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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구원투수 친환경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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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현지시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재배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던 유럽연합(EU)이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U는 그 내용을 ‘식물·토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패키지 초안에 담아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부족 문제가 대두하자 유전자 교정 작물이 식량 조달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교정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 농작물 개발
유전자 교정은 식물 유전체의 특정 염기서열을 효소로 정확히 잘라내 교정하는 기술이다. 다른 종의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GMO와는 다르다. 지금 세계의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로 농작물의 유전자를 교정해 온실가스 감축 농법을 연구 중이다.
농업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 중 하나다.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다. 환경부의 ‘국가온실가스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 중 농업(축산업 포함)이 약 20%를 배출한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까?
농업에서는 농작물의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한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농경지에 뿌려지는 질소 비료 중 절반 이하만 식물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토양에 스며들거나 지하수로 흘러들어 오염시키거나 아산화질소로 대기 중에 방출된다. 트랙터 등의 농기계도 매연을 내뿜는다.
또 벼농사 과정에서 메탄 생성균 등과 같은 미생물은 메탄을 많이 발생시킨다. 메탄 생성균은 이산화탄소가 많고 산소·질소가 적은 환경에서 주로 생장한다. 모내기를 마친 벼가 호흡을 위해 산소를 섭취하기 시작하면 논의 물속 산소가 소모되고 토양의 산소 또한 서서히 줄어들면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하게 메탄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의 에두아르도 블룸왈드 교수팀은 벼의 유전자를 교정해 공기 속 질소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는 콩과식물의 뿌리에 사는 ‘뿌리혹박테리아’에서 얻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도록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해서 질소를 흡수해 토양에 공급한다. 벼와 밀 같은 곡식 작물은 ‘질소 고정’ 세균을 이용하지 못해 비료에서 질소를 공급받고 있다.
연구팀은 벼도 콩과식물처럼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그랬더니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해 잘 자라고 수확량도 합성 질소 비료를 사용한 벼와 비슷했다. 토양에 질소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돼 아산화질소 오염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기술은 벼 외에 다른 식물에도 적용이 가능했다.
한편 유전공학 기술로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식물 종자도 개발됐다.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이용해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한다. 이산화탄소 흡수는 식물 잎에 있는 기공을 열거나 닫아서 조절한다. 그런데 기공을 열 때 잎의 수분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공기가 건조할 때는 식물이 기공을 닫아 수분 배출을 줄이려고 하지만, 문제는 잎에서 배출되는 양이 뿌리가 잎으로 전달하는 수분의 양보다 많다는 것이다.
또 기공을 닫으면 수분 손실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이산화탄소 흡수도 함께 줄어들어 광합성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면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해 세포가 죽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담수 중 70%는 농업에 사용된다. 최근엔 지구온난화로 지구촌 일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토양 수분 고갈 현상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미국·영국·호주·중국·이스라엘 국제 공동연구팀은 유전자를 교정해 기공이 열릴 때 잎의 수분이 배출하지 못하도록 꽉 붙잡아두는 담배·콩·쌀·대두를 개발했다. 이들 농작물을 밭에 심은 결과 수분이 덜 빠져나가 유전자가 교정되지 않은 농작물보다 약 7.6%나 수분 함량이 높았고 수확량도 많았다.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리면서도 물 사용이 적은 이 농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땅 갈지 않는’ 탄소 농법 적용한 농장 증가
미국은 친환경적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탄소 농법’이 가장 활발한 국가다. 미국 일리노이주 동쪽 피아트 카운티의 작은 마을 드 랜드에서는 커버 크랍(Cover Crops·피복 작물)과 무경운(no-tillage) 농법을 적용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커버 크랍은 생산량 목적이 아닌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농작물을 심는 친환경 농법을 말한다. 가을쯤 호밀과 무, 귀리 등의 작물을 심었다가 이듬해 봄 옥수수 파종 때까지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이 식물들은 ‘천연 담요’ 역할을 한다. 강한 햇빛이 내리쬘 때 땅을 그늘지게 해 열기를 식혀주고, 비가 내릴 때는 땅속에 수분 저장뿐 아니라 토양 침식을 줄여 땅속 유기물과 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무경운은 농작물을 수확한 다음 땅을 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새로운 작물을 심는 농법을 말한다. 땅을 갈지 않기 때문에 땅속 탄소가 대기 중으로 덜 빠져나가 탄소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농경지는 연간 최대 86억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물론 파종 전에 땅을 갈지 않으면 병충해에 노출될 위험이 있지만 수확량보다 친환경에 더 무게를 두고 농사를 짓는다.
한국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들어진 농산물은 거의 GMO다.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 정부·기업도 유전자 가위 기술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화학비료 절감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50년까지 친환경 농업 면적을 전체 경지 면적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농업의 위기, 결코 농민만의 고민거리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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