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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면 ‘인생 2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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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정부지원 프로그램 운영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은 정부가 1000인 미만 기업이나 특수한 고용관계에 있는 중장년층이 재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지원 프로그램이다.

40~60대를 중장년이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나이기도 하지만 여느 세대와 똑같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다. 지금의 커리어를 이어갈지, 이직이나 창업을 할지, 노후는 어떻게 준비할지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50대 중반 김지원 씨(가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소제조업체에 근무하던 김 씨는 회사로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2막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과정을 신청했다.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김 씨는 상담, 교육,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잊고 있었던 교육자에 대한 꿈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사내 산업안전교육 담당자 업무를 자원해 부서를 옮겼고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더했다. 또한 회사에서 맡았던 기획·대외입찰 업무에 대한 교육 사업을 염두에 두고 코칭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현재 김 씨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약하는 등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씨처럼 중장년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생 2막에 대해 고민한다. 정부는 이런 중장년을 돕기 위해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 도움받아 경력설계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이란 미래 준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직자에게 중장기적 관점으로 경력설계를 상담해주는 것을 말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1년부터 10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 예정자에게 진로 설계, 취업 알선 등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은 그 일환으로 정부가 만든 지원프로그램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은 만 45세 이상 중장년 근로자로 1000인 미만 기업에 재직하고 있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 4월부터 시행돼 이제 약 1년을 넘겼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될 때부터 꾸준히 운영해온 서울 중구 충무로의 상상캔버스를 찾았다.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가 운영하는 상상캔버스는 중장년에게 취업 관련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강의실부터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강의실까지 다양한 공간이 있다.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대상자들은 주로 일대일 강의실에서 과정을 진행한다.
상담은 5주간 이어지며 1회당 120분씩 진행된다. 전문가와 내담자가 일대일로 진행되며 내담자는 10만 원만 내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상담과정을 80% 이상 수료할 경우 10만 원이 전액 환급되니 비용적인 부담도 없다.
현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아직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에 대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음알음 상상캔버스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근심 어린 얼굴로 상상캔버스를 찾았던 내담자들이 5주 과정이 끝나면 웃으면서 나간다고 한다. 전문성을 겸비한 컨설턴트가 참여하는 것도 장점이다. 경력설계 컨설턴트, 심리상담사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이직을 원하는 직종의 현직자나 인사 담당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전략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상우리 김도형 교육개발팀장은 “2022년 4월 시작해 이 과정을 거친 근로자만 80명 정도”라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컨설턴트가 21명 있는데 모두 전문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한 베테랑”이라고 설명했다.



경력계발형과 경력전환형으로 나눠
프로그램은 크게 경력계발형과 경력전환형으로 나뉜다. 경력계발형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경력전환형은 새로운 환경으로 경력을 전환하는 것을 돕는 과정이다. 내담자의 역량 및 경력전환을 하고 싶은 시장을 학습하고 창업이나 경력전환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한다,
두 과정 모두 똑같이 5주 동안 진행된다. 첫 번째는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의 직업 가치관 등에 대해 탐색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2회 차는 경력기술서를 통해 나의 경력을 살피는 시간이다. 나의 경력과 핵심 업무능력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능력을 점검한다. 3회 차부터는 본격적인 목표설정이 시작된다. 경력계발형의 경우 현재 업무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경력전환형은 어떤 직종을 선택해서 구직할 건지 방법에 대한 상담이 이어진다.
4회 차에 접어든 경력계발형은 핵심역량을 계발하는 방법과 실행법을 탐색한다. 경력전환형은 구직을 희망하는 기업을 분석하고 핵심역량을 잘 드러낸 이력서 등을 작성해본다. 경력계발형은 5회 차에 경력성장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정하고 습관화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경력전환형의 5회 차는 이직이나 창업을 위한 실천계획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나 구직서류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이다.



내 진로성향을 찾아라
상상캔버스에서는 진로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진로성향 분석도구를 사용한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처럼 인생가치, 행동성향, 경제조건, 활동방식 등으로 나눠 개인 특성과 성향을 진단해 상담의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
김 팀장은 회 차마다 진행하는 워크시트를 보여줬다. 한 식품업체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이우리 씨(가명)가 빼곡하게 적어놓은 워크시트를 볼 수 있었다. 1회 차 경력기술서는 간단한 내용들만 적혀 있었는데 회 차가 진행되면서 내용이 점점 길어졌다. 2회 차 워크시트에는 종이 앞뒤로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이 씨를 담당한 김은경 수석컨설턴트는 “경력기술서를 쓰는 이유가 있다”며 “이걸 쓰면서 경력과 역량을 구분할 수 있다. 내담자 스스로 어떤 역량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력은 내가 그동안 해온 일을 역량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근로자 대부분은 경력과 역량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들은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역량에 대해 알게 된다. 핵심역량을 파악하면 그 다음 원하는 일을 파헤친다. 사람마다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내담자가 핵심역량을 발휘해 원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조율하다보면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진다. 그러면 컨설턴트들은 내담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에 도전한다거나 업무 역량을 높여주는 수업 참여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120분씩 5회 진행되는데 600분의 시간이 모자랄 만큼 밀도있게 진행된다. 김 팀장은 “5주 과정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했다고 말하는 내담자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무역량과 전혀 다른 길로 떠난 내담자도 있다. 김 컨설턴트가 담당했던 내담자 박지은 씨(가명)다. 보험영업만 해온 박 씨는 새로운 직업을 찾고 싶었다. 보험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며 김 컨설턴트를 찾아왔다. 김 컨설턴트가 체크해보니 다른 직업으로 옮길 수 있는 자격증이나 직무역량 개발, 교육을 받은 경험 등이 전혀 없었다.

경력설계로 자아효능감·자존감 상승
김 컨설턴트는 박 씨가 강의하고 교육하는 것에 대한 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컨설턴트는 박 씨에게 보험에 대한 부정적 원인을 덜어낼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했다. 보험을 영업이라 생각하지 않고 서비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고 박 씨가 몸담았던 서비스업에서 강사로 진입할 수 있는 CS(Customer Service·고객관리)리더스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조언했다. 박 씨는 김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어느 대기업에서 CS 강사로 일하고 있다.
김 컨설턴트는 업무역량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들려줬다. 중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던 서진아 씨(가명)는 다른 곳으로 이직하길 원했다. 영양사는 40~50대가 되면 대체로 요양보호사로 직종을 바꾸거나 요양병원에 있는 영양사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 씨는 병원 근무를 원하지 않았다. 일평생 영양사로만 근무한 터라 다른 직종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도 없었다. 상담을 하는 도중 서 씨는 자신이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 컨설턴트에게 반려동물 사진을 보여주면서 간식을 직접 만들어준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 컨설턴트는 반려동물 영양사라는 직업을 제안했다. 현재 서 씨는 수제 반려동물 간식 업체를 꾸리는 1인 기업 사장님으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김 컨설턴트는 “상담과정에서 보면 많은 분이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사실 여기 올 때까지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업무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내담자가 대부분”이라며 “좁은 시야에 갇혀 보지 못했던 부분을 확인하고 나면 자아효능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이 상담을 통해 삶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하는 내담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무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준연 매니저는 경력설계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전 국내 모 기업에서 3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내담자가 5주 차 과정에서 회사 업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이 매니저는 자신의 회사생활에 견줘 필요한 조언을 해주곤 했다. 내담자는 과정이 모두 끝난 지금도 이 매니저를 멘토로 여기고 자주 조언을 구하고 있다.
상상캔버스 제도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혹은 알고 있어도 용기가 없어 방문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김 컨설턴트는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직면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컨설턴트와 같이 고민하면 미래가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희망이 생기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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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위한 또 다른 일자리 정책

올 123개 자치단체서 3000명 규모 일자리 제공
경력형 일자리 사업은 만 50~69세 미취업자에게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해 일경험 및 민간일자리로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 123개 자치단체에서 455개 사업, 3000명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
담당업무는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 산업안전 컨설팅, 소상공인 금융상담, 드론 환경감시단 등 다양하다. 담당업무 관련 전문 자격이나 일정 이상의 경력을 갖춘 사람이면 참여할 수 있다. 근무 기간은 사업에 따라 최대 11개월로 주 평균 32시간 근무에 월 평균 166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중장년 워크넷 누리집(www.wokr.go.kr/senio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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