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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아메리칸 팝을 정의 내린 열렬한 낭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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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1960년대의 낭만적인 낙관주의를 상징하는 작곡가, 편곡자, 프로듀서가 바로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이다. 

그의 음악에는 종종 ‘이지 리스닝 이라는 꼬리표가 붙곤 했지만 그런 안락한 분위기 뒤에는 복잡한 설계가 존재했다. 

편안하고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섬세한 기술들을 발명, 연마해내면서 버트 바카락은 팝 뮤직의 공식을 확립시켰다. 

편곡자로서의 그의 재능은 오케스트라의 모든 요소들을 정확하고 다채롭게 활용해낼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수십년 동안 라디오를 지배했던 로큰롤의 시대 이후, 재즈와 클래식의 구조 및 진행을 기반으로 한 버트 바카락의 곡들이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차트마저 장악해냈다. 

60년대 히피와 젊은이들에게 이것은 고리타분하게 들렸고, 반대로 재즈와 스탠다드를 즐겼던 나이든 세대에게는 너무 요즘 음악처럼 들렸다. 버트 바카락은 이 두 세대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1928년 5월, 버트 바카락은 신문 칼럼니스트인 아버지와 작곡가 어머니인 사이에서 출생했다. 

원래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재즈 클럽에서 디지 길레스피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혁신적인 하모니와 선율을 접한 이후 자신의 진로를 바꾸게 된다. 

결국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군대에서도 2년 동안 군악대 리더와 반주자로 복무했다. 제대 이후 편곡자 및 피아니스트로 일한 그는 작사가 할 데이비드와 팀을 이뤄 페리 코모의 ‘Magic Moments’를 차트에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작곡가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1958년도부터는 마를렌느 디트리히의 밴드 리더이자 지휘자로서 6년 동안 일하기도 했다.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작곡에 전념하게 되고 디온 워윅에게 ‘I Say a Little Prayer’, ‘Walk on By’ 같은 곡을 제공하면서 히트를 이어 나간다. 

또한 영화 <알피>의 동명 주제곡, 영화 <카지노 로얄>,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뮤지컬로 만든 등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다방면으로 자신의 재능을 전개시켜간다. 

1988년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 디온 워익과 공연한 버트 바카락. (사진=저작권자(c) CN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알려진 대로 버트 바카락은 작사가 할 데이비드와 함께 대부분의 히트곡들을 양산해냈다. 그리고 이 노래들은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 된다. 

카펜터스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인 B.J. 토마스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그리고 ‘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 등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그의 멜로디는 환희와 행복, 그리고 우울과 후회의 감정을 관통해냈다. 

60년대에는 작곡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로 그 얼굴을 알 수 없었지만 버트 바카락은 무대와 TV에도 자주 얼굴을 보이면서 셀레브리티처럼 활동하는 작곡가, 프로듀서라는 길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는 길에서 사람들이 사인과 악수를 요청하는 등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디스코와 훵크의 유행으로 버트 바카락의 노래들은 과거 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그런 시기를 거치는 와중 1981년도 영화 <미스터 아더>를 위해 작곡한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부른 ‘Arthur's Theme (Best That You Can Do)’가 성공하고 거기에 아카데미 주제가상 까지 수상하면서 다시금 팝 마에스트로로서의 진가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후에는 오히려 과거 버트 바카락 곡들이 재조명되곤 했는데, 9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I Say a Little Prayer’가, 영화 <접속>에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Look of Love’가 사용되면서 완전히 다른 세대에게 그의 유산들이 재조명된다.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는 엘비스 코스텔로와 함께 출연해 공연하는 장면이 삽입되기도 했다. 

시대와 관계없이 수많은 이들이 버트 바카락의 곡들을 다시 불렀고 이는 20세기 문화 풍경의 일부가 됐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경우 ‘I Just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를 커버했고, 다이아나 크롤은 ‘The Look of Love’를 커버하고는 자신의 2001년 앨범 제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오아시스의 데뷔작 의 앨범 표지를 보면 노엘 갤러거가 앉아있는 쇼파에 버트 바카락의 액자가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노엘 갤러거는 버트 바카락의 반주에 맞춰 ‘This Guys In Love With You’를 공연에서 부르기도 했다.

21세기 이후에도 버트 바카락은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간 정치에 관한 주제를 다루지 않았지만 닥터 드레까지 참여했던 2005년도 앨범 에서는 이례적으로 9/11 이후의 미국 정치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2015년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90세를 맞이한 2018년과 2019년에도 유럽 투어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2월, 9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왼쪽)이 2012년 5월 9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트 바카락(오른쪽)과 할 데이비드애게 거쉰 상(Gershwin Prize)을 수여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CN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젊은 날의 버트 바카락은 다양한 리듬의 곡을 만들었고 음반사에서는 3박자 곡에는 춤을 출수 없으니 4박자 곡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곡을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춤추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스스로의 방식을 밀어붙였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정교한 리듬과 화음, 친밀감과 애틋함으로 흘러 넘치는 선율을 만들어온 버트 바카락의 영향력은 여전히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내고 있다. 

자서전에 의하면 작곡가로서의 자신은 꽤나 운이 좋았던 사람이었다 밝혔다. 

운과 재능 중 과연 무엇이 앞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가 만들어온 이 덧없는 아름다움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너무나도 유혹적이다.

☞ 추천 음반

◆ Reach Out (1967 / A&M)

기존 다른 가수에게 줬던 대표곡들을 새롭게 편곡하여 연주 곡 형태로 완성한 작품. 

다양한 악기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 혹은 버트 바카락 자신이 조용히 노래하는 이 새로운 해석은 어찌 보면 다른 가수들이 불렀던 기존 버전보다 더욱 자신이 원하는 구성을 구현해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V/A - One Amazing Night (1998 / Edel)

1998년 버트 바카락의 환갑잔치 실황 앨범. 셰릴 크로우, 루더 밴드로스, 크리시 하인드 등을 포함한 올스타 출연진들과 뉴욕 해머스타인 볼룸에서 진행된 공연으로 새로운 세대가 해석하는 버트 바카락을 감상할 수 있겠다. 

특히 벤 폴즈 파이브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가 인기를 끌었지만 뭐니뭐니 해도 백미는 버트 바카락이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직접 부르는 마지막 트랙 ‘Alfie’이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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