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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脫탈원전 제3, 제4 체코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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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체코에서 날아온 낭보는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에 숨을 불어넣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희망의 씨앗이 됐다. 이날 체코 정부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필두로 한 팀코리아를 선정했다. 총 사업비 24조 원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인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은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 성과는 앞으로 펼쳐질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민국이 원전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세계원자력협회 등에 따르면 향후 15년 이내 계획된 원전의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 각국은 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전 생태계 발전에 힘을 싣고 있다. 한때 탈원전을 표방했던 유럽 주요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위스는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했던 법을 고쳐 친환경 원전을 짓기로 했다. 스웨덴은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이탈리아 역시 의회에서 원자력 재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원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는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다.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 얻어낸 성과가 바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제2·제3의 체코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10월 7일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필리핀에서도 팀코리아가 최고의 원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필리핀도 원전을 다시 도입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며 “이번에 체결된 바탄원전 타당성조사 MOU를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바탄원전은 1976년에 첫 삽을 떴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건설이 중단된 곳이다. 이 사업의 재개를 앞두고 한수원이 타당성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양국이 함께 준비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왜 원전인가?
원전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원전이 가진 장점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밝혔듯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통해 첨단산업을 발전시키면서 탄소중립까지 달성하려면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테면 2024년 8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세금 및 부과금 포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2~3배는 저렴하다. 8월 가구당 평균 사용량 363킬로와트시(㎾h)에 대한 요금을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6만 4000원을 내면 되지만 일본에서는 13만 5625원, 독일에서는 18만 3717원을 내야 한다. 값싼 전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돼왔다.
전기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공장을 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원전이 있기 때문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원전은 저렴하고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해왔다. 윤 대통령은 2월 2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원전은 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며 “우리나라가 한참 성장을 할 때 한국의 산업용 전기가격이 일본 산업용 전기가격의 4분의 1이었다”고 짚었다.
이제 원전은 그 자체로 ‘블루오션’이 됐다. 윤 대통령은 “원전은 그 건설과 운영 과정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민생 직결 사안”이라며 “2기 건설과 운영 과정에 15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4만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어지는 원전의 평균 설계수명 60년으로 계산해보면 원전에서 만드는 전기와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드는 전기의 가격 차이는 64조 원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원전 두 기를 지어 수출하는 일은 자동차 수백만 대, 스마트폰 수천만 대 이상 수출하는 것과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전은 미래산업의 필수조건
더욱이 원전은 미래 산업의 필수조건이다. 인공지능(AI)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전기도 막대하다. 반도체 생산라인 하나에 약 원전 1기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들은 엄청난 양의 고품질 전기가 필요하고 결국 원전이 없으면 첨단산업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의 탈(脫)탈원전 기조는 출범 초기부터 흔들림 없이 추진됐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안전성을 전제로 운영허가가 만료된 원전을 계속운전해 2030년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계속운전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예비품을 발주하는 등 산업계 일감을 조기에 창출해 원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외적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기자재 수출·운영보수 서비스 수출 등으로 수출 지형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해 즉시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약속은 차근차근 이행됐다. 9월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7년 10월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 경북 울진군에 세워질 신한울 3·4호기의 예상 총사업비는 11조 7000억 원에 달해 본격적으로 업계에 일감을 공급하고 생태계가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서도 계속운전이 추진된다. 계속운전이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심사를 받아 설계수명이 지나도 연장해 가동하는 것이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가동원전 93기 중 84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봐도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 267기 중 계속운전을 했거나 하는 원전은 244기에 달한다.

윤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신한울 3·4호기가 준공되기 전, 고리 2·3호기가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원전 생태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방안도 추진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22일 창원을 찾아 원전산업 협력업체 현장방문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는 925억 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발주하고 3800억 원 규모로 금융애로 해소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9월에는 첫 원전수출전략추진단 회의가 개최됐다.
원전 생태계 복원은 서서히 힘을 받기 시작했다. 신한울 1호기는 착공 12년 만에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됐다. 2022년 12월 14일 열린 준공식에서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신한울 1호기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APR1400 노형으로 계측제어설비와 같은 주요 기자재 핵심기술을 완전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이라며 “각국 정상을 만날 때에도 APR1400 브로슈어를 들고 원전 시공의 신속성, 건설 비용의 합리성,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왔다”고 말했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에 도입된 것이 APR1400이다. 1998년 개발된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을 개량해 만든 APR1400은 성능과 안전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착실하게 달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년 8개월간 달성한 원전 설비 수출 계약은 총 105건으로 4조 86억 원에 달한다.

팀코리아의 도전
2022년 8월 25일 이집트에서 날아온 낭보가 시작이었다.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2023년 6월 27일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에 도입될 삼중수소 제거설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원전 단일설비 수출로는 역대 최대인 26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이는 2022년 우리나라의 대 루마니아 수출액의 38%에 육박하는 액수다.
그리고 7월 17일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필두로 한 팀코리아가 선정됐다. 총사업비 24조 원이 예상되는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 성과는 단지 막대한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전 강대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에 처음 진출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원전이란 설계·시공부터 유지보수까지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지속 운영되는 설비이기 때문에 먼 거리의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거리상의 단점을 능가하는 강점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
팀코리아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최대 원동력은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이다. 약속된 기간 내에 예산에 맞춰 시공한다는 사실은 얼핏 당연하게 보이지만 원전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쟁자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핀란드에 세운 올킬루오토 3호기는 예정보다 13년 늦게 가동됐다. 반면 팀코리아가 만든 바라카 원전은 약속한 대로 9월 5일 성공적으로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한국형원자로 APR1400을 개량한 APR1000의 기술력도 돋보였다.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체코에서는 1200메가와트(㎿)급 이하 원전 건설을 요구했는데 1400㎿의 설비용량을 가진 APR1400을 개량해 1000㎿의 APR1000을 개발한 것이다.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EUR 설계인증도 받은 APR1000은 앞으로 유럽 맞춤형 원전으로 경쟁력을 가질 전망이다.
원전산업이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를 건설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두산은 2009년 발전용 터빈을 생산하는 체코의 기업 스코다파워를 인수했는데 이 두산스코다파워를 비롯해 체코 국내 기업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9월 20일 체코를 찾아 공업도시 플젠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체코에 새로 짓는 원전은 한국과 체코가 함께 짓는 원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제작하는 터빈이 신규 원전에 사용될 것”이라며 “설계, 운영, 핵연료, 방폐물 등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활짝 열린 세계 원전 시장
이와 더불어 팀코리아를 구성한 민·관 업체는 수시로 체코 지역사회를 찾았다. 200여 개에 이르는 잠재 협력사를 발굴하고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했다. 이런 점 때문에 원전 건설 예정지인 두코바니 지역협의회는 팀코리아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탈원전을 선언하고 흔들림 없이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한 정부, 기술로 뒷받침한 민·관의 노력이 합쳐져 24조 원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9월 20일 직접 체코를 방문해 대통령·총리 등과 회담을 갖고 한·체코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원전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가진 체코 동포만찬간담회에서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의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발전했다”며 “국내 원전 생태계를 재건하고 1000조 원이 넘는 글로벌 원전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은 결국 대한민국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6월 22일 창원에서 원전 협력업체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금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원전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 저와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 모두는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대한민국 원전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됐다.

김효정 기자



체코 맞춤형
한국형 원자로 APR1000?
팀코리아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맞춤형 원자로 APR1000을 제안했다. APR1000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됐던 APR1400의 설비용량을 줄여 만든 것이다.
대부분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체코의 경우에도 전력사용량이 비교적 적어 고출력 원전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해 APR1000이 개발된 것이다.
APR1000은 설비용량만 줄어들었을 뿐 기본 구조와 외형은 APR1400과 동일하다. 설계수명 60년, 가동률 90%, 설계기준지진 0.3g 등도 같다. 국산화에 성공한 디지털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도 적용했다. 다만 핵연료의 양을 감소하고 증기발생기의 개수도 줄여 설비용량을 낮췄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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