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을 세계유산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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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위치한 내만으로 순천시, 여수시, 보성군, 고흥군를 아우르고 있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항아리 모양의 갯벌과 바다는 장도, 해도, 주지도(이상 보성)와 여자도, 소여자도, 운두도, 달천도(이상 여수), 진지도, 백일도, 원주도(이상 고흥) 등 유인도를 품고 있다. 또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에 포함된 순천만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이 있다.
‘한국의 갯벌’은 이외에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까지 포함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갯벌을 말한다. 여자만에는 이외에도 고흥갯벌(동강면, 남양면, 과역면, 점암면, 영남면)과 여수갯벌(율촌면, 소라면, 화양면)이 있다. 여자만 내에 모든 갯벌이 10여 년 전, ‘서남해안갯벌’로 세계자연유산을 준비할 때는 유산 후보로 검토했었다. 하지만 여수와 고흥은 지역주민과 어민반대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유산의 ‘완전성(integrity)’ 측면에서 보면, 내만의 일부만 유산구역으로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결격사유다. 다행스럽게 우여곡절 끝에 순천만갯벌과 벌교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대신에 유네스코는 유산구역 확대를 권고했다. 최근 문화재청은 유산구역 확대를 위한 갯벌세계유산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왜 여자만으로 확대되어야 할까
그렇다면 세계유산이 강조하는 완전성은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인 정의로는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제반 요소’를 말한다. 세계유산에 등재의 기준인 ‘보편적 가치(OUV)’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충분한 요소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을 등재기준 10번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로 인정했다.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귀착지로서 가치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서식지도 보성벌교갯벌은 물론 여수와 고흥 갯벌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고흥반도를 넘어 득량만 갯벌에서도 검은머리물떼새와 저어새 등이 확인되고 있다. 순천만갯벌이 복원되고 주민들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서 멸종위기 철새의 종과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겨울철새들 서식지가 크게 훼손된 것도 증가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 결과 지역주민의 소득증가는 물론 순천시민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순천만갯벌을 복원하고 지켜온 경험을 여자만권으로 확산해야 한다.
또 어촌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이자 어민들 생업의 중심인 어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여자만의 상징이었던 꼬막의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 벌교의 상징이었던 참꼬막도 사라질 위기다. 참꼬막 대신 새꼬막이라도 생산되는 것이 다행이다. 여자만의 수산자원 관리는 어느 한 마을, 한 지자체가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국가와 국제적인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계유산이라는 브랜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자만 방문객과 도시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산구역 확대가 필요하다. 요즘 여행패턴은 가족이나 소규모 여행과 함께 가치를 중시한다. 여자만은 갯벌과 바다, 섬과 산과 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또 지역마다 독특한 시장이 있고 전통시장이 열리고 있다. 또 여자만의 갯벌과 바다를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도 소중하다.
하지만 이러한 해양문화경관과 역사문화광자원을 엮고 다듬을 통합 플랫폼이 부재하다. 다행스럽게 순천시가 이러한 가치를 일찍 주목했다. 하지만 순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순천만이 아니라 여자만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연계할 교통과 숙박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여자만을 둘러싼 생태·문화·역사 자원을 ‘한국의 갯벌’ 2단계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자만을 오롯이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면 우선은 여수시와 고흥군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의 세계유산 참여 의지가 ‘한국의 갯벌’ 2단계 유산구역 확대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습지보전법’에 따라 여자만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순천만처럼 연안습지보호지역이나 가로림만처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연안습지의 정의도 람사르 기준에 맞춰 간조시 수심 6미터까지로 확대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여자만의 해양생물, 해양지질, 갯벌문화 등 기초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해양생물은 계절에 따라 다르며 연차별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인정할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주민이나 어민 등 이해당사자와 세계유산 효과와 감수해야 할 부분을 명백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순천, 보성 등과 함께 여수와 고흥 지역의 행정, 주민,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포함된 통합 추진체를 구성해야 한다.
무안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서 제외되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무안갯벌은 영산강4단계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최초로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같은 함해만에 위치한 함평이 습지보호지역은 물론 세계유산 추진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안갯벌도 포함될 수 없었다. 이와 달리 신안군은 연안습지보호지역을 군 전체 갯벌로 확대했다. 서천군은 행정이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명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후보지역에 포함되고 습지보호지역도 확대했다.
어촌과 어민을 지키는 ‘한국의 갯벌’을 만들자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은 습지보전법(1999)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화재보호법보다 습지보전법을 택한 것은 어민들이 갯벌을 마을어업부터 양식어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경제활동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어촌체험은 물론 다양한 레저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습지보전법은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신안갯벌이나 서천갯벌이 습지보호지역을 확대해 유산구역으로 확정될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의 갯벌’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어민과 어촌에 도움이 되는 활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유산구역에서 얻은 수산물의 가치를 높여 주민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또 ‘한국의 갯벌의 OUV(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보전 및 관리해야 한다. 전자는 유산구역 주민과 약속이며, 후자는 세계인들과 약속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이를 지키려면 유네스코가 권고한 ‘유산구역 확대’가 절실하다.
여수는 2026년에 여수국제섬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고흥은 며칠 전 나로도에서 쏘아 올린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연륙·연도교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육지를 연결했다면 여자만 세계유산으로 바다와 섬을 이어야 한다. ‘해양환경기준의 유지’가 어려운 해역을 ‘해양관리법’에 의해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하듯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갯벌을 ‘특별보호해역’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규제나 제한’이 아니라 ‘이용과 보전’을 전제로 ‘한국의 갯벌’을 지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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