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엑스포 만들겠다” 윤 대통령 영어 PT로 글로벌 표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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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곧바로 무대를 가득 채운 전광판에 걸그룹 에스파(aespa)의 멤버 카리나가 등장해 인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묻고 청중이 투표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6월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현장에서 펼쳐진 한국의 프레젠테이션(PT)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가 BIE 회원 179개국을 상대로 PT를 했다. 한국 차례에서는 카리나의 진행에 맞춰 전 세계에 ‘말춤’을 유행시킨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 도시계획 전문가 진양교 홍익대 교수, 어린이 디지털 교육 전문가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이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PT를 했고 이탈리아의 행정 수반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국가원수가 직접 나서 힘있게 진행한 연설은 무게감이 남달랐다.
변화와 연대, 미래를 구현하는 엑스포
윤 대통령은 엑스포의 의미를 되짚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는 교역뿐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에 해결책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전쟁과 분규,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디지털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 기후위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 문제를 일일이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인류가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소개한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대양으로 나아가는 도시”다. 또 “도전의 도시이자 미래의 도시”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엑스포가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 대통령은 70여 년 전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대한민국이 첨단산업과 혁신기술을 가진 경제강국이 됐다면서 “대한민국은 그동안 받은 것을 국제사회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총 1258개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연설에 따르면 부산엑스포는 문화 엑스포를 구현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에서는 “모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접받을 것”이라며 부산엑스포는 “모든 나라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기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10개 이상 회원국에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 지원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엑스포는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에게는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 더 큰 꿈과 비전의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엑스포에서 세계 청년들이 인류 공동체로 함께 협력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참가국들에 대한민국이 이미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두 차례 인정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사실을 상기시켰다. 한국은 1988년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8년 동계올림픽을 모두 성황리에 치러낸 국가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준비된 후보국”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최고의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완벽하게 투자해왔다”며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 모든 정당들, 그리고 세계 각지의 750만 재외동포가 모두 한마음으로 부산엑스포를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가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준비됐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말하며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K-팝과 한옥, 교육
윤 대통령이 직접 참가한 이번 PT는 4차 PT다. 2021년 12월부터 세 차례 PT가 진행됐지만 4차 PT의 의미는 남다르다. 11월, 개최지가 결정되는 5차 PT는 투표할 곳을 정해놓고 진행되는 것이라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PT라는 점에서다. 이에 정부는 4차 PT에 많은 공을 들였다.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싸이는 청중의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싸이는 “파리에 머물 때면 에펠탑을 마주한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2012년 2만 명의 사람들과 제 노래 ‘강남스타일’로 플래시몹을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며 “다른 언어를 쓰는 우리가 그 큰 행사에서 하나로 뭉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처럼 2030 부산엑스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싸이는 한국의 성장을 강조했다. “한국은 비빔밥처럼 다른 장르를 융합해 독특한 것을 만들어낸다”며 “여러분이 듣는 음악부터 여러분이 보는 쇼, 스마트폰, 자동차, TV까지 한국의 영향력은 여러분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는 연설을 하면서 “저를 알아보기 힘든 분들이 계실까봐 끝나기 전에 이걸 한번 껴보도록 하겠다”며 ‘강남스타일’을 불렀던 당시 무대에서 착용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쾌하게 마무리된 싸이의 연설에 이어 진양교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진 교수는 박람회장의 콘셉트와 디자인 등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건축 전문가로 서울 청계천 복원이나 올림픽공원, 월드컵공원 등의 설계에 참여한 바 있다. 진 교수는 먼저 “부산엑스포의 비전은 한국의 오랜 전통인 자연·인간·기술의 화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흙, 나무, 돌로 이뤄진 한옥은 이런 화합을 구현한 것”이라며 “한옥은 엑스포 공간의 디자인을 포함해 엑스포의 주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2030 부산엑스포 박람회장의 디자인 콘셉트가 ‘리어스(Re-Earth, 다시 지구)’라고 밝혔다. 박람회장인 부산 북항은 한때 한국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였지만 지금은 폐건물과 버려진 기계가 놓인 곳이 됐다. 진 교수는 “우리의 계획은 오래된 산업화의 잔해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인 ‘에누마’의 창업자인 이수인 대표가 차례를 이어받았다. 에누마는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취약계층 아이들이 기초학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에누마에서 개발한 앱 ‘킷킷스쿨’은 2019년 개발도상국의 문맹 퇴치를 위해 개최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전쟁 중에도 우리 부모님들은 학교를 짓고 교과서를 인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다”고 소개하며 “교육은 한국의 성장과 회복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부산 이니셔티브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는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후변화, 디지털 환경 개선 등 다양한 글로벌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개인, 기업 또는 국가가 단독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 부산엑스포가 글로벌 파트너십의 상징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PT였다”는 평가를 받은 4차 PT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유치전을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6월 21일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 참석했다. 공식 리셉션은 후보국이 한 번씩 전체 회원국 대표단을 초청해 여는 행사다.
리셉션에서 한국은 PT의 테마이기도 했던 ‘문화 강국’을 강조했다. 행사장에는 해양도시 부산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작품과 박람회장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모형이 전시됐다. 비보이팀, 뮤지컬 배우의 공연이 이어졌고 한식 전문점에서 제공하는 퓨전한식과 한국 술이 식탁에 올랐다.
예상 인원보다 두 배 많은 400여 명의 참석자가 몰린 리셉션에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더 높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엑스포의 비전을 부산에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에서 잉태되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서도 “힘 모아 부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1월 에펠탑이라는 대표적인 박람회 유산을 자랑하는 이곳 파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위한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며 “대한민국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온국민이 하나가 돼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으로서 세계 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관, 그리고 우리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박람회 유치를 위해 프랑스 동포들께서도 당연히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박람회 유치는 BIE(국제박람회기구) 회원 179개국에서 비밀투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치하는 과정이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며 “우리가 이것을 유치하게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글로벌 외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프랑스 순방은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후 첫 순방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재외동포청은 모국과 여러분을 더욱 긴밀히 연결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가 돼 동포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라며 동포들에게도 “모국의 발전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을 비롯해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세드릭 오 전 경제재정부 및 공공활동회계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 피아니스트 백건우, 박지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장 등이 참석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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