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 농업의 미래를 “K-팝처럼 K-농업 사랑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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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 김혜연 대표
기술의 발전은 농업의 모습을 바꿔놨다. 뙤약볕 아래서 모내기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농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인공지능(AI)과 디지털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 기술은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중동은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이다. UAE는 전체 국토 면적 중 80%가량이 사막지대이고 그중 경작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은 전 국토의 0.4%에 불과하다. 때문에 대부분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스마트팜 기술이 개발되면서 UAE에 농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다.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이 국내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이다. 엔씽은 2019년 UAE에 진출했다. 현지에 모듈형 농장을 설치하고 50℃ 이상 기온이 오르는 중동 땅에서 냉방, 농업용수 냉각, 용존 산소도 유지 등 테스트를 마치고 컬리케일, 오크리브즈 등 샐러드 채소를 안정적으로 재배해 화제가 됐다. 2021년 5월 UAE 사리야그룹과 300만 달러(약 35억 원) 규모의 모듈형 농장 ‘플랜티큐브’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UAE로 수출할 플랜티큐브 제작이 완료됐고 이를 설치할 부지를 선정하는 등 현지에서 필요한 과정만 남았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순방길에 올랐다. 1월 16일 UAE 아부다비 에티하드타워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과의 만남’ 만찬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윤 대통령 내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했던 순간이었어요. 엔씽 같은 스타트업, 대기업, 광산기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대통령님 근처에 배치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 같아요. 팀 코리아로 함께 UAE를 방문하면서 모두가 깜짝 놀랐어요. 생각보다 경제사절단을 크게 환대해줘서 감동받았어요. 가는 데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고 보는 사람들마다 격하게 환영해줬어요. 또 이번에 기대 이상으로 큰 투자를 받았으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개인적으로 이번 순방에서 좋았던 점이 개별 기업이 하나하나 두드리기 어려운 문을 함께 열 수 있었던 거였어요. 경제사절단이 함께 움직여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엔씽의 쇼룸에서 만난 김혜연 대표는 UAE 순방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엔씽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팜 쇼룸은 흔히 볼 법한 카페 같지만 차이가 있다. 카페 공간 한쪽 벽에는 엔씽의 모듈형 컨테이너가 설치돼 실시간으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버터헤드, 로메인, 바타비아 등 샐러드용 작물이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 속 유일한 초록빛이 반가웠다. 기존 카페처럼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여기서 수확한 채소를 구입할 수도 있다.
CES에서 인정받은 모듈형 스마트팜
이곳은 패션지에 등장할 만큼 힙한 장소가 됐다. 김 대표는 “소비자와 접점을 최대한 늘리려고 이 공간을 만들었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웃었다.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진출한 농업의 스마트한 변신이다. 큐브(CUBE)는 공대 출신 김 대표의 공학도적 관점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대학생 시절 외삼촌이 운영하는 농자재 업체에서 근무하다 우즈베키스탄에 파견을 갔다. 거기서 농업의 중요성을 알게 돼 이를 창업아이템으로 삼았다. 김 대표는 농사를 잘 짓기 위해 환경을 통제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려면 규격이 필요했다. 규격의 가장 기본을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값이 비교적 저렴한 컨테이너로 정하고 여기에 재배기를 만들었다. 엔씽이 만든 스마트팜은 수직농장으로 수경재배 방식을 사용한다. 자체 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내부 환경과 생육조건을 통제하고 고객이 원하는 품질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하려면 컨테이너를 이어 붙이면 된다.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 모듈형 스마트팜은 엔씽이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점을 인정받아 2020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지금 엔씽의 기술은 환경 통제를 넘어 실시간으로 자동 제어가 가능하다. 이는 작물 재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운전해 목적지까지 가듯 스마트팜이 알아서 작물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농장을 규모화하면서 작물 수량, 작물 재배 일정 등을 파악해 수익성도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팜이 단순히 작물을 효율적으로 기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장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때문에 엔씽의 주 고객은 개인이 아닌 기업이다.
스마트팜, UAE에 새로운 꿈을 심다
엔씽은 큐브에서 주로 샐러드용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어느 국가든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 되면 채소를 먹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샐러드용 채소는 돈이 되는 작물이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소득이 높은 UAE 역시 고급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엔씽이 스마티큐브에서 재배하는 고급 채소들은 현지 호텔, 레스토랑 등으로 납품된다. 아부다비 PoC(기술검증사업) 기간동안 주변국에서 수입한 것보다 신선도와 맛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티큐브에서 생산한 작물을 주변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점도 주효했다.
“두바이의 초석을 만든 고 셰이크 라시드 UAE 국왕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벤츠를 몰고 다니고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몰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니지 않을까? 여기에 석유 고갈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UAE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이 같이 녹아 있어요. 이제 UAE도 어느 정도 인프라(기반시설)와 기술, 사람들이 있으니까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중 가장 첫 번째로 관심을 갖는 게 식량이었죠. 그래서 스마트팜으로 생산한 작물이 비즈니스로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에 많은 흥미를 보였던 것 같아요.”
농업 불모지에 작물 재배를 넘어 수출의 꿈까지 심어준 엔씽이 바라보는 농업의 미래는 어떨까? 김 대표는 농부의 개념이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 흘리던 농부가 아니라 스마트팜에서 재배환경을 연구하고 더 맛있는 재배시스템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저 역시 농부”라며 “더 좋은 재배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모두 농부다. 엔씽의 구성원들도 대부분 농부”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앞으로 농업은 콘텐츠 비즈니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에 연관된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는 뜻이다. 재배기술, 인프라, 첨단기술, 작물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스마트팜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했다. 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는 스마트팜 산업이 크려면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과 기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위아래로 길고 국토의 70%가 산이라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작물이 다 있어요. 이 좋은 콘텐츠에 스마트팜이라는 재배시스템을 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딸기 정말 맛있잖아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거든요. 앞으로는 농업이 K-팝처럼 사랑받는 시대가 올 겁니다.”
장가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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