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으로 가는 길 노사법치가 첫걸음!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2022년 경기도 한 건설현장 앞 도로 한복판에 동전이 와르르 쏟아졌다. 동전을 줍기 위해 늑장을 피우는 바람에 중장비 차량이 공사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줄줄이 늘어서야 했다. 이것이 바로 ‘동전 떨어뜨리기’ 수법이다. 노동조합이 건설사에 요구조건이 있을 때 공사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요구는 대개 ‘다른 조합의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공사에서 배제하라’거나 ‘공사에 같은 조합의 조합원을 더 많이 투입하라’는 식이다. 공사가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안게 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때로는 폭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2022년 3월 수도권의 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건설현장으로 출근하려는 것을 민주노총 조합원이 막아서면서 생긴 일이다.
이런 불법행위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12월 30일부터 약 2주간에 걸쳐 민간의 12개 건설 분야 유관협회를 통해 진행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90개 업체가 1494곳의 현장에서 2070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런 불법행위의 주체가 대개 노조라는 점이다. 중소·중견 건설사가 모인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된 노동조합의 수는 55개에 달한다. 대기업 건설사 현장 관리자 A씨는 “공사를 시작하면 받는 명함만 수십 장이 넘는다”며 “노조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것이 건설현장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심심찮게 자행되는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는 현재 한국 기업의 노조가 어떤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2021년을 기준으로 14.2%에 그친다. 이 14%의 노조는 늘 기업과 대치한다. 그 사이 86%의 근로자 권익은 종종 무시된다. 근로자도 힘들고 경영자도 어려운 노동환경은 부정적인 지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노사관계의 문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간한 보고서 ‘국가경쟁력 리포트’에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이 잘 드러나 있다. WEF는 2019년까지 매년 전 세계 141개국을 대상으로 103개 항목에 대한 국가경쟁력을 종합해 순위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3위다. 보고서가 지적한 것은 노동시장 분야다. 보고서에서는 직접 “정규직으로 혜택을 누리는 내부자와 불안정한 외부자로 구성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전 세계 141개국 중 130위에 그친 갈등적인 노사관계를 지적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전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2022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2021년에 비해서도 낮아져 전 세계 35위를 차지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집계한 결과도 결코 좋지 않다. ILO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근로손실일수’가 38.5일이라고 집계했다. 영국은 12.7일, 독일은 8.3일, 일본은 0.2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분식한 언론보도를 종합해봤다. 2022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4조 1000억 원을 포함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합계 손실액은 10조 640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노동환경은 국내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20년 주한 외국기업 138개를 대상으로 펼친 조사에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외국인투자 유치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기업의 수는 54.3%에 달했다. 특히 이들 중 노조의 경영개입 등 과도한 요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26.8%에 달했는데 투쟁적 노조활동이나 정치적 파업이 없어져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원사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개혁 분야 1순위가 ‘노동정책’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법치주의의 확립으로 공정성 확보
이 때문에 정부는 2023년 노동개혁의 시작점을 불법행위가 난무하던 노사관계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에 두었다.
2월 8일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이 발족했다. 학계를 중심으로 10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단에서는 산적한 과제를 두루 다룬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과 노사 현장에서 불법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노사관계는 만성적 기형성을 띠고 있다”며 “이익추구를 위해 국민 상식에서 벗어나 얼굴을 찌푸리게 한 것이 없었는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자문단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같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관행을 고치는 것은 물론이다. 고용부는 1월 26일부터 누리집을 통해 ‘노사 부조리 온라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할 수 있는 부조리 행위에는 ▲노조의 가입이나 탈퇴를 방해하는 것 ▲노조 활동 과정에서 폭력이나 협박을 사용하는 것 ▲채용을 강요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노조가 회계 감사를 하지 않거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 ▲조합의 재정을 유용하거나 조합비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당연히 사측의 불법·부당 행위도 신고할 수 있다. 접수된 신고는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된다.
정부는 5대 불법·부조리 유형을 분류해 이를 근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째는 포괄임금제가 오·남용되는 현장을 바로잡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자가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실제 더 많은 근로를 하더라도 측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정부가 ‘공짜야근’ 등의 편법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행위, 불공정 채용 등도 주요 감독 대상이다.
특히 공정한 채용문화를 확산하는 일은 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일부 노조는 불공정한 채용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63개 사업장에서 노사가 불공정한 고용과 관련된 단체협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직원의 직계가족을 채용하도록 만든 규정이 58건에 달했다.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시행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만든다.
회계 투명성부터 개선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노조개혁 방안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노조의 회계가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은 노조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깜깜이 회계’는 노조의 투명한 운영만 방해하지 않는다. 노조가 혼탁해지면 자연히 노조는 기업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고 협력하는 노사관계는 형성되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노조는 매년 자세한 회계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미국의 경우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도 기록할 정도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해왔다. 2011년에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세계 수준에 맞는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비영리 조직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지방보조금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립학교법 같은 각종 법률이 시행되면서 투명한 재정운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회계는 투명성이 부족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회계 감사와 운영상황 공개, 자료 제출에 대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 법령에서는 회계감사를 하는 자격에 제한도 없고 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공표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정부가 노동조합법 제14조와 제27조에 근거해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노조 327곳에 회계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207곳이 제출하지 않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계 투명성은 회계, 즉 기업이나 단체와 관련된 정보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일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지향해야 할 일”이라면서 “특히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곳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1520억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광역자치단체가 1343억 4000만 원, 고용부가 177억 1000만 원을 지원했다.
노조개혁과 노동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2월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하면서 “노조가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월 21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는 “노조가 정상화된다면 기업가치도 올라가고 우리 자본시장도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노조는 노조답고 사업주는 사업주답게 만드는 제대로 된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올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