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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 플레저 : 건강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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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두고 칼로리나 당 함유량 때문에 잠시 망설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경험한 것이다. 길티 플레저는 먹는 즐거움과 함께 칼로리, 당도, 카페인 등으로 마음 한 켠 죄책감이 동시에 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는 그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선택지다. 밀가루를 대체한 두부면, 고기 대신 대체육와 더불어 곤약 떡볶이, 두부 티라미수, 닭가슴살 만두 등을 먹으며 식단관리를 하거나 커피숍에서 카페인 없는 음료를 고르는 일, 밀크티 당도를 조절하는 모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대표적인 헬시 플레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채식주의(비건) 제품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건 제품을 선택하는 헬시 플레저 소비자도 늘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현상은 중장년 세대의 주요 특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MZ세대도 이 여세에 동참한다. 대학내일20연구소의 조사 결과 MZ세대는 ‘신체 건강관리(72.2%)’와 ‘정신 건강관리(59.3%)’ 두 가지 영역 모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MZ세대의 건강관리에는 다른 점이 있다. 무작정 굶거나 맛없는 음식을 입에 넣으며 억지로 운동하기보다 건강관리도 즐겁게 한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4조 4000억 원 수준이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9년 4조 7000억 원 ▲2020년 4조 9000억 원 ▲2021년 5조 원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카드 이용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이용 건수는 2019년 1분기에 비해 2021년 1분기 급증했다. 특히 20대 증가율이 남성 132%, 여성 238%로 두드러졌다. 30대 남성(105%)·여성(137%), 40대 남성(82%)·여성(127%), 50대 남성(73%)·여성(115%), 60대 남성·여성(70%) 등보다 성장 폭이 눈에 띄게 크다.



음료도 소주도 제로 열풍
헬시 플레저의 흐름은 음료 시장의 무가당 전쟁으로 옮겨갔다. 제로 콜라·사이다는 일부 음식점에서도 고를 수 있을 만큼 확대됐고 ‘파워에이드’, ‘밀키스’, ‘맥콜’, ‘닥터페퍼’, ‘핫식스’, ‘실론티’, ‘쿨피스’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도 제로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하나를 먹더라도 좀 더 건강한 제품을 고르려는 수요를 식품 업계가 기민하게 포착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2월 선발매한 ‘밀키스 제로’는 1시간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3일 뒤 진행한 2차 판매에서도 20분 만에 조기 품절됐다. 한발 앞서 2011년 출시된 ‘칠성사이다 제로’는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지만 2021년 재출시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음료 시장 규모는 2021년 2189억 원에 이른다. 5년 만에 142.41% 증가한 것이다. 2022년에는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음료가 포함된 탄산음료 카테고리의 판매량이 2021년 10.3%, 2022년 18% 늘었다고 밝혔다. 제로 칼로리 음료가 불티나게 팔리자 주류업계도 트렌드를 이어받았다. 롯데칠성음료에서 내놓은 제로슈거 소주가 돌풍을 일으키자 하이트진로도 경쟁 제품을 내놓고 맥주 역시 제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제로 음료가 출시된 초반에는 맛보다 당류를 없애는 데만 치중한 경향이 있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점이 많이 보완됐다. 탄산음료는 음료 특성에 맞춰 대체당의 종류와 함유량을 조절했다. 대체 감미료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합성감미료,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천연당, 당을 알코올로 바꾼 당알코올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감미료가 다양해져 기존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칼로리는 낮추는 방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제로 소주는 알코올을 조절해 칼로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만든다. 일반 소주는 알코올 95%로 된 주정에 물, 감미료 등의 첨가물을 섞어 제조하는데 이 감미료를 인공·천연 대체 당으로 바꾼다. 알코올 도수는 16도 수준으로 일반 소주와 비슷하면서도 칼로리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과당을 넣지 않아 제로 소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으려는 헬시 플레저 열풍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MZ세대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건강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자 하는 마음을 관련 업계가 파고들고 소비가 받쳐주면서 헬시 플레저는 그 저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길티 플레저의 자리를 대체한 헬시 플레저 열풍은 단기간에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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