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2명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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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양쪽에는 별관이 하나씩 있다. 앞에서 봐 왼쪽이 세종실이고 오른쪽이 충무실이다. 국무회의장으로 쓰던 세종실 앞에는 역대 대통령 12명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림은 금박 테두리의 가로 53㎝ 세로 65㎝짜리 액자에 들어 있다. 재임기간이 다를 뿐 똑같은 무게를 가진 대통령들이니 모양과 규격을 통일했다. 앞으로 추가하게 될 대통령들도 이 규칙을 따를 테다. 대통령이 퇴임하기 1년 전 초상화 제작에 들어간다. 추천받은 화가가 그린 초안에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한다. 액자는 마지막 국무회의를 마친 뒤 거는데 이 행사를 헌액게첩(獻額揭帖)이라 한다.
지금까지 화가 7명이 12명의 대통령을 그렸다. 괄호 안이 화가 이름이다. 이승만(김인승)·윤보선(김인승)·박정희(김인승)·최규하(박득순)·전두환(정형모)·노태우(김형근)·김영삼(이원희)·김대중(정형모)·노무현(이종구)·이명박(정형모)·박근혜(이원희)·문재인(김형주) 대통령. 김인승 화백과 정형모 화백이 3명씩을 그렸고 이원희 화백이 2명을 그렸다. 같은 화가가 보수 대통령도 그리고 진보 대통령도 그렸다.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 대통령 초상화는 1973년 1월 1일 한꺼번에 걸었다.
전두환 대통령까지는 초상화 값이 1000만 원이다. 이 시기 청와대에서 구입한 다른 그림들도 모두 1000만 원으로 기록돼 있어 실제 가격인지는 알 수 없다. 노태우 대통령이 지불한 7500만 원이 가장 큰 액수다. 정형모 화백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 영정을 그린 인연으로 3명의 대통령을 그렸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부시 대통령 얼굴도 그려서 상춘재에서 선물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보다 젊어 보이게끔 머리숱을 더 그려 넣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점을 그려 하나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 걸었다.
김영삼·박근혜 대통령을 그린 이원희 화백은 초상화만 500여 점 넘게 그린 전문가다. 김영삼 대통령을 그릴 때 30분 독대를 허락받았지만 1시간을 스케치했다. 대통령이 학창시절 친구들 술 사주다 전당포에 물건 맡긴 얘기 등을 하며 긴장을 풀어줘서 편했단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진만 보고 그려서인지 어딘가 어색하다. 탄핵 선고 2개월 전에 의뢰를 받았다. 청와대를 떠난 뒤 석 달 뒤에 초상화를 걸었으니 정작 주인공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직전에 의뢰해 부랴부랴 그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화가 2명에게 부탁했다. 농민화가로 불리는 이종구 화백에게 농촌에 사는 사람의 표정이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넥타이를 회색으로 칠했다가 젊음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바꿨다. 같은 내용의 의뢰를 받은 김호석 화백은 전통기법으로 쪽색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으로 그렸다. 이 그림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 걸려 있다.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크기·형식이 달라서 청와대에 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김형주는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청년 화가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사진을 보고 그려서 청와대에 선물했다. 참모들이 좋다고 해서 다른 작가를 찾지 않았다.
청와대를 거쳐간 대통령은 12명인데 배우자는 11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우자가 없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보면 프란체스카 도너·공덕귀·육영수·홍기·이순자·김옥숙·손명순·이희호·권양숙·김윤옥·김정숙 여사다.
여기서 여담 몇 가지. 이승만 대통령 배우자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호주댁’으로 불렸다. 실제 고향은 유럽의 오스트리아인데 당시 한국 사람들이 발음이 비슷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착각해서다. 6·25전쟁 때 활약한 미국 전투기 ‘F-86 세이버’를 ‘호주기’ 또는 ‘이박사 처갓집 비행기’라고 부른 이유와 같다. 호주군이 6·25전쟁에 참전했으니 이 비행기가 사위 나라를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할 만도 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2차대전 패전국이라 연합군의 점령 아래 있었다. 박정희·육영수는 6·25전쟁 중 대구에서 결혼했다. 이때 주례를 본 대구시장 허억이 ‘신랑 육영수, 신부 박정희’라고 불러 폭소가 터졌다는 일화가 있다.
배우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외교 의전 때 그 역할을 누가 맡을지 논란이 있었다. 국무총리 부인이나 외교부 장관 부인 등이 거론됐으나 대행을 따로 두지는 않았다. 2014년 7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했을 때 펑리위안 여사의 의전을 조윤선 정무수석이 담당했다. 손명순 여사와 권양숙 여사는 경남 김해 진영읍 출신으로 고향이 같다. 손 여사가 졸업한 진영공립보통학교는 대창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한 학교에서 3명의 청와대 주인을 배출한 셈이다.
배우자 초상은 영부인 집무실과 접견실로 쓰던 무궁화실에 걸려 있다. 대통령과 달리 배우자들은 모두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었다. 대통령과 동급이 아니라는 이유였겠다. 프란체스카·공덕귀·육영수 여사 사진은 흑백이다.
안충기 중앙일보 기자·<처음 만나는 청와대> 저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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