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꿀벌의 날 꿀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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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꿀 수확기를 앞두고 꿀벌이 사라져 국내 양봉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꿀벌은 원래 겨울을 나면서 10% 정도 없어진다. 하지만 몇 년째 정상 범위보다 많은 꿀벌이 사라지면서 텅텅 빈 벌통이 늘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2006년부터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다. 이처럼 양봉농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누적돼온 꿀벌 실종 문제에 사람들은 최근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꿀벌 실종은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과다 농약 살포, 유전자 조작 작물, 전자기파,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요인이 거론됨에도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꿀벌은 세계적 환경단체 ‘어스워치’가 꼽은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될 5종(꿀벌·플랑크톤·박쥐·균류·영장류)’ 가운데 1위로 뽑혔다.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토론과 투표로 선정했다. 꿀벌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으로 선정됐을까? 또 사라져가는 꿀벌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국제 과학계에선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단순히 꿀벌이 선사하는 달콤한 꿀을 더 이상 먹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꿀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기는 ‘꽃가루받이’다. 꽃으로부터 꿀을 얻는 대신 꽃가루를 다른 식물체로 옮기면서 그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대부분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와 씨를 맺어 자손을 퍼뜨린다.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40%는 곤충을 통한 꽃가루받이가 이뤄진다. 그중 꿀벌이 80%의 역할을 한다.
또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종의 주요 농작물 중 수박·호박·양파·아몬드·사과 등 71종이 꿀벌의 꽃가루받이로 생산되고 있다. 꿀벌의 꽃가루받이를 받지 못한 딸기는 과실의 기형률이 58% 증가하고 가격은 92%나 감소한다. 꿀벌이 세계 식량생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최대 690조 원에 달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이런 농작물을 먹지 못해 식량난이 심각해진다. 게다가 먹이사슬에까지 영향을 미쳐 지구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될 수 있다. 식물 대부분이 열매를 맺지 못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초식동물이 대규모로 멸종할 것이다. 벌을 먹는 새들도 사라지고 초식동물을 먹는 고등동물도 사라질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마이어 교수는 국제학술지 ‘랜싯’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꿀벌 대량 실종 사태의 원인은 여러 요인 중에서도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산란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철 꿀벌은 벌통 내부에 뭉쳐 비축해둔 꿀을 섭취하며 추위를 버틴다. 이때 태어난 애벌레들이 봄에 벌이 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돕는데 최근 이런 애벌레들이 사라진 것이다. 또 이상기온으로 국내 밀원수(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수집하는 나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카시아나무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꿀벌은 비행이 어려워 꿀을 모으지도 먹지도 못하는 날이 많다.
이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린 벌들에게 돌아온 건 악순환이다. 면역이 약해진 애벌레들은 진드기인 응애가 옮긴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졌다. 살아남아 성충이 된 벌은 체중이 줄거나 수명이 단축됐다. 여왕벌 역시 허약해져 건강하지 못한 알을 낳았다. 또 진균의 소화기 감염으로 배가 부풀어 날지 못하는 ‘노제마증’이 발생하고 있고, 바이러스에 의해 꿀벌 유충 내부가 삼출액으로 가득 차 썩게 되는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을 멸종에 이르게 할 정도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국가가 지정한 제2종 가축전염병이다.
밀원숲 조성으로 꿀벌 돌아오게 해야
낭충봉아부패병은 최근 리보핵산(RNA)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돼 새 길이 열리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제놀루션’은 낭충봉아부패병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RNA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꿀벌이 유전자 치료제가 들어 있는 설탕물을 먹으면 낭충봉아부패병을 유발하는 몸속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저격해 억제하는 원리다. 이 과정에서 꿀벌에게 유익한 균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전자 치료제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의 연구개발 과제로 개발됐다. 정부는 응애류 피해에도 대대적 방제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계획이다.
매년 5월 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이다. 꿀벌 보존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꿀벌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2017년 제정했다. 우리 정부 또한 2020년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양봉산업과 꿀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특화된 밀원숲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은 국유림을 대상으로 매년 150헥타르(㏊) 이상의 밀원숲을 만들어나가고, 국립산림과학원은 밀원 생산성이 우수한 수종을 발굴하고 있다. 개화시기가 다른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밀원단지 조성은 채밀기간을 길게 해 꿀 생산량을 늘리고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꿀벌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 1월 유럽 전역에 밀원수를 심어 꿀벌 생태 통로 ‘버즈 라인(Buzz Line)’을 만든다는 ‘꽃가루 매개자 뉴딜(New Deal)’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꿀벌·나비 등 꽃가루 매개 생물의 감소세를 2030년까지 회복세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15년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서식지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세계의 양봉은 생사기로에 놓여 있다. 지금 당장 꿀벌이 살아갈 건강한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서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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