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 넘어서는 확장억제 방안 힘들 것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동맹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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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가 말하는 ‘워싱턴 선언’ 의미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의 책상 위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이 중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워싱턴 선언’ 전문을 출력한 종이는 밑줄을 긋고 강조점을 표시한 흔적으로 빼곡했다. 민 교수는 “최고 수준의 정부 문서가 나올 때는 단어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담아 작성한다”며 “축약된 언어로 표현돼 있어 추상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뜯어보면 수많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봤을 때 “워싱턴 선언 이상의 확장억제 방안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것이 민 교수의 말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는 워싱턴 선언 채택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역사를 되짚고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를 평가한다면?
확실히 좋은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적으로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워싱턴 선언이라는 결과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경제 안보의 측면에서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같은 분야는 물론 우주, 사이버 같은 영역으로도 확장됐다는 의미가 있다. 정상 간의 개인적인 신뢰도 상당히 증진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방미 기간 내내 강조됐던 것이 ‘가치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이라는 사실은 왜 중요한가?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이라는 말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이나 단기간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맺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맹을 의미하는 ‘파이브아이즈’는 역사와 언어 같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끈끈하게 유지된다.
한미동맹의 기반은 양국이 지키려는 가치가 같다는 데 있다. 한국과 미국은 70년 동안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지켜왔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가치를 지키면서 큰 발전을 이뤘다. 물론 이런 부분은 정책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불협화음이 있다든지 정책적 차이가 벌어지더라도 양국 간의 관계는 끈끈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이슈를 다룬 것도 가치동맹의 연장선인가?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언급되는 이유는 한미동맹이 70년 동안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1953년 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은 처음에는 군사안보동맹이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만든 군사동맹인데 70년 사이 한국의 국력이 신장하고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도 변하면서 점차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장됐다. 다시 말하자면 의제가 넓어졌다는 얘기다. 인도·태평양, 나아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미동맹이 모범적인 동맹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보통 양자관계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 같은 것이 먼저 나오고 글로벌 이슈, 역할에 대해 제시되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우크라이나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가 먼저 제시되고 인도·태평양 전략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제 한미동맹은 글로벌 이슈를 강조하는, 그 부분에 있어서 한미가 협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변화의 흐름을 미국이 이끌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발맞춰 나가야 국익을 담보할 수 있다. 한때 우리는 ‘안미경중’,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안미경세’,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은 이제 공급망을 재편하고 동맹국과 함께 새로운 원칙이나 규범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우리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미래 먹거리나 성장동력이 다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글로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일환이다. 물론 중국이 견제를 한다. 그건 중국의 국익을 생각해봤을 때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우리는 우리 국익에 맞게, 중국은 중국 국익에 맞게 태도를 가지는 것이 외교다.
워싱턴 선언이 확장억제 방안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워싱턴 선언에서 제시된 핵협의그룹(NCG)을 나토(NATO)의 핵기획그룹(NPG)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논의되기도 한다.
보통 확장억제 방안으로 세 가지가 제시된다. 자체 핵무장이 첫 번째고, 두 번째가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세 번째가 억제력·실행력 강화다. 첫 번째, 두 번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고 일단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만 보면 얼마나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NPG와 NCG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간혹 나오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나토도 우리도 핵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지만 핵 능력은 미국의 배타적인 권한이다. 중요한 것은 핵 우산이 수사적인 약속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무엇을 제공하느냐다.
자체 핵무장 기회를 포기한 것이나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핵 우산을 토대로 해 견고한 동맹시스템을 마련하고, 이 안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것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도 NPT 체제에 대해 인정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NPT 체제하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미국은 스스로를 어기는 셈이 된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라는 방향을 지킬 수도 없다. 게다가 우리 입장에서 봐도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들여놓은 전술핵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텐데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술핵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전술적으로 봐도 전술핵 재배치는 큰 의미가 없다. 워싱턴 선언에서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정례적으로 전개한다고 했는데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을 모두 한반도에 동원한다는 얘기다.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강력 반발하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개발하는 것을 저지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쓰는 걸 억제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억제력 이야기가 나온다.
NCG가 실효적인 협의체가 되려면?
상설협의체에 참여하는 주체가 차관보급이라 해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관급으로 격상할 경우 무게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1년에 3~4차례씩 가장 전문성 있는 현직 관료가 만나자고 한 것은 이 협의체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면서 불협화음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면서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 선언은 틀을 만든 것으로 시작점이라고 보면 되는 것인가?
실효성을 담보하는 일은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다. 억제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지금은 최고 수준의 협력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과학법 논의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통령은 행정수반이다. 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할 일이다. 법을 고치는 문제는 의회에 달렸으나 대통령이 ‘긴밀히 협조하겠다’라고 했으니 이제 실질적으로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다. 우리로서는 최선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가 협력을 증진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실제로 정책적으로 실행하다 보면 이런 불협화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 향후 한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주요 내용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
2.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규탄 및 개발 중단 촉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 재확인
3.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행동 촉진
4. 디지털 콘텐츠와 클라우드 컴퓨팅 성장 촉진 등 연구개발에 관한 협력 강화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협력 확대
1.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호 협력 강화
2. 양국의 지역 파트너십 구축
3.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강조
4.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재확인
철통 같은 양자 협력 강화
1. 반도체·철강 등 통상 관련 우려 다루고 외환시장 협력에 대한 인식 재확인
2.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이 상호 호혜적인 기업 활동에 있어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 계속
3.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창설 등 경제안보 증진 약속
4.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
5. 우주 협력 통한 한미 동맹 강화
6.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등 미래세대 교육을 위한 협력, 양국 공동지원 교류 이니셔티브 발표
박스기사
워싱턴 선언 주요 내용
핵협의그룹(NCG) 창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새로운 NCG 설립
*중대한 사태 시 미국 전략자산 사용 계획 및 확장억제 계획 공유·논의
확장억제 강화
*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무기 지원 공동실행 및 기획협력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등의 전략자산 장기적 한국 전개
*연합훈련·연습 및 모의 활동 강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확인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협력 협정 준수 재확인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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