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쌀국수 내일은 쌀밥! 4개 코스 골라 먹어요!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천원의 아침밥’ 우수대학 순천향대를 가다
등록금, 식비, 난방비…. 안 오른 게 없는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지난 3월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발표한 ‘등록금·생활비 인상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95.1%의 대학생이 물가인상을 체감하고 있고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으로 ‘식비(56.1%)’를 꼽았다. 동시에 가장 먼저 줄인 지출도 ‘식비(77.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대학생들에게 10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아침식사를 습관화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정부가 1000원, 나머지는 학교 측이 부담하고 학생은 1000원만 내고 먹을 수 있다. 현재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 중인 전국 41개 대학에선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줄이 늘어서는 ‘오픈런’이 이어질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환영받는 건 1000원만 내고도 ‘갓성비(god+가성비)’라 할 만한 알찬 식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쌀밥과 반찬이 제공되는 한식 말고도 쌀빵이나 쌀로 만든 간편식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다. 특히 2022년 ‘천원의 아침밥’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순천향대학교는 한식부터 분식, 빵과 커피 등 4가지 메뉴를 제공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매 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메뉴 시식회를 열고 학생들이 요청하는 메뉴를 반영한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4월 11일 순천향대 학생식당을 직접 찾았다.
쌀밥·쌀빵·쌀국수·쌀도그… 취향 따라 골라 먹어요
순천향대에서는 총 4곳의 식당에서 하루 50인분씩 총 200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한다. 오전 7시 40분. 순천향대 향설1관 식당 앞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식당을 찾은 학생들이다.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오전 8시 식권발매기 전원이 켜진 지 20분 만에 이날 제공분인 50장의 식권이 모두 팔렸다.
향설1관 식당에선 매주 화·수·목요일 쌀밥과 반찬 4종 등의 한식 아침밥을 선착순 50명에게 1000원에 제공한다. 이날 아침 메뉴는 쌀밥과 떡만둣국, 배추김치, 파래무침, 부추산적, 콩나물무침이었다. 자율배식이라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식판에 밥과 반찬을 덜어 먹을 수 있다.
아쉽게도 50명 안에 들지 않으면 같은 메뉴를 4000원에 사먹어야 한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런 풍경은 순천향대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다른 식당에서도 볼 수 있다.
정문에서 강의실 건물 사이에 있는 야외 그라지에 매장은 50개의 하루 제공분이 15분 만에 동났다. 이곳에선 매주 화·수·목요일 1000원에 우리쌀로 만든 빵과 요거트, 과일에다 음료로 커피와 아이스티 중 선택할 수 있다. 한식이 부담스럽거나 강의실에 가져가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즐겨찾는 메뉴다.
쌀밥도 빵도 아닌 색다른 메뉴를 위해 오픈런 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회관 푸드코너에서는 화요일은 쌀우동, 수요일은 콩나물국밥, 목요일은 쌀국수를 1000원에 제공한다. 향설2관 푸드코너에선 매주 화·수·목요일 가래떡 쌀핫도그 또는 김밥을 음료수와 함께 1000원에 판매한다.
한국문화콘텐츠학과 21학번 이솔 씨는 “1000원이지만 메뉴가 다양해서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며 “요즘 시대에 어디 가서 이렇게 먹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순천향대가 1000원에 이렇게 다양한 아침밥을 제공하게 된 데는 졸업생 출신인 담당자의 노력이 컸다. 순천향대 학생지원팀 이상직 담당자는 “순천향대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2012년 ‘천원의 아침밥’을 시작한 곳이다. 학생 시절 ‘천원의 아침밥’을 자주 먹었는데 메뉴가 한식밖에 없어서 늘 불만이었다. ‘천원의 아침밥’을 담당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쌀로 만든 메뉴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식 외에 쌀빵이나 쌀국수, 쌀우동 등의 메뉴를 넣었다. 소시지 대신 가래떡을 넣고 반죽에도 쌀가루를 넣은 쌀도그도 개발했다. 매년 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신메뉴 시식회를 열어서 학생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계속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아침밥을 먹지 않던 학생들도 아침밥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IT금융경영학과 18학번 김호현 씨는 “학기 초부터 ‘천원의 아침밥’만 시작되길 기다렸다”며 “아침 수업 전에 아침을 챙겨 먹으면 든든하다. 먹고 안 먹고 차이가 크다”며 웃었다.
아침밥 먹는 습관, 쌀 소비 확대로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뛰어넘는 ‘갓성비’로 주목받긴 했지만 ‘천원의 아침밥’은 사실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의 아침식사 습관화와 쌀 소비 문화 확산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19~29세)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53%로 가장 높았다. ‘천원의 아침밥’을 계기로 아침밥을 먹는 젊은층이 많아지고 쌀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이 때문에 ‘천원의 아침밥’은 쌀 소비 확대라는 사업 취지상 밥이 포함된 일반 식단이나 국산 쌀을 활용한 쌀빵, 쌀시리얼, 쌀국수 등 간편식단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부실식단 제공 방지를 위해 편의점 김밥, 컵라면 등의 가공제품은 지양하고 양질의 아침밥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이미 ‘천원의 아침밥’을 먹어본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2022년 28개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비율이 98.7%에 육박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아침밥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의견도 91.8%에 달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정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4월 9일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현재 전국 41개 대학에서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권유하고 희망을 원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3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천원의 아침밥’ 지원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 지원 인원은 당초 69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사업 예산은 7억 7800만 원에서 15억 8800만 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하고 추가로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모집한 상태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농림축산식품부 권준엽 사무관
단골 학생에서 담당 공무원으로 “예산 늘리기 위해 뛰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사업을 희망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되면서 누구보다 바빠진 사람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에서 ‘천원의 아침밥’ 업무를 담당하는 권준엽(29) 수습 사무관이다. 권 사무관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원의 아침밥’을 챙겨 먹던 단골 대학생이었다.
‘천원의 아침밥’ 단골 학생이었다고.
군대를 제대하고 2018년 복학했을 때부터 2020년 졸업 때까지 1주일에 3~4일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었다. 가격이 저렴한 데도 된장찌개, 콩나물비빔밥 등 정갈한 한식 메뉴를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원래 아침밥을 챙겨 먹었나?
사실 잘 먹지 않았다. 챙겨 먹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침 수업 전에 밥을 챙겨 먹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힘들기도 하고 자취하면서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도 2018년 ‘천원의 아침밥’이 도입되면서 아침밥을 챙겨 먹게 됐고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천원의 아침밥’ 효과를 직접 체감했다. 이런 경험을 업무에 반영하고 있나?
사업을 운영하는 학교마다 아침밥 메뉴, 운영 시간,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아침밥을 먹으려고 이른 시간부터 먼 길을 왔는데 물량이 부족해 못 먹는 경우가 있다. 학생 입장에선 직접 겪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담당자가 되고서는 예산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물량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식량산업과에서 ‘천원의 아침밥’ 말고도 맡은 업무가 많을 텐데.
쌀과 밀, 콩 등 우리 식량작물의 소비기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밀, 국산 콩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예산이 큰 사업은 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천원의 아침밥’도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식량작물 체험학교, 쌀 가공품 산업 대전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쌀 소비 기반을 늘리는 게 목표라면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1인당 쌀 소비량을 100~110g(정곡 기준)으로 잡았을 때 2023년 확대 편성된 사업 인원인 150만 명분 지원으로 150~200톤 정도의 쌀 소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이런 숫자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아침밥 먹는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쌀 중심의 식습관이 자리 잡고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쌀 소비 기반도 자리 잡을 수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쌀 소비 기반 구축이 목표다.
사업이 대폭 확대되면서 요즘 할 일이 더 많겠다.
기존 7억 7800만 원에서 15억 8800만 원으로 사업 예산을 2배로 늘린 상태다. 당정협의회에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희망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한다고 한 만큼 추가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재원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협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가능한 예산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