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어야 건강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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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뭘 먹어야 도움이 될까요?”다. 잠시 검색만 해봐도 질병에 좋은 각종 식품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약까지 무수히 많은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가 뜬다. 그런데 만약 그 약이 효과가 있다면 힘들게 광고할 필요가 없다. 특허를 신청한 다음 전 세계적으로 팔면 된다. 약은 특허권을 무려 20년간 독점 보장해준다. 실제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경우 2022년 매출만 26조 원으로 우리나라 모든 제약회사의 전체 매출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믿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는 사람은 항상 있다. 의사로 일하다 보면 누구나 잘못 먹은 약 때문에 오히려 간이 파괴된 사람을 한 번 이상은 보게 된다. 독성 간염에 걸린 것인데 보통은 섭취를 중단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간이 완전히 파괴된 경우 간 이식까지 받아야 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건강보조식품도 문제가 될 때가 있다. 효과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물질을 광고하면서 판다. 이런 물질의 대부분은 과학자나 의사들로부터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얻는다. 보통 특정 건강보조식품이 유행하면 과학자나 의사들이 연구를 시작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논문이 줄줄이 발표된다. 그러면 제약회사들은 슬그머니 다른 건강보조식품을 내놓는다. 그리고 과학자나 의사는 또 실험에 들어간다. 끊임없는 술래잡기가 벌어지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거짓말은 즉시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밝혀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언제나 주도권을 쥐는 것은 거짓말이고 진실은 뒤늦게서야 거짓말을 겨우 따라갈 뿐이다.
그 사이 손해보는 것은 소비자다. 만약 특정 물질이 그만한 효과가 있다면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받은 후 전 세계에 판매해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무섭다. 임신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굳게 믿으면 실제로 배가 불러오고 입덧을 하기도 한다. ‘상상 임신’이다. 이처럼 마음으로 굳게 믿으면 그것이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이라도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는 밀가루라 하더라도 대략 30% 정도에서 통증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한다면 비싼 영양제를 사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큰 기대감으로 당신의 건강이 나아질 수도 있으니. 참고로 각종 영양제의 원가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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