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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퇴치 첫걸음은 피해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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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남정호 본부장·이상기 센터장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현상을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위치에서 전염병과 맞서 싸워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유행이 있다. 인포데믹(infodemic)이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팬데믹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은 허위·조작 정보가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사회를 일컫는 단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29일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모두연설에서 “국제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고,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짜뉴스가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21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3년에는 미국이 주최한 가운데 한국 등이 공동주최국으로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는 지금 다양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특히 지난 세기 인류의 자유와 번영을 이끌어온 민주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가짜뉴스를 꼽은 윤 대통령은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가짜뉴스의 폐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에 정부도 가짜뉴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기존의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TF) 기능을 강화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이하 센터)’를 설치했다. 5월 9일 문을 연 센터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신고를 받고 구제 절차를 안내하며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공개할 목적으로 세워진 조직이다. 이상기 센터장을 중심으로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의 지휘하에 운영되고 있다.
남 본부장은 허위·조작 정보의 일종인 가짜뉴스를 세 가지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봤다. 의도적으로 기획됐고 기사 형식이어서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사실이 아닌 것이다. 남 본부장은 “가짜뉴스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미 수없이 유통돼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센터의 활동 목적 중 하나는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과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신뢰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센터의 활동 계획을 소개했다.



왜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센터가 설치됐나?
남정호 본부장(이하 ‘남’)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됐다. 신문법 제35조 제1항 4호에는 언론진흥재단의 역할에 대해 규정돼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독자 권익보호 및 언론공익사업 지원’이다. 신문법 시행령 제28조 6호에서는 재단이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 및 피해구제에 관한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가 날로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일반 국민이 개별적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피해구제 절차를 알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센터는 잘못된 보도나 허위정보로 피해를 입은 사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나아가 신문법 제29조 제1항에는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건전한 발전과 읽기문화 확산 및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둔다고 돼 있다. 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횡행하면 사람들은 언론을 믿지 않게 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다. 건전하고 발전적인 언론 풍토, 재단이 지향하는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가짜뉴스를 구별하고 줄이는 데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단의 책무이자 설립 목적에 맞는 일이다.



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이상기 센터장(이하 ‘이’)
우선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이다. 피해자가 센터에 가짜뉴스를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면 적절한 피해구제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를 연결할 수 있고 허위·조작 정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협력해 관련 기관과 피해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관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안내할 수 있도록 법조계나 학계와도 협력해 적절한 대응전략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고 사례가 누적되면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 유형을 분류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해 뉴스 수용자와 국민을 보호할 것이다.
일종의 ‘종합안내소’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가짜뉴스를 접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여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아직 우리는 가짜뉴스 실태가 어떠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효과적인 절차를 안내하고 상담하는 주된 역할에 더해 실제 피해구제 사례들을 정리해 피해자 구제 매뉴얼 등을 마련하는 역할도 검토해나갈 것이다. 가짜뉴스를 연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래야 대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유형화할 것이다. 그런 로데이터(원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센터가 할 일이다.



가짜뉴스는 왜 심각한 문제로 다뤄져야 하는가?
가짜뉴스는 언론과 미디어 종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 정보주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다. 명예훼손 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경제적 손실이 나게도 한다. 관련 소송이나 사실검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미디어 전반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키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의 발달도 가짜뉴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챗GPT를 위시한 AI는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그럴 듯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그에 대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신문기사에는 정보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AI가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인 반면에 AI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출처가 명시돼 있지 않다.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AI로 인한 피해는 줄이고 선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도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개발하는 데 지원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예전부터 제기돼온 문제인데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수용하는 선택적 노출이 문제다. 특히 사실이 아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괴담 형식의 정보는 더 빨리 확산되고 확대 재생산된다. 흥미 위주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는 뉴스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가 중요하다.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하기 위한 재단의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 연령층에 걸쳐 필요한 능력이지만 연령과 상황마다 더 필요한 능력이 다르다. 예를 들어 노인층은 우선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디지털기기와 온라인 환경에 대한 적응 훈련, 미디어 활용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또 수용자의 비판적인 이해 능력을 제고해야 미디어 리터러시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일선 학교에 파견하는 미디어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교사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지역별로 기자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미디어교육 평생교실을 연다. 앞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대학의 뉴스활용 강좌와 연계해 비판적 언론읽기 능력을 배양하는 등 우수 수업모델 개발을 지원할 것이다. 가짜뉴스 신고 사례가 누적되면 교육에 관련 내용을 추가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도 가짜뉴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점,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예로 들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다.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권리로서 가짜뉴스 문제를 언론의 자율적인 대처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20세기 초부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경우 언론 등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보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될 때가 많다. 팩트체크나 언론의 자율규제 외에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피해를 억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발달해 있다 보니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등의 이용이 보편화된 탓에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센터는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 진흥을 목적으로 수립된 기관이지 규제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가짜뉴스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하되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과 언론산업 진흥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대책에는 정부, 언론, 학계, 시민사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노력은 결국 뉴스 수용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센터를 통해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증진되고 정보 복지가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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