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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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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5월 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 의지를 다지고 분야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현장에 한국 시찰단을 파견하고 반도체 공급망 공조와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102분에 걸친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양자 방문으로는 12년 만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이번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본격화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윤 대통령과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50여 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이른 답방은 윤 대통령이 보여준 ‘결단’에 대한 ‘호응’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전문가 시찰에 합의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이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3월에 윤 대통령이 나타낸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과 연대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자 조기에 방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의제 중 하나는 한국 전문가들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제1원전) 오염수 시찰단 문제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제1원전에서는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된 냉각수와 외부에서 유입된 빗물이나 지하수 등으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물탱크에 보관해왔다. 그러나 물탱크에 보관할 수 있는 오염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본 정부는 2023년 여름부터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본 밖에서는 이 오염수에 ALPS로 걸러지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 환경과 인근 지역 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토를 받으며 투명하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설명을 해나갈 생각이지만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5월 내 한국 전문가의 현장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과 관련된 전문가 시찰단이 5월 23일 현지에 파견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현장 시찰단은 정부 관련 기관 및 산하 기관 전문가로 구성할 것”이라며 5월 12일 한일 국장급 협의도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전문가를 포함한 IAEA 전문가 시찰단이 2022년 4월부터 5차례 일본 당국의 조치에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한 적은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한국에 시찰을 허용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 국민의 우려에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강조했다. 1998년 10월 발표된 공동선언이란 흔히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공동선언에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또 기시다 총리는 3월 6일 발표된 강제징용 해법 관련 조치를 언급하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저도 당시에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은 경제·안보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G7 정상회의 계기에 3자 정상회담 등 한·미·일 3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한 내용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앞으로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화된 경제·안보 협력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한일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언급했다.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비롯한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것이기는 하지만 안보협력이 중요한 한일 간에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한미 간 워싱턴 선언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이 본 궤도에 오르면 일본도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민주, 법치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이 협력해서 양국의 공동 이익과 또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 당국 간 안보 대화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경제안보대화, 그리고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경제 분야의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밝히며 “화이트리스트의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절차를 간소하게 해주는 수출심사 우대국을 의미한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불거진 한일 양국 간의 갈등에 대해서 기시다 총리는 “두 달 안되는 사이에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침체기를 벗어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합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반도체 분야만 아니다. 윤 대통령은 “우주, 양자,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연구개발(R&D)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금융, 관광,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가 가동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인 ‘제네시스 프로그램’이 전면 재개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한일관계를 여는 도약
한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일은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성공적으로 수행된 작전 ‘프라미스’에 대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먼저 지난 4월 24일 수단에서 일본인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이 제공한 협조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프라미스 작전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수단에서 우리 교민을 성공적으로 구출한 작전이다.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약 8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단에 체류 중인 일본인들이 우리 교민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철수 과정에서 이뤄진 양국의 협력은 달라진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한일관계에 대한 희망은 기시다 총리 역시 방한 과정 중에 계속 강조한 부분이다. 기시다 총리는 5월 8일 일본으로 귀국하기 전 한국 취재진을 만나 “윤 대통령 관저에 초대받아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깊게 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5월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공동기자회견 중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밝힌 심경에 대해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공식화한 뒤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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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와 번영 이끌 한일 협력



윤석열 대통령은 5월 7일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일 간의 협력과 공조는 양국의 공동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돼온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은 더 끈끈한 연대로 국제사회에서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이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한일 관계도 본격적인 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의 미래 협력을 위한 유익한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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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네 번의 만남, 격을 높인 예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년 사이 네 번의 만남을 가졌다. 2022년 9월 뉴욕에서 첫 만남을 시작으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2023년 3월 일본 도쿄로 이어진 만남은 두 정상이 신뢰를 쌓기에 충분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문은 1박 2일의 실무 방문 형식이지만 윤 대통령은 격을 높인 예우로 기시다 총리를 맞이했다. 5월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찾아온 기시다 총리 부부는 양국 국기를 든 의장대와 군악대 200여 명이 도열한 마당 앞을 지나 현관에 서 있던 윤 대통령 부부의 환영을 받았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마당으로 내려가 나란히 걸으며 육·해·공 의장대를 사열했다. 10여 분간 이어진 공식 환영식이 끝나고 청사에 들어서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웃으며 함께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 부부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최근 새롭게 단장한 대통령실 1층 로비도 외빈에게 처음 공개됐는데 길이 6m에 달하는 미디어월(대형 LED 전광판)이 눈길을 끌었다.

박스기사3
만찬 테이블 위에는 화합을 이루는 한식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는 3월 16일 일본 도쿄에 이어 5월 7일 서울에서도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시다 총리 부부를 대통령 주거공간인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만찬은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만찬 주 메뉴는 한우 불고기와 갈비찜, 잡채와 탕평채 등 한식이었다. 구절판과 민어전, 자연산 대하찜, 메밀냉면 등도 함께 식탁에 올랐는데 대통령실은 “갖가지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한식의 특성을 살려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일 양국 문화와 스포츠 등 관심사를 공유하고 환담을 나눴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5월 19일부터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좋은 말씀을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날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사찰 진관사에서 함께 관람한 수륙재 의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수륙재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불교의식이다. 진관사에서 수륙재를 진행한 동희 스님은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여러 차례 다녀간 바 있는데,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가 히로시마인 만큼 이와 관련해 양 정상 부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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