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에 불어온 레트로송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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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올여름 극장가에 상영 중인 영화마다 수십 년 전 유행했던 노래들을 소환해 때아닌 레트로송 열풍이 불고 있다. 정훈희와 송창식은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 그룹 베를린과 건즈 앤 로지스의 노래들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역주행 중이다. 영화 , , , 의 주제가(OST)로 삽입된 노래들이 중장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의 화제작 의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안개’를 영화의 엔딩곡으로 썼다. 박 감독은 오래전부터 노래 ‘안개’를 좋아해서 이를 모티프로 하는 영화를 구상해오다 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정훈희의 데뷔작 ‘안개’는 영화와 인연이 깊다. 1967년 김승옥의 소설 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 의 주제곡이었다. 이봉조 작곡가가 18세의 여고생 정훈희를 발탁해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음악 가족의 외동딸이었던 정훈희는 가창력을 갖춘 신예였다.
▶CJ ENM
‘안개’ 등 영화 흥행 힙입어 역주행
정훈희는 1970년 도쿄가요제에 참가해 입상할 당시 긴장한 이봉조 작곡가에게 “떨지 마소. 노래는 제가 하지 선생님이 합니까?”라고 얘기할 정도로 배포도 컸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그리스가요제, 칠레가요제 등에 참가해 수상했다.
정훈희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활약하던 무대에도 자주 올랐다. 특히 송창식과는 무대에서 듀엣으로 호흡을 자주 맞췄다. 박 감독은 “두 분과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순간은 저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의 평생 꿈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젊은 층들이 ‘안개’를 다시 찾아서 듣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주크박스 영화 는 1950년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소환해 냈다. 각진 구레나룻, 꽉 달라붙은 가죽바지, 능숙한 골반 흔들기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상징(아이콘)이었던 엘비스는 우리에게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처럼 친숙한 팝스타는 아니다.
한때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춤’을 따라 했듯이 그의 ‘개다리춤’도 당시 젊은층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은 노장 대열에 선 가수 남진이 데뷔 무렵 엘비스의 노래 ‘하운드독’을 부르며 다리를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대여 변치 마오’를 부른 남진은 엘비스를 오마주 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나 ‘하운드 독’, ‘러브 미 텐더’등으로 단숨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엘비스는 중장년들의 전유물이었던 팝 시장에 10대들을 끌어들인 최초의 엔터테이너였다. 또 음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인물이었다.
트럭 운전사 출신의 무명 가수였던 프레슬리의 재능을 간파하고 발탁했던 매니저 톰 파커 대령(톰 행크스)은 시대를 앞서간 ‘미다스의 손’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주크박스 영화를 만들면서 엘비스의 노래들을 힙합으로 편곡해 선보이면서 젊은 세대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프레슬리 역의 오스틴 버틀러는 1년여에 걸친 연습으로 마치 그가 환생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좋은 노래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
국내 개봉과 함께 600만 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은 1980년대 청춘스타였던 톰 크루즈만 소환한 게 아니다. 의 OST이자 1987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휩쓴 그룹 베를린의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가 젊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속편 격인 의 OST는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고 레이디 가가, 밴드 원리퍼블릭까지 참여했다.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는 속편 격인 이번 영화에는 삽입되지 않았지만 1편 찾아보기 열풍과 함께 다시 인기를 얻게 됐다. 30여 년 전 노래가 레이디 가가가 부른 타이틀곡 ‘홀드 마이 핸드’와 함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마블의 신작 는 1985년 결성된 미국의 하드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노래들로 OST를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마치 건즈 앤 로지스의 앨범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1980년대에 가장 성공한 록 밴드 중 하나이자 헤비메탈의 황혼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즈 앤 로지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 장 이상의 앨범 판매를 자랑한다. 지금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에 왕년의 히트곡들이 소환되면서 록 세대에게는 향수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힙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좋은 노래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레트로송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 에세이집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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