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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을 일상으로! “좋은 정원은 삶에 가까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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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수목원 김장훈 정원사
서울 성동구 서울숲 공원은 연간 7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관광명소다. 이곳에 유난히 사랑받는 작은 정원이 있다. 이름은 ‘오소정원’. ‘어서 오시라’는 환영의 의미와 ‘나 오(吾), 웃을 소(笑)’, 즉 내가 웃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원을 만든 사람은 서울숲에서 가드닝 교육을 받은 도시정원사 1·2기 수료생인 시민들이다. 김장훈 씨는 이 ‘오소정원’ 도시정원사들의 교육을 이끈 전문 정원사다. 그는 도심 속 공공정원을 통해 ‘모두의 정원’을 만드는 일에서 큰 보람과 가능성을 느꼈다. 이후 7년째 경기 수원시에 있는 수원수목원 소속으로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5월 개장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영흥수목원에서 만났다.



도심 속 수목원은 ‘모두의 정원’
수원 영통구 영흥숲공원 안에 자리한 영흥수목원(14만 6000㎡)은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추진한 사례로 꼽힌다. 기존 산지의 지형을 살려 방문자센터, 온실, 전시숲, 잔디마당, 정조효원, 연못정원 등으로 조성했다. 1000여 종의 나무와 꽃 등 식물이 방문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김 정원사는 “우리나라는 아파트 생활을 많이 해서 외국처럼 개인 정원을 갖기 어렵다. 대신 도시형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정원을 가꾸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수목원은 식물을 채집하거나 종자를 확보해 이를 보존·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심에서 자연을 접하고 쉴 수 있는 여가 시설이자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그는 “최근 개원하는 수목원은 대부분 도심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강서구 서울식물원이나 세종시에 위치한 국립세종수목원 등을 예로 들었다.
“수원특례시는 인구 125만 명의 대도시인데 이제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형 수목원 시설이 갖춰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오랜 준비 끝에 문을 연 두 곳은 수원 서쪽 일월수목원과 동쪽 영흥수목원이다. 김 정원사는 2017년부터 일월수목원 조성에 참여했고 2022년 8월 준공한 영흥수목원도 함께 돌보고 있다.
김 정원사는 서울대 산림환경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정원에 뛰어들었다.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내가 서 있는 곳, 살아왔던 도시에서부터 중요한 가치를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 찾아낸 것이 정원이다. 그는 “우리 주변의 산과 들을 일상 가까이 가져온 것이 정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천리포수목원, 평강수목원,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수련을 거쳤다.
“처음 3년간은 처우를 생각하지 않고 일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려고 했다. 힘들긴 했지만 좋은 판단이었다. 덕분에 단단한 기초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정원은 어떤 곳일까? “사람들은 정원이라고 하면 화려한 꽃이 가득한 풍경을 먼저 떠올리지만 각 계절이 보여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담겨야 좋은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겨울 숲은 모든 것이 차갑게 얼어붙고 생기가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는 치열하게 새로 움틀 생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겨울 정원에서 느끼는 감성을 담아 <겨울정원>이라는 책도 냈다. 책을 통해 1년 내내 식물과 함께하면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사람과 자연을 이어준다
그는 ‘더 좋은 가드닝으로 더 좋은 삶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원은 식물이 사는 집이다. 도시에 새롭게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더 살아있는 자연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일이어야 한다. 정원이 가진 시대적인 사명이다. 수원 일월수목원의 미션이기도 하다.”
그는 정원사로 입문하던 시기와 지금은 정원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반려식물(정서적 교감과 위안을 얻는 식물)’,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라는 말이 유행하고 가드닝에 대한 관심도 무척 커졌다. 2022년부터 운영 준비를 맡은 영흥수목원은 정원 문화를 보급하는 수목원이다.
“가드닝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사회적 가치가 변화한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웰빙 등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연스레 자연에 눈을 돌리고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들이는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에게 초보자들도 쉽게 정원을 즐기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여유를 가지고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도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며 자연을 자주 찾기를, 그리고 손바닥만한 정원이라도 가꾸길 권했다.

권민희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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