 새로운 굿즈(팬상품)를 선보이는 아트숍, 커피부터 베이커리까지 지역민의 사랑방을 자처하는 카페 등 이른바 ‘아트테이너(Art+Container)’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다. 소다미술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각각의 방을 연결한 찜질방처럼 빠른 성장 이면, 신도시와 원도심의 분절된 지역사회를 예술로 연결하고 있다.
소다미술관이 진행해온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스토리가 담긴 건축·디자인·예술 공간을 연결하고 공간을 따라 여행하는 셀프 투어 프로그램이다. 소다미술관을 넘어 화성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우음도,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리플릿과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들으면서 화성시의 아름답고 가치있는 공간 이야기를 느끼게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화성시 매향리 평화기념관의 〈고온리(KOON-NI)〉(8월 27일까지) 전시로 이어지고 있다. 고온리는 매향리의 옛 지명이다.
공간 재생을 넘어 지역 사립미술관으로서 공간의 지속성을 성공적으로 증명해낸 소다미술관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Winner)을 받았다. ‘2015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도 최우수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국내외 안팎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장동선 관장은 오늘도 ‘미술관이 생겨 좋은 일’을 고민하느라 여전히 바쁘다. 소다미술관의 다음 10년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