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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감정 5년 전보다 4배 늘어 신종 마약 확산 심각 매년 50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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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백서’ 펴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선춘 대전과학연구소장
마약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은 2015년 1만 명대를 넘긴 후 2021년 1만 6153명, 2022년 1만 8395명으로 늘었다. 마약류 사범 중 481명은 10대였다(2017년 119명).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8일 국무회의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약이 미래세대인 청소년에게 널리 유포돼 있다는 사실”이라며 “총체적 대응이 강력히 요구된다. 힘을 합쳐 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자”고 말했다.
마약 감정의 최전선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3월 27일 처음으로 <마약류 감정 백서>(이하 마약 백서)를 펴냈다. 4월 14일 마약 백서 발간을 주도한 국과수 대전과학연구소 김선춘 소장을 만났다.
약사인 김 소장은 독성학을 전공했다. 1994년 국과수에 입사해 올해로 29년 차다. 그는 “최근 마약 오용이 10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며 “펜타닐 등 신종 마약이 늘고 있어 심각하다”고 밝혔다.

마약 백서를 만든 배경이 있나?
마약류 감정이 계속 늘어나고 신종 마약도 급증했다. 마약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국과수가 정확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약류 대책에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에게 마약 폐해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 국과수 독성학 분야 구성원들이 노력해 2년 넘는 시간을 들여 백서를 완성했다.

마약류 대책에서 국과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규제-단속-치료’라는 마약류 대책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국과수는 신종 마약이 등장하면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려 마약류로 지정해 규제하도록 한다. 마약류 사범은 치료를 위해 일정 기간 치료보호를 받는데 이들에 대한 예방 교육과 투약 여부도 확인한다.

마약류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되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의존성(약물 사용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함) ▲내성(사용 약물 양이 증가하는 경향) ▲금단현상(투약 중단 시 고통과 부작용)을 띄어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마약류로 규정한다.

마약류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마약법상 ▲마약(천연마약-양귀비·아편·코카잎, 추출마약-모르핀·코카인 등, 합성마약-페티딘·펜타닐 등) ▲향정신성의약품[메트암페타민(필로폰), 엘에스디(LSD), 졸피엠, 프로포폴 등] ▲대마(대마초, 대마 원료 제품 등) ▲임시 마약류(신종 마약)로 분류한다. 약리 작용에 따라 ▲흥분제(각성제, 코카인·메트암페타민 등) ▲억제제(진정제, 아편·모르핀·헤로인 등) ▲환각제(대마·LSD 등)로 구분한다.

임시마약류는 무엇인가?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기존 마약류에서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해 유사한 효과를 내는 신종 마약을 말한다. 매년 50개가량이 발견된다. 신종 마약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기 위해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를 두고 있다.



신종마약이나 합성마약은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존 마약이나 의료용 마약과 달리 독성실험 등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합성 아편류는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다. 1회 투약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다. 펜타닐이 대표적인 합성 아편류다.

마약류는 전 세계적으로 몇 종이 있나?
나라마다 마약에 대한 기준과 규정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관리하는 마약은 약 2000종이다. 신종 마약이 국내에 들어오면 화학구조를 곧장 분석한다.

마약 사범 중 일부는 검사를 피하고자 삭발한다고 한다.
헛수고다. 체모 분석, 소변 검사, 손톱 검사 등을 통해 투약 여부를 밝혀낼 수 있다. 마약은 흔적을 남긴다.

대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마가 중독성이 없다면 대마를 피우던 사람이 왜 계속해서 대마를 피우겠는가. 대마를 피우던 사람은 나중에 강도가 더 센 마약류에 손을 댄다. 대마는 환각 상태를 유발하기에 담배처럼 자주 피울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중독성이 없다고 착각할 뿐이다.

일부 국가에선 대마를 치료용으로 합법화했다.
대마를 의약품으로 합법화한 나라는 지정된 장소에서 대마를 흡입할 수 있도록 한다. 신체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고통을 경감하고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마약류를 선용(善用)하면 괜찮다. 문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이 마약류를 오용하는 것이다. 정상 상태인 사람이 마약을 하면 각성 상태를 정상으로 착각하고 약 기운이 다 빠져나가 각성이 풀린 상태를 비정상으로 느낀다.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이 고결해 보이지만 모두 화학물질의 작용일 뿐이다. 마약은 이 화학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다. 정상인이 마약을 하면 정신병을 얻게 된다.

마약을 투약하면 어떤 느낌인가?
필로폰을 예로 들면, 이틀 동안 쓸 에너지를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사용한다. 감각도 예민해지고 심장이 자기 마음대로 뛰며 열을 낸다. 자기 힘의 2~3배에 이르는 힘을 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한 각성 상태가 6~8시간 동안 지속된다. 치아나 뇌, 세포 등 전신이 급격히 노화한다. 조기 치매 발병률도 매우 높다.

영화를 보면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백색가루를 찍어 먹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위험한 행동이다. 영화를 위해 연출된 장면일 뿐이다. 잘못했다가는 치사량을 섭취할 수도 있다.

마약 투여는 조절이 불가능한가?
중독되는 순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필로폰은 약 10회, 펜타닐은 2~3회 투약하면 중독된다. 중독되기 전에는 적당히 즐길 수 있으리라고 합리화한다. 이는 ‘자기 절제에 대한 환상’이다. 펜타닐 같은 진통진정제 계열 마약류는 의존성이 강하다. 미국에서는 펜타닐로 인해 매년 6만~7만 명이 사망한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펜타닐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약 범죄는 재범이 많은데 연령이 높아질수록 적발 건수는 적다.
마약 사범들이 조기 사망하기 때문이다. 필로폰은 주 2~3회 투여하면 10년 이내 사망률이 80%(펜타닐은 2~3년 이내)다. 나중에는 치매에 걸리는 바람에 마약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는 마약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마약범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에는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면 일제 단속을 벌여 마약 유통을 통제했다. 일시적으로 마약 사범이 줄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구조가 복잡해져 과거와 같은 방식은 효과가 미미하다. 편의점에서 1+1 판매하듯 인터넷(다크웹)이나 누리소통망(텔레그램)을 통해 경쟁적으로 마약이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10대가 마약을 구하기 쉬워졌다. 과거에는 흡연과 금주가 과시용이었다면 지금은 마약이 과시 수단이 돼버렸다. 10대에게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 관계기관이 협업해 촘촘하게 대응해야 한다.



강남 음료수 마약 사건을 어떻게 보나?
성분을 분석하니 필로폰 1회 투여량의 다섯 배가 들어가 있었다. 마약을 탄 음료수를 마신 학생들은 피해자다.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 처벌되는 게 아니다. 주눅들 필요 없다. 피해자가 숨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삶을 되찾아야 한다. 치료에는 왕도가 없다.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빠져나올 수 있다. 쾌락을 느꼈던 시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고통의 시간이 있다. 어려운 길이다. 용기를 내시라.

법독성학자인 김 소장은 한 해 약 500건을 감정한다. 지금까지 약 1만 5000건을 처리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마약류다. 마약류 사건 하나에는 분말부터 알약, 주사기까지 각종 증거물 30~40개가 한데 딸려 온다.
그는 마약 감정을 오래 하다 보니 TV에 나오는 유명인들의 행동만 보고도 마약 투약 여부를 짐작한다고 했다. 하루는 예능에 출연한 유명인의 행동이 이상해 아내에게 이를 말했다가 타박을 들었다. 이 유명 인사는 얼마 뒤 마약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김 소장이 29년간 국과수에서 근무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는 병역판정검사에서 불법적인 수단으로 ‘4급(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이들을 적발해낸 일이다. 눈 밑에 멀미약을 발라 ‘안구진탕(무의식적인 눈 떨림 현상)’ 증세로 4급 처분을 받은 이들을 150명이나 적발해 재검사를 받도록 했다.
마약 감정 의뢰는 5년 전과 비교할 때 4배(8만 건) 늘었다. 국과수 소속 독성학과 연구사는 전국에 16명. 모두 약사인 연구사들은 과중한 업무량에도 의무감을 갖고 마약뿐 아니라 각종 독성을 검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법독성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앞으로 국가중독센터를 만들어 물질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고 각종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김 소장은 고해상도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신종 마약 탐색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마약 아카이브’ 역할을 해 신종 마약을 탐지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경훈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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