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스티로폼·그물…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이 많은 쓰레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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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알줍캠페인’ 현장을 가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쏟아낸다. 그중에는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도 있다. 이런 쓰레기가 모이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는 바다다. 강에서 흘러온 쓰레기와 건설 폐기물, 어민들이 사용한 어망 등 어구들이 바닷가로 쉴 새 없이 흘러들어온다.
해양쓰레기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선박 전복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동물들이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다 죽기도 한다. 해양생물들 중에 낚싯줄이나 그물 등에 얽히는 경우도 많다. 해양생태계에 큰 위협을 줄 뿐만 아니라 오염된 해변은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바다로 흘러간 폐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는 물론이고 우리 식탁까지 위협한다. 이는 해변 인근의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해양쓰레기는 약 14만 5000톤으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하는 해양쓰레기는 연 13만 8000여 톤. 매년 늘어나는 쓰레기를 감당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리아스식해안이 많아 쓰레기가 해변에 많이 모이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단체까지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안 정화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이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2022년 발생한 해양쓰레기 14만 5000톤
해양수산부는 시민 참여를 위해 연안 정화활동으로 ‘알줍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알줍캠페인은 ‘알려주세요, 주워주세요’의 줄임말이다. 안전신문고 신고 등을 통해 해안가에 방치된 쓰레기를 알리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거나 뛰는 줍깅(줍다+조깅·쓰레기를 주우며 운동하는 것)을 실천하는 국민참여형 연안활동이다. 5월 13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시작된 캠페인은 강릉, 포항,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의 해수욕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6월 17일에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왕산해수욕장에서 알줍캠페인이 진행됐다. 캠페인에는 220여 명이 신청서를 냈다. 토요일 오전 10시, 늦잠을 자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뒤로한 채 많은 사람이 바다 청소를 위해 모였다.
캠페인 시작 시간인 10시가 좀 지나 캠페인을 주최한 해양환경공단 해양폐기물관리센터 김현수 대리가 행동요령 등을 설명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해양 정화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바다살리기네트워크의 협력단체 레디(ReDi)의 이유나 씨,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 등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단체로 온 학생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러 온 가족, 친구 등 다양했다. 그중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만 보이는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가 가장 많았다. 레디의 이유나 씨가 참가자들에게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쓰레기를 주울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꼭 끼고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무언가 들어 있다면 열어보지 말고 바로 담아주세요. 안에 독극물이 들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바위 틈새처럼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아야 합니다. 안전수칙을 꼭 지켜주세요.”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흩어져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기자도 참가자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이날은 해무가 짙게 깔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발밑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쓰레기를 찾아다녔다.
모래 사이 숨어 있는 유리 조각, 거대한 폐기물
가장 흔하고 위험한 해양쓰레기는 모래 사이에 박혀 있는 유리 조각이었다. 이날 기자가 주운 유리 조각만 해도 유리병 2개는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뾰족한 유리 조각도 있지만 둥근 유리 조각도 꽤 보였다. 모서리가 둥글게 될 때까지 바닷가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케 했다.
인천 영종도에 사는 이은성(8) 양은 봉투 한가득 쓰레기를 주웠다. 이 양은 쓰레기를 주우면서 텔레비전에서 봤던 바다거북이가 생각났다고 했다. 이 양은 “바다거북이가 유리 조각을 먹으면 안 되니까 열심히 주웠다”며 “좀 전에 마스크도 주웠다. 마스크 끈에 걸려서 날지 못하는 새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 있는 갈매기들도 날지 못할까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건축 폐기물이었다. 녹슨 못, 철사들이 모래에 박혀 있었다. 갯벌 앞에서 발견된 공사장용 철재에는 해초가 감겨 자라고 있었다. 이날 해수욕장에는 알줍캠페인 참가자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모처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참가자들이 어디선가 폐타이어를 끌고 왔다. 타이어휠이 녹슨 것을 보니 바다에 버려진 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어민들이 사용하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도 있었다. 양식장 구역을 표시할 때 쓰는 스티로폼, 밧줄, 그물 더미가 큰 공간을 차지했다. 해수욕장에 놀러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폭죽 잔해와 과자봉지도 보였다.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모를 나무판자나 커다란 각목도 있었다.
동아리 친구들과 참가한 인천영종고등학교 서지우(18) 양은 “지난해부터 해양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해양쓰레기를 탐지하는 해양관측 데이터 수집도 함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1시간 만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줍깅을 시작한 지 1시간이 흘렀다. 흩어져서 쓰레기를 찾던 사람들이 본부석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본부석에는 이미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 많은 쓰레기가 1시간 만에 발견됐다니 놀라웠다. 깨끗한 듯 보였던 모래사장에 숨어 있던 것들이었다. 참가자들의 쓰레기봉투는 하나같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참가자들도 모아놓은 쓰레기 양에 깜짝 놀랐다. 모은 쓰레기를 자원봉사자들이 분리했다. 분리된 폐기물은 전문 수거업체로 넘겨졌다.
참가자들을 대표해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소감을 전했다. 라쉬는 “사람들이 즐겨야 하는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셨을 것”이라며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쓰레기를 발견하는 상황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누리소통망(SNS) 이벤트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SNS 계정에 연안 정화활동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캠페인에 참여한 사진을 올렸다. 한 참가자는 효과가 좋을 것 같다며 지역 국회의원을 태그하기도 했다.
캠페인 참가자들에게는 다회용 빨대와 그물 에코백, 아이스크림 등 증정품이 제공됐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준다는 소식에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에 지쳐 있던 참가자들은 뻥튀기 과자 위에 한 스쿱씩 올려진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갈증을 달랬다. 이벤트 트럭 아이씨크림이 제공하는 아이스크림은 알줍캠페인이 진행되는 일부 해변에서 만날 수 있다.
캠페인이 끝난 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바다쓰레기를 활용한 목걸이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바닷가에서 주운 유리 조각에 철사를 예쁘게 감아 목걸이를 만드는 체험활동이다. 인솔자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려고 애썼다. 내 손으로 주운 쓰레기로 나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였을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고 해양환경공단이 주최하는 알줍캠페인은 10월까지 이어진다. 자세한 캠페인 일정은 바다가꾸기 누리집(www.cares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가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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