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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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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는 칼로 어지럽게 꼬인 삼 가닥을 자른다는 뜻의 쾌도난마(快刀亂麻)는 생각의 전환으로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했을 때 쓰는 고사성어다. 중국 남북조 시대 북제를 일으킨 고환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었다. 고환은 아들들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잔뜩 얽혀 있는 실뭉치를 나눠주며 풀어보라고 했다. 아들들은 실뭉치에 매달려 한 올씩 실을 풀어갔는데 둘째 고양만은 실을 풀지 않고 칼을 가져왔다. 그리고 어지러운 것은 한 번에 잘라야 한다며 실뭉치를 한칼에 잘라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고환은 크게 만족했고 고양은 후에 북제의 초대 황제에 오른다.
풀리지 않는 복잡한 마음의 실타래가 생겼을 때 쾌도난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날카로운 칼을 휘두를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관계는 점점 더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실타래는 나와 연결된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관계의 문제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섬세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칼을 휘둘렀다가는 오히려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고양의 일화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다. 황제가 된 뒤에 고양이 어떤 삶을 살았느냐다. 황제에 오르기 전 고양은 이전 황제를 독살하고 관을 강에 던지는 잔인한 행태를 일삼았다. 심한 알코올의존증을 앓던 그는 서른셋의 나이에 요절하고 북제도 얼마 가지 않아 멸망하게 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쾌도난마식의 생각 전환은 순서와 절차를 무시한 즉흥적인 판단이 되기 쉽다. 고양이 황제가 된 뒤 보여준 모습들은 어린 시절 보여줬던 충동적 선택의 연장선과 다름없다.
마음의 실타래를 풀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은 자른다고 잘리는 삼 가닥이 아니라 잘라도 다시 생겨나는 도마뱀의 꼬리와 같다. 그래서 마음의 문제를 풀려면 꼬리를 움직이는 머리를 찾아야 한다. 머리를 찾는 유용한 방법의 하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 객관적으로 마음을 보게 된다. 문제의 앞뒤를 차분히 생각하게 되고 누구에게 잘못이 있고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글을 쓸 때는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고 표현이 유치하고 어설퍼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얽혀 있는 마음을 글이라는 도구로 한 땀 한 땀 풀어나가는 진정성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내가 잘 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속도가 글 쓰는 속도와 순서에 맞게 차분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글을 쓰고 나서는 그 자리에서 다 쓴 글을 삭제하는 게 좋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번쩍이는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 해결책은 주로 나를 성찰하는 마음과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에서 만들어진다. 마음의 실타래를 푸는 생각의 전환은 온통 나에게로 향해 있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마음의 실타래를 풀 때만큼은 글이 칼보다 강하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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