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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울하셨죠? 전 지구인 빵빵 웃겨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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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넌버벌 코미디그룹 ‘옹알스’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장을 찾은 것도, 이토록 크게 웃어본 일도 오랜만이다. 그것도 말이 아닌 몸짓에 말이다. 옆 사람의 땀냄새까지 느껴지는 소극장, 무대 위와 아래의 경계 없이 배우와 관객은 웃음으로 하나가 됐다. 코미디그룹 ‘옹알스’ 공연장의 풍경이다.
옹알스는 고무장갑, 공, 팬티, 변기 커버, 페인트 등 각종 생활용품을 활용해 오로지 몸짓만으로 관객을 폭소하게 한다. 전문용어로 ‘넌버벌(말하지 않는)’ 코미디다. 여기에 멤버들이 선보이는 저글링과 비트박스, 마임, 마술 등 각종 장기는 웃음을 넘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저글링은 옹알스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세계적 공연그룹 ‘태양의 서커스’에서 영입 제의를 받을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무대는 전 세계, 관객은 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이다. 12년간 공연을 다닌 곳만 23개국 48개 도시에 달한다. 옹알스는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태동했는데 인기에 밀려 코너가 폐지된 뒤 장애인 시설에서 공연을 한 것이 해외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자신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해외에서도 통하겠다’ 싶었단다.
이후 맨땅에 헤딩하듯 참가한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옹알스는 2010, 2011년 연속 별 5개 만점 평점을 받았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결과였다. 연이어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3년 연속 초청되는 동시에 디렉터초이스상을 수상(2014)했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올랐다(2016).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2015년 코미디언 최초로 우리나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K-코미디를 알린 공로로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옹알스. “요즘 다시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는 일곱 명의 멤버(조수원·조준우·채경선·최기섭·하박·이경섭·최진영)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이들이 있어 관객반응을 살피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중동에서 공연할 때 입가의 히잡을 펄럭이며 웃는 관객 앞에서 섰던 경험으로 훈련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3년 만에 무대에 선 느낌이 남다르겠다.
13년간 공연을 해왔는데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졌다. 무대에 서지 못해 우울증을 겪거나 탈모가 온 멤버도 있다. 생계는 이어가야 하니 배달도 하고 막노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무대에 설 수 있는 일들만 찾아다녔다. 공연이 가능해진 뒤 실제로 모든 멤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몸이 녹슬진 않았을까, 관객들이 우리를 기억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어느새 관객들은 웃고 있고 그들을 보며 우리도 행복해하고 있더라.

오랜만의 공연인 만큼 관객과의 호흡도 더 신경 썼을 듯하다.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아주 미묘한 관객과의 호흡이 있다. 지난 3년간 공개 장소에서 웃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즐기고 싶고 크게 웃고 싶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내재됐던 열망이 점차 터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우리처럼 현장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코미디 공연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공개코미디의 전성시대가 다시 올 거라고 본다. 외로운 싸움이지만 그때를 기다리며 작은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공연하고 있다.



배우 입장에서 ‘넌버벌’ 공연과 말로 하는 공연은 무척 다를 것 같다.
말로 웃기는 건 관객마다 이해하는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도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몸으로 웃기는 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니 200명의 관객이 있다면 200명이 한번에 ‘빵’ 터진다. 웃음의 데시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말로 하는 코미디는 의도치 않게 관객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우린 그럴 일도 적다.

‘사물을 처음 본 아이의 반응’이 공연 콘셉트다. 무대 중앙의 ‘토이박스(소품상자)’ 안에 무엇을 넣을지가 그야말로 관건이겠다.
아이디어는 멤버들끼리 장난치다 생각해내는 경우가 많다. 공연 전 상대 배우에게 말하지 않고 새로운 소품을 넣어두기도 한다. 내가(채경선) 외국 공항에서 시계를 잃어버렸는데 공연 중 토이박스에서 찾았다. 멤버들이 장난으로 넣어놓고는 공연에서 그걸 ‘뱀’이라고 우겼다. 10년 넘게 함께 무대에 서니 그런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애드리브로 넘긴다. 때로는 그런 상황이 더 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코미디의 장점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화려한 저글링 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연습은 얼마나 하나?
몇 년간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연습했다. 코미디언이 왜 이걸 하고 있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2007년 처음 시작해 15년가량 되니 이제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오히려 저글링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가르친다.

처음 해외진출을 시도할 때만 해도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같은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가 절정일 때였는데 그 무대에서 밀려나니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그냥 가보자, 안 가봤잖아?’라는 생각이었다. 계산기로 두들겨서는 답이 안 나오는 행보였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우리 손으로 직접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나라마다 관객을 웃기는 ‘맛’이 다르다고?
웃음소리도 흥도 정말 다르다(최기섭은 인터뷰 중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웃음소리를 흉내 내 좌중을 웃겼다). 나라마다 음식의 맛이 다르듯 중국인을 웃기는 맛, 유럽인을 웃기는 맛이 다 다르다. 해외공연을 가면 이 나라는 또 어떤 맛일지 매번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해외공연 중에도 봉사활동을 한 걸로 안다. 웃음의 장벽을 없애는 건 옹알스의 중요한 철학인 듯하다.
이번 공연의 캐치프레이즈가 ‘보지 못하는 이에게 듣는 즐거움을, 듣지 못하는 이에게 보는 즐거움을’이다. 장애인을 위한 공연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눈 거라 생각한다. 옹알스 공연은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인과 외국인도 즐길 수 있다. 앞서 2016년 리우장애인올림픽 한국홍보관에서 공연했고 영국 런던요양원, 인도 빈민촌에도 찾아갔다. 앞으로는 어린이도 눈치보지 않고 맘껏 소리지르고 돌아다녀도 괜찮은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3년 연속 초청됐고 전 공연이 매진됐을 때조차 한국에선 잘 모르더라. 누군가는 우리가 홀대받는다고 하지만 그 말이 우리에겐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까지 계속 공연을 하고 있지 않나. 어딜가도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가우디 성당)은 몇 백 년에 걸쳐 계속 짓고 있다는데 옹알스는 겨우 10여년 지나왔을 뿐이다.

배우 차인표는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 도전기를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2019)로 제작하기도 했다.
누군가 우리 이야기에 귀기울여준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다만 공연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시길 추천한다. 고생하는 모습이 담긴 영화를 먼저 보면 무대에 선 우리를 안쓰럽게 여길 수 있어서다. 영화를 보고 반찬을 보내주는 분들이 그렇게 많았다(웃음).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겐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디테일하게 고민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란 게 아니다. 해보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어떤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이란 말이다. 당장은 잘못돼도 또 다른 길이 나오게 돼 있다.

여전히 최종 목표는 라스베이거스인가?
코미디언으로 참가할 수 있는 해외 무대는 거의 다 선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는 여러 이유로 가기 힘든 곳이지만 계속 도전할 거다. 옹알스 전용 공연장도 짓고 싶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쉬지 않고 계속 무대에 서는 거니까.

조윤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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