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흑표 전차 세계 시장 제패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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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수출형 K2 전차 개발 주역
현대로템 전차체계 2팀
전차(탱크)를 ‘지상전의 왕자’라고 부른다. 지상군 무기는 ▲화력 ▲기동 ▲방어(장갑)를 축으로 발전해왔는데 화력의 정점인 주포, 기동의 정점인 차량, 방어의 정점인 두꺼운 장갑을 한데 집약한 무기가 바로 전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산기업 현대로템이 만든 ‘K2’ 전차가 2022년 12월 폴란드에 수출됐다. ‘흑표(Black Panther)’라는 별칭이 붙은 이 전차는 1995년 개발을 시작해 2014년부터 우리 군에 실전 배치했다. 이번 폴란드 수출은 한국 방산 역사상 첫 완성품 전차 수출이다. 1차 수출 규모는 전차 180대(약 3조 5000억 원)이며 2025년까지 1차 공급을 마친 후 폴란드형 K2 전차인 ‘K2PL’ 800여 대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PL’은 폴란드를 뜻한다.
2월 21일 K2를 개발한 현대로템을 찾았다. K2 수출형 모델을 개발하는 ‘전차체계 2팀(팀장 조민승)’을 만나 흑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애국심과 자긍심으로 가득 차 보였다.
K2는 왜 흑표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K2 개발 당시 사업 명칭을 ‘흑표 개발사업’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통상 무기 개발 과정에서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 명칭을 사용한다. 조민승 팀장(경력 20년 차)은 “개발 당시 붙은 흑표라는 음어가 지금의 별칭이 됐다”고 설명했다.
K2가 폴란드에 수출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직접 개발해 만든 전차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 뿌듯했다.”(김태윤 연구원)
폴란드 수출용과 한국군용 K2는 무엇이 다른가?
“폴란드 수출용 전차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K2 갭필러(gap filler)’ ▲‘K2PL’이다. 갭필러는 신속한 납품을 위해 우리 육군이 사용하는 버전을 최소한의 설계 변경을 거쳐 폴란드 현지용으로 만든 모델이다. 폴란드형 K2인 ‘K2PL’은 향후 폴란드가 요구한 사항을 반영해 설계한 뒤 생산될 예정이다. 폴란드가 갭필러와 K2PL을 동시에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다.”(이광주 책임)
이광주 책임은 완성차 분야에서 16여 년 동안 연구개발을 했다. 현대로템에는 최근에 입사했다. K2에 대한 폴란드 현지 반응을 묻자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전차를 납품하는 모습을 보여줘 신뢰를 얻었다”며 “현지 반응이 우호적”이라고 했다.
자동차는 개인이 고객, 전차는 국가가 고객
완성차와 전차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완성차는 고객이 개인이지만 전차는 국가가 고객이다. 이 때문에 요구사항도 다르다. 완성차는 디자인이나 디테일(세부사항)이 중요하다면 전차는 생존성과 전투력 등에 신경을 쓴다.”(이 책임)
완성차는 인체공학적인데 전차는 어떤가?
“K2도 인간공학, 인체공학을 반영했다. 한국인 신체 기준에 적합하도록 개발돼 여군이 탑승해도 문제없다.”(정해준 연구원)
전차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고들 한다.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오해다. 국방 규격에 부합하고 전자파 시험을 통과해야만 전차를 생산할 수 있다.”(정 연구원)
K2를 ‘3.5세대 전차’라고 한다. 왜 그런가?
“주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개발돼 운용 중인 전차를 3세대 전차로 분류한다. 흑표는 3세대 전차 대비 디지털 탄도계산기와 정밀 사격통제장치가 적용돼 명중률이 높고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능동방호시스템 등을 장착해 방호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흑표는 최신 디지털 기반 전장관리시스템·사격통제장치가 있다. 기존 3세대 전차보다 발전돼 3.5세대 전차라고 표현한다.”(전준욱 책임)
흑표를 능가하는 전차는 없다
전준욱 책임연구원은 어릴 적부터 전차 프라모델(모형조립)에 관심이 많았다. 전차 개발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전차가 완성되면 그만큼 더 보람 있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27년 차인 배재만 책임연구원은 “K2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유한 전차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2000년대에 개발된 K2는 태생부터 디지털 환경에 기반해 설계된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최신 기술과 추후 개량된 장비를 적용하는 범용성이 다른 어떤 전차보다 우수하다”며 “흑표는 자동장전시스템 덕분에 승무원이 세 명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전차를 운용하는 야전부대 출장도 잦다.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한 달이다. 출장이 길어지면 재입대한 느낌도 든다고 했다. 조 팀장은 “현장의 요구사항이나 불편을 들어야만 더욱 개선된 전차를 만들 수 있기에 바쁜 연구개발 일정에도 야전을 찾아간다”고 했다.
최근 대전차 미사일의 활약으로 이른바 ‘전차 무용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배재만 책임연구원은 “전차는 여전히 지상전의 핵심전력”이라고 했다. 현대로템은 대전차무기로부터 전차를 보호할 수 있는 방호 체계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도 힘쓸 예정이다.
방산업체는 출입 절차가 엄격하다. 임직원은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 사용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만 한다.
방산업체 근무자들은 직업병이 있다고 한다. 김태윤 연구원은 “습관적으로 말을 조심하게 되고 집에서 종이를 버릴 때도 잘게 잘라서 버린다”고 했다. 배 책임도 “종이를 파쇄하지 않고 구긴 채 휴지통에 넣으면 찜찜하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돼지머리 두고 고사 지낸 사연
배 책임은 자동차로 치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에 해당하는 K2용 ‘ISU(암내장식 유기압 현수장치)’를 개발했다. ISU는 전차 승무원의 피로도를 줄이고 사격 시 전차가 전후좌우 세밀한 자세제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차체 앞부분을 높이면 전방 상공에 떠 있는 헬기도 격추할 수 있다.
16년 전 배 책임이 속한 팀은 ISU 개발을 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팀원들은 모두 교회를 다녔는데 얼마나 절박했는지 돼지머리를 올려두고 고사까지 지냈다. 얼마 뒤 ISU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방산 수출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고객 요구에 맞는 맞춤형 개발·생산이 중요하다”며 “고객 맞춤형 방산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늘어나는 방산 수출 수요와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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