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 세상에서 버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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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막내를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인생숙제가 너무 많아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내가 누군지도 알아야 하고, 복잡한 인간관계도 경험해야 하고, 사회에서 생존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그것들(It·잇)’이 필요하다. 학력, 직장, 자산, 집과 자동차, 사회적 지위, 커리어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잇’이다. 현재의 세상은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낸 ‘잇’들로 형성된 초거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인류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발전해왔으며 전 세계 80억 명의 욕망이 촘촘하게 만들어낸 거대한 매트릭스다.
우리 모두가 실시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잇’ 시스템은 웬만한 개인은 따라잡을 수조차 없다. 해마다 경제, 소비, 기술 등의 트렌드가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됐는지 다 파악하기도 전에 무서운 속도로 진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먹고살려면 세상의 속도와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해야 한다.
내가 20대일 때만 해도 변화의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르진 않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세상의 질서를 바꾼 팬데믹과 최근 급부상한 인공지능 때문에 지금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지 이제 겨우 20~30년밖에 안된 청년들이 세상의 엄청난 하중과 속도를 견디며 먹고살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특하고 대단한 일인가. 가끔 20대 청년들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저는 멘털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남들은 씩씩하게 잘만 견디는 것 같은데 나약한 제가 한심하게 느껴져요.”
그런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말한다. 절대 멘털이 약해서도 나약해서도 아니라고. 거대한 ‘잇’ 시스템의 압력과 속도와 스트레스를 작은 몸뚱이 하나로 견디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 일인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 거친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만도 기특하다. 버티고 사는 것만도 장한 일이다.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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