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일경제안보대화 출범…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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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은 공동이익 추구하는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6일 “한국과 일본은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밝혔다.
1박 2일 일정으로 이날 일본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데 동의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 회견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 되는 해”라며 “이번 회담은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사실에도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문을 통해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앞으로 “양국 간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힘차게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12년 만의 정례 정상회담(셔틀외교) 재개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일 정상 사이에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세 번째 만남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은 16일 오후 4시 40분 윤 대통령을 태운 차가 총리 관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기시다 총리는 현관 앞까지 나와 윤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했다. 한일 정상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소수의 인원만 배석한 채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소인수 회담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합의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확대 정상회담을 이어나갔다. 한일 정상은 한목소리로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한일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기회가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이어갔다.
미래를 향하는 한일관계 정상화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관계의 정상화’라는 양국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지난 12년간 경색돼 있던 한일관계를 원만히 풀고 미래세대를 위해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시급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연결망, 즉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졌다. 미중 간의 대립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일본은 한국의 핵심 교역 상대이자 공급망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무렵과 비교해도 지금 한일관계가 정상화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국익이 훨씬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일관계 정상화는 궁극적으로 한·미·일 삼각공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3월 9일 한일 정상회담 전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관계와 더불어 한일관계가 한층 개선되면 한·미·일 관계가 안보협력 수준을 넘어 포괄적인 발전으로 가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는 한·미·일 관계가 북핵 위협에 대비하는 안보협력 차원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을 복원하는 비안보적 이슈에도 협력관계를 맺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일관계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3월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제3자 변제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3월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본 결과”라며 “한일의 미래 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 세계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월 6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이 도출된 이후 한일관계는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16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의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양국 간 대화의 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안보와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할 것”이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부터 경제, 미래세대까지
한일 정상은 무엇보다 양국이 처한 안보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공동 대응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3월 16일 오전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저와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체계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 교류도 활성화된다. 윤 대통령은 한일 경제계가 함께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한 사실을 알리며 일본에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위한 의미 있는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의 교류가 회복돼 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도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의 교류를 계속해서 지원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도쿄 긴자에 있는 스키야키 전문점 ‘요시자와’에서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는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의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배석해 부부 동반 형식으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관례상 두 부부만 동반하는 만찬은 매우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이 ‘실무 방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빈 방문에 준하는 융숭한 대우
윤 대통령의 방일은 매우 촉박하게 준비됐다. 이 때문에 일정도 1박 2일로 짧고 실무 방문 형식을 띠었다. 하지만 일본은 자위대 사열, 부부 동반 만찬 등 국빈급의 융숭한 대우를 했다. 공항에서도 부대신이 영접을 나왔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를 실시했다. 통상 실무 방문에서는 총리 관저에서 관계자들이 배석한 만찬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기시다 총리는 부부 동반 만찬을 준비함으로써 윤 대통령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게 배려했다.
한일 정상의 만찬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긴자의 일본식 양식당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단독 회담을 가졌다.
다음날 일정으로 윤 대통령은 아소 다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한일의원연맹,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리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주관하는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해 한일 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는 일본 명문 사립대인 게이오대학에서 일본인 대학생과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128년 역사 가진 양식당이 ‘2차’ 장소가 된 이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찬은 여러모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테레비아사히>에서는 한일 정상 간의 만찬을 “이례적인 ‘하시고(はしご)’”라고 표현했다. 원래 하시고란 사다리를 뜻하는 단어인데 ‘하시고자케(はしご酒)’의 줄임말로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술을 마시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로 볼 수 있다. 즉 하시고라는 단어는 한일 정상이 그만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한일 정상의 만찬 장소로 활용된 음식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2차’로 초대한 음식점이 유명세를 탔다. 도쿄 긴자의 한 골목에 자리한 일본식 양식당 ‘렌가테이’다. 렌가테이는 1895년 개업해 128년 동안 영업해온 음식점이다. 일반적으로 렌가테이에서 일본식 돈가스,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 등의 메뉴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대접하는 자리로 다소 허름하고 좁은 공간의 이 음식점을 선택한 이유를 윤 대통령에게 최대한 맞추려는 일본의 태도로 풀이했다. 일본 언론 는 윤 대통령이 예전 렌가테이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일본 정부가 이곳의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에는 소수 인원만 참석해 한일 정상 간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스기사2
요미우리 9개면 특집 “한일관계 정상화는 국제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판매 부수가 686만 부에 달하는 일본 최대 일간지다. 3월 15일자 <요미우리신문>에는 9개 면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방일을 앞두고 가진 오이카와 쇼이치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이사·회장과의 인터뷰와 그와 관련된 기사다.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한일정상화 공통의 이익’이라는 제목 아래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양국 공통의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을 옮겼다. 마에키 리이치로 <요미우리신문> 편집국장은 ‘지혜와 결의에 부응해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높이 평가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이 패권주의를 강화하며 긴박해지는 아시아의 안보환경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은 논할 필요조차 없다”며 윤 대통령이 “3국 정상 간 의사소통이 지역 안정과 세계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정곡을 찌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의 중진국가로서 많은 나라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합의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도 “강제징용 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경제협력 협정,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 등을 고려했을 때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교류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관계가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의 소통은 지역 안정과 세계 평화 번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과거에 있었던 한·중·일 정상 간 회의체나 3자 정상회담 등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가치는 ‘자유’와 ‘연대’다.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법치 같은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끼리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세계 질서 유지에 적극 관여하는 외교를 전개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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