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가을은 소리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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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3대 명품 숲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 죽녹원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가을이 절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지각 단풍’ 노선도 하루가 다르게 남하하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을 숲의 계절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 ‘로컬100’ 중 지역 문화유산에 선정된 전남 담양군의 3대 명품 숲의 가을을 만나러 떠났다.
대숲이 군무를 추면 신비로운 소리가 들린다. “휘이”, “싸아” 하고 마치 숲이 휘파람을 부는 것 같다. 그 청아한 초록색 소음에 복잡했던 고민들도 잠시 숨을 고른다. 음이온이 풍부하고 산소 발생량이 많다는 대숲의 효능·효과 때문만이 아니어도 대숲에서의 산책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저 조용히 대숲을 거닐었을 뿐인데 명상가가 된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담양군은 예부터 대나무골이라 불렸다. 마을마다 대숲을, 대숲마다 마을을 품고 있다. 죽녹원, 삼다리, 태목리, 만성리, 행성리, 소쇄원 등이 모두 대숲으로 이름난 곳들이다. 삼다리가 알음알음 조용히 찾는 곳이라면 죽녹원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찾는 담양의 대표 명소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아 ‘K-숲’이란 별칭도 얻었다. 로컬100에 선정된 담양 3대 명품 숲 중 첫 번째 코스는 죽녹원이다.
대나무 숲 대표 ‘죽녹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빼곡한 대나무 숲이 마중 나온다. 성인산 자락 16만㎡ 규모의 대나무 숲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전망대 카페인 봉황루를 지나 나무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다보면 대숲이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대나무와 대나무, 숲과 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은 덤이다. ‘숲멍’ 하는 사이 움츠렸던 가슴이 펴지고 불안했던 들숨과 날숨이 안정을 찾는다.
죽녹원은 분죽·왕대·맹종죽 등이 자생하던 대나무 군락지를 정비해 2003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대숲 사이 총 2.4㎞의 산책로만 걸어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죽마고우길’부터 ‘운수대통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은 길을 걷노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산책로가 아니어도 죽녹원의 대숲에선 한번쯤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다. 혼자만의 사색을 원한다면.
대숲 사이엔 죽림폭포, 한옥체험장 등 볼거리나 쉬어갈 만한 공간들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대숲을 실컷 거닐다가 죽로차체험관에서 다도 체험을 하고 한옥카페 ‘추월당’에서 댓잎 차, 댓잎 라테나 댓잎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죽녹원 후문과 가까이 있는 시가문화촌에도 가볼 것. ‘정자(亭子) 도장 깨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면앙정가’를 지은 송순의 ‘면앙정’,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으로 대표되는 송강 정철의 ‘송강정’과 ‘식영정’, 소쇄원의 ‘광풍각’, ‘환벽당’ 등 조선 중기 시가문학의 산실인 정자들을 재현해놨다. 각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힐링 포인트다. 2022년엔 시가문화촌 인근에 매란국죽 사군자를 식재한 정원을 비롯해 숙박이 가능한 한옥, 누정과 누각, 계류 등을 갖춘 ‘사군자 정원’이 더해져 이색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300년 역사 자랑하는 숲 ‘관방제림’
죽녹원을 나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또 다른 담양 명품 숲 중 하나인 ‘관방제림’과 만난다. 천연기념물인 관방제림은 6㎞의 관방천(담양천)의 제방인 ‘관방제’를 두른 둑길 중 2㎞ 구간에 걸친 풍치림을 말한다. 조선 인조 26년(1648) 때 부사 성이성이 영산강 관방천의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철종 5년(1854)에 부사 황종림이 다시 이 제방을 축조하면서 그 위에 숲을 조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관방제림(官防堤林)이라는 이름은 제방을 쌓을 때 관비(官費)를 사용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300여 년이 흐른 지금 관방제림은 다양한 수종이 빼곡히 자리 잡으면서 명품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몸통에 고유 번호표를 단 100여 그루의 푸조나무, 30여 그루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벚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산책로를 따라 이어져 사계절 운치를 더한다. 그중엔 최고 수령 300여 년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다. 비교적 조성 당시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는 곳으로 2004년에는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관방제림은 바람이 없는 날 천에 데칼코마니처럼 풍경을 찍어낸 반영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즈음이면 전국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천과 천을 두른 빼곡한 나무들이 가을 서정을 더한다. 제방 위의 흙길 산책로는 맨발로 걷는 이들이, 천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산책로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서너 명이 함께 전동바이크를 타고 영산강 자전거길을 따라 관방제림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르다. 대여소는 죽녹원 입구 맞은편에 있다. 관방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미난 놀이터다.
이국적 정취의 ‘메타세쿼이아 길’
관방제림 산책이 끝나면 다음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즐길 차례다. 죽녹원부터 시작해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일대가 거대한 숲, 생태 벨트를 이루고 있다. 동양적인 숲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죽녹원과 달리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고대부터 존재해온 ‘화석나무’ 중 하나. 아직까지 수령도 밝혀지지 않은 ‘신비주의’ 나무다. 이런 메타세쿼이아가 국도변 양쪽으로 도열하듯 8.5㎞ 이어진다. ‘어디선가 본 길이다’ 싶다면 영화 ‘화려한 휴가’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배경으로도 익숙할 만큼 유명한 길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1972년 담양군에서 국도24호선, 군청~금성면 원율삼거리 5㎞ 구간에 5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 1300본을 식재하며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2000년 광주~순창 간 국도 확장 공사 당시 사라질 위기를 겪었다가 당시 군민들, 지역단체의 노력으로 우회로가 만들어지며 보전될 수 있었다.
드라이브를 한다면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 아쉬울 테니 이 길의 매력을 만끽하려면 자전거 타는 것을 추천한다. 자전거는 담양읍사무소(무료)나 향교 부근(유료)에서 대여할 수 있다.
죽녹원에서 ‘숲멍’, 관방제림 나무 그늘에 앉아 ‘물멍’, 메타세쿼이아 길 자전거 여행까지 하면 하루가 모자란다. 숲도 식후경. 명품 숲 주변에 모여 있는 담양 맛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죽녹원 부근엔 담양의 대표 메뉴인 떡갈비에 대통밥(대나무통밥)을 내는 식당을 비롯해 국수거리도 있다. 유명한 창평시장 국밥거리는 죽녹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이니 식도락 여행은 덤이다.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또 다른 로컬100 전남 신안군 퍼플섬
전남 신안군 퍼플섬도 로컬100 ‘지역 문화유산’에 선정됐다. 퍼플섬은 신안군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마을 내 건물의 지붕은 물론이고 도로와 섬을 잇는 다리까지 섬 전체를 보랏빛으로 단장해 이색 여행지로 떠올랐다. 컬러마케팅이 성공하면서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많은 색 중에서도 보라색을 택한 이유는 반월도와 박지도에서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세 개의 섬은 해상보행교로 이어져 편히 오갈 수 있다. 섬 입도 시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면 입장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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