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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꺽마’가 이룬 기적 나의 하키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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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골리 허은비
경기가 끝났다. 아이스링크 위 갑옷처럼 단단한 유니폼을 두른 선수들이 스틱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링크 위를 내달렸다. 한데 엉킨 선수들은 산을 쌓듯 서로의 몸 위로 넘어졌다. 제일 밑에 깔린 사람은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전 골리(골키퍼) 허은비(코네티컷대)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첫 2부 리그 승격의 순간이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지난 4월 23일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1차전 상대인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승리를 거둔 이후로 2차전 폴란드, 3차전 슬로베니아, 4차전 영국을 잇따라 꺾고 카자흐스탄과 최종전에서도 이기며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불모지에서 이뤄낸 쾌거였다.
이에 따라 대표팀은 2024년 열릴 예정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 속하게 된다. 현재 디비전1 그룹A에 속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중국, 덴마크,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네덜란드다. 이 중 두 팀은 1부 리그로 승격하고 6위 팀은 3부 리그로 강등된다.
대표팀의 우승이 값진 이유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저변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개설된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없다. 2018년에야 겨우 수원시청에 실업팀 하나가 개설됐다. 우리 대표팀과 경기를 치른 영국의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에는 28개 팀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비전1 그룹B의 우승은 기적 같은 일이다. 5경기에 내리 출전해 나란히 4골 2도움을 기록한 한수진과 김희원, 2골 4도움으로 활약한 박종아(이상 수원시청) 등 모두가 이 기적을 이끌어냈지만 특히 주목받은 선수가 있다. 골리 허은비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역할은 매우 크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손바닥만한 작은 퍽이 순식간에 스틱을 옮겨가며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경기시간은 60분, 선수들이 수없이 교체되며 수십 차례 슈팅이 이뤄지는데 선수들의 몸에 가려 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골리는 이 상황에서 퍽을 막아내야 한다.
수문장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중 팀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순발력은 물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까지 갖춰야 좋은 골리가 될 수 있다.
허은비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골리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대회 기간 통틀어 그에게 날아온 131개 퍽 중 놓친 것은 6개에 불과했다. 대회 우승의 수훈이라 할 만하다. 사실 허은비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주전이 됐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첫 경기, 허은비는 골대로 날아온 퍽 40개 중 39개를 막아냈다. 그럼에도 그는 “아쉬운 점이 더 많다”고 했다.



대회가 끝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
나는 재능 있는 선수가 아니다. 아홉 살 때 동생을 따라간 링크에서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도 운동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나마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승부욕과 이해력, 책임감 덕분인 것 같다.
승부욕이 강한 편인데 초등학교 때 별명이 ‘슈퍼 골(goal)통’이었다. 꼴통에서 따온 말인데 그런 별명이 붙을 정도로 무엇 하나에 꽂히면 빠져나올 줄 몰랐다. 아빠와 공기놀이를 6시간 동안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운동할 때도 이런 승부욕, 집요함이 도움이 됐다. 동작 하나가 안되면 될 때까지 연습한다.
이해력이 비교적 빨라 동작이나 전술에 대한 이해가 좋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그 덕분에 전체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는 골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주전 대회라서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처음 대표팀 후보 선수가 된 게 2015년이니까 7년째 언니들의 등을 보고 자랐다. 막내였던 기간이 길었고 지금도 어린 축에 속하지만 막상 대회에 들어가니 나이나 부담감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팀원들만 보였다.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나는 종종 경기에서 지면 울기도 한다. 질 수 없다는 각오, 의지 같은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됐다. 아무리 어려도 동료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만큼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서 금세 긴장을 잊을 수 있었다.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다.
첫 번째 경기였던 이탈리아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탈리아가 우리가 맞붙은 상대 중 세계 순위가 가장 높은 국가였다. 그런 만큼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강했는데 2피리어드 때 골을 허용하고 나서 살짝 무너질 뻔했다. 그때 언니들이 나에게 와서 용기를 북돋아줬다.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듣고 다시 일어섰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좌석이 매진돼 서서 관람한 관중도 많았다던데.
그동안 나는 그저 좋아서 하키를 해왔다. 퍽을 막는 것이 좋아서, 언니들이 좋아서 하키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 정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놀랐다. 지금 잘하면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대회가 진행되면서 우리 팀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함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어떤 팀인가?
‘하나’다. 저변이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아이스하키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끈끈함’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끼리는 모두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다.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우승을 이뤄낸 것이다.
대표팀에 가면 얻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평소 잘 우는 편이 아닌데 대표팀에만 가면 울곤 한다. 애국가 부를 때도 울고, 경기에 졌을 때도 울고, 심지어 이겼을 때도 잘못했던 점을 생각하며 운다. 이겨야 한다는 의지 같은 것이 대표팀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대회에서 맞부딪힌 나라 중에 8개월 동안 하나로 뭉쳐서 연습했던 팀은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체중관리, 식단관리, 멘털관리까지 모든 초점을 대회 하나에 두고 연습했다.

한국은 여자 아이스하키의 불모지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도와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전지훈련도 못갈 정도로 어려웠던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다. 무엇보다 도움을 준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이 없었다면 골리 허은비는 없다.

남동생도 아이스하키 선수라고 들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것은 동생이 먼저였다. 동생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준다. 동생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했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캐나다로 유학가서 미국 대학에 진학하느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물적·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모든 가족이 도와줬기 때문에 하키를 계속할 수 있었다.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요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은데 예전부터 내가 강조하던 말과 비슷하다. ‘꺾이지 말자’는 다짐을 늘 해왔다. 힘들 때도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나를 믿고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무너질 것 같았다. 나의 하키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사람의 것이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아이스하키 골리는 무릎이나 발목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장비도 무겁고 순발력 있게 퍽을 막아내는 과정에서도 부상이 잘 생긴다. 이번에도 세 번째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 두 번째 경기까지는 컨디션이 무척 좋았는데 부상 이후 제 실력을 못다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쉽다.

내년 대회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얼른 부상을 이겨내고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연습한 만큼 제 기량을 펼쳐보이고 싶다. 팀으로서는 내년에 2부 리그에 잔류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대회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원래도 발목이 썩 좋지 않다. 정상인 인대가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찢어지거나 끊어졌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발목 인대가 다 끊어지더라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재활치료를 잘 받고 몸관리를 잘해서 오래오래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1
불모지에서 기적을,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한국의 남자 아이스하키 저변도 결코 두터운 것이 아니다. 1995년 출범한 한국 아이스하키 리그에는 현재 실업팀이 하나만 남아 있다. 대학팀도 전국에 5개로 선수층도 얇은 편이다.
그럼에도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 속해 있고 2017년에는 톱 디비전(1부 리그)에 승격하기도 했다. 유일한 실업팀 HL안양도 2022~2023 아시아리그에서 우승했다.
이보다도 더 열악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30대 1로 질 정도로 약한 경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투지와 결집력으로 경기력이 급속도로 성장해 2017년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에 진출했다. 2023년에는 3부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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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2024년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14일간 강원 평창군·강릉시·정선군·횡성군 등에서 개최된다. 7개 종목에서 19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2월 21일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제2기 조직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사격의 신’ 진종오와 ‘빙속 여제’ 이상화를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3월 24일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총연출한 양정웅 감독을 총감독으로 임명해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전 세계 청소년을 사로잡는 문화올림픽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양 감독은 개회식의 목표를 ‘K-컬처와 스포츠로 하나 되는 세계’로 잡고 한계 없는 상상력·창의력과 흥이 넘치는 K-컬처의 매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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