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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일상으로! 꽃 덕후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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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꽃 구독 어니스트플라워 김다인 대표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하려고요.”
소셜벤처를 창업해 고군분투하던 후배가 기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창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 어려운 창업으로 해내는 일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면? 어려움의 난이도가 두 배 이상으로 커진다. 김다인 대표가 농장의 꽃을 직배송하는 어니스트플라워를 창업하게 된 것은 결혼식 때 사용한 꽃을 나누는 플리(플라워 리사이클링)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비영리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해 영리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초 플리는 기부금에 의존해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플리를 운영하는 것 보다 기부금을 모금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써야 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우리가 번 돈으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꽃 농장과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꽃커머스 어니스트플라워를 시작하게 됐다. 꽃이라는 상품을 생산자와 고객에게 연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어니스트플라워가 건네는 진심에 감동하는 농부와 고객은 김다인 대표와 팀원들이 오늘을 이어 내일을 만드는 이유다.

결혼식 꽃으로 또 다른 행복을 만들 수 있다면?
김 대표가 플리를 시작한 것은 사회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루트임팩트에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동료들과 꽃으로 심리치료나 봉사활동을 하는 해외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식장에서 사용된 꽃을 봉사활동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김 대표에게 꽃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달래주던 존재였다. 마침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지인에게 꽃나눔 프로젝트에 꽃을 제공해줄 것을 제안했다. 지인은 흔쾌히 동의했고 그렇게 2015년 여름 플리를 시작하게 됐다.
플리는 결혼식 때 사용한 꽃들을 모아 요양원, 아동 시설, 미혼모 시설, 장애인 시설, 호스피스 병동에 전했다. 꽃을 선물 받은 사람들의 감동의 나비효과가 언론에 소개된 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봉사자로 참여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운영하기에는 규모가 커져 김 대표는 회사를 퇴사한 후 플리에 전념하게 됐다. 이후 플리가 구글 임팩트 챌린지 수상자로 선정돼 2억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비영리법인으로 조직화해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꽃 농부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도록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 이어가던 플리는 이내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회공헌사업은 단발성인 경우가 많아 플리를 지켜내기 위한 수익사업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동료들과 고민한 끝에 월 구독료를 내면 신선한 꽃을 산지에서 직배송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사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충남 태안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꽤 큰 규모의 사업을 제안해준 것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태안은 화훼농가만 200개가 넘어 팜투테이블을 시도하기 적절한 곳이었다. 꽃 농장과 고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어니스트플라워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수천 장의 박스패키지를 제작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팀원들은 박스 도사가 됐고 화분박스는 특허까지 받았다. 안전한 배송이 가능하면서도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를 찾기 위해 각종 포장재를 연구·테스트했고 고객의 의견을 끝없이 들어가며 패키지를 개선했다.
농부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어니스트플라워가 개발한 패키지를 사용해 꽃을 배송한다. 농부들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발굴한 매력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 페이지에 담는 것도 어니스트플라워의 몫이다. 태안 지역 20곳으로 시작한 협약 농가는 현재 50곳으로 늘었고 그동안 누적된 고객후기도 2만 개에 이른다.
꽃은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이 어려워 표준 관리와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다.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판매해 폐기율을 낮춰야 하다 보니 연매출 100억 원이 넘는 곳도 공급망 관리를 구축하는 대신 들어오는 대로 판매하고 출고하는 상황이다. 어니스트플라워는 어버이날처럼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에 대응하고, 전국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규모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표준화되지 않은 재료명을 내부 기준을 정해 기준표를 만들고, 각 재료의 상실률과 유통기한에 맞춰 입고주기 및 판매기한을 관리해 선판매뿐 아니라 최대 2~4주 후까지 꽃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당장의 생존이 버거운 작은 기업이 섬세한 관리 및 출고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꽃 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니스트플라워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촘촘하고도 안정적인 운영시스템을 마련하게 된 덕분에 자사몰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판매 물량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고객과 플로리스트들의 주문 수량이 늘면서 2023년 매출 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좋은 꽃을 누릴 수 있게
어니스트플라워는 누구나 쉽게, 좋은 꽃을, 일상에서 누리는 날을 향해 오늘도 종종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니스트플라워가 꿈꾸는 일상은 누구나 동네 마트에서 신선한 꽃을 싼 가격에 사서 집안에 꽂는 모습이다. 김 대표가 수많은 고난의 여정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팀원들 덕분이다. ‘누구나 쉽게, 좋은 꽃’을 누리는 일상이 가능할까 싶지만 어니스트플라워 동료들은 ‘우리니까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료들이 최고의 자산이자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김 대표의 곁을 지키며 사람과 살림살이를 챙겨주는 김진희 씨는 회사가 구멍 없이 돌아가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다. 창업 전 다닌 루트임팩트에서 만난 식물덕후 허지용 씨는 ‘식집사(식물+집사)’다운 섬세함으로 고객관리경험을 담당하고 있다. 특급호텔 플로리스트로 일하다가 꽃시장의 한계를 뚫어보겠다고 합류한 김수지 씨는 왕복 100㎞를 달려 출퇴근하면서도 꽃을 만나는 설렘으로 일한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맨땅에 부딪혀 보고 싶다고 합류한 배동률 씨는 지난 9개월 동안 새벽 4시에 출근하며 플로리스트 대상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어니스트플라워 사이트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개발팀 리더 강성우 씨는 존재감만으로도 힘이 돼주는 동료다. 김 대표는 이런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리면서도 이들의 노고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늘 마음이 무겁다.
꽃산업은 시장 규모가 작고 기존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특성상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다보니 영수증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대표는 꽃시장의 생리를 알게 될수록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니 놀라면서도 ‘그렇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의 용기에 감탄하곤 한다. 어니스트플라워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안정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업고객 시장을 넓혀가는 한편 계약재배도 늘려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어니스트플라워는 매일 한 걸음씩 성공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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