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침해·차별 뿌리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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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군인권보호관(가운데)이 7월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겨레
군인권보호관 출범
2022년 7월 1일 군대 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와 정책 권고 등을 담당하는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다. 군인권보호관 활동 등 군인의 인권보장 강화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 실현’에 명시돼 있다.
군인권보호관제도는 2014년 4월 육군 전방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구타·가혹행위로 병사가 사망한 이른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군인의 인권 문제를 전담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관련 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2021년 5월 공군 비행단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급진전됐다. 군 내 인권침해 근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2021년 12월 국회에서 군인권보호관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숙원 과제이던 군인권보호관제도가 출범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간 군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의 희생의 대가로 얻어진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며 피해 당사자, 가족,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인권위는 군인권보호관의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권 친화적인 병영문화가 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운 초대 군인권보호관(인권위 상임위원)은 “군 내 인권침해·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 임무”라며 “군인권보호관으로서 부대 방문 조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인권침해를 조기에 발견하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을 권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진정 접근권 보장 규정 마련
차관급인 군인권보호관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0조2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임위원이 겸직하며 군인권보호위원회의 위원장이 된다. 박찬운 상임위원의 임기는 2023년 1월까지다.
고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군인권보호관 출범이 제 아들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는 게 너무나 슬프고 원통하고 분한 일이지만 유족들이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힘줘 이야기했던 건 우리 같은 이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며 “군에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송기춘 군사망사건진상규명위원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군 인권침해 피해 유족인 이주완(고 이 중사 아버지), 박미숙(고 홍 일병 어머니), 황오익(고 황 하사 아버지)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이 함께했다.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함에 따라 군인들은 군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차별행위에 대해 좀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됐고 인권위는 군 내 인권침해 등의 사건에 조기 개입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됐으며 사전 예방 활동도 가능해졌다.
우선 군인들이 군 내 인권침해 등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권 보장 규정이 마련됐다. 국방부 장관은 우편, 전화, 인터넷 등 군인들에게 진정 수단을 제공하고 이를 널리 알릴 의무가 있다. 진정 제기 역시 피해 당사자는 물론 목격자, 장병 부모, 친구 등 그 사실을 아는 사람도 가능하다.
인권침해 등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뒤에도 진정이 가능해졌으며 동일 내용이 재판·수사 중인 경우에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군인들이 군복무 중 진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전역한 지 1년이 경과한 뒤에 진정한 사건은 조사할 수 없고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인 수사나 권리구제 절차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또 군인 등이 복무 중 사망한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이 인권위에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군인 사망사건에 인권위가 입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장 확인, 유가족 면담, 진정 접수 안내, 조사 모니터링 등 군인 등의 사망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조기 개입과 유가족 지원이 강화됐다. 군인권보호관 도입 이전에는 진정 또는 언론보도가 없으면 인권위가 인지하기 어려웠다.
군부대 방문조사권을 신설함으로써 1300여 개에 이르는 군부대를 방문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군 전체 부대 방문 조사가 가능해지면서 권고·의견 표명 등 이행 실태 확인 점검과 결과 공표가 가능하고 군 인권침해·차별행위가 발생한 다음의 사후적 권리구제 활동이 아닌 선제적 예방 활동도 가능해졌다. 군인권보호관이 직접 긴급 방문 시에는 국방부에 사전 통보를 생략할 수 있다. 이전에는 군 구금시설만 방문 조사가 가능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사후 권리구제 체계에서 사전 예방체계로 전환
군인권보호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군인권보호위원회도 신설됐다. 군 인권침해 예방 및 군인 등의 인권 보호와 관련한 전담 심의기구다. 군 인권 관련 심의 의결을 특화해 군 인권 업무 전문성을 높이고 군 인권 관련 수시 의결체계를 구축해 권리구제의 신속성을 도모하고 있다.
군인권보호관은 체포·구인 등 강제수사 권한은 없지만 조사 거부, 진술서 제출 거부, 출석요구 거부 시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조사 거부 사실 등을 언론에 공표함으로써 이행을 압박할 수도 있다.
군인권보호관은 앞으로 군 인권침해 개선·예방을 위한 군 인권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군 인권 관련 제도·정책에 대한 조사·연구, 피해자 보호체계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군부대 방문 조사가 가능함에 따라 기존의 사후 권리구제체계에서 사전 예방체계로 전환한다. 성폭력 발생 부대, 가혹행위 사건 부대 등을 우선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박찬운 군인권보호관은 7월 18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와 계룡시 육군본부를 방문해 군인권보호관 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소개했다. 박 군인권보호관은 육군훈련소에서 입영자와 가족을 만나 군 복무 중 인권침해를 당한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안내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고 이예람 중사가 근무했던 공군 부대에서 또다른 여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군인권보호관을 즉시 파견했다.
인권위는 7월 19일 “이날 국방부로부터 사망 사건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인권위는 군인권보호관의 결정에 따라 즉시 조사관을 급파해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있을 부검 등 조사과정에 입회할 것을 해당 부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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