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빠에서 육아멘토로 “최고의 육아는 함께 놀아주는 것 하루 10분만 시간내보세요!”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가치자람 사회적협동조합 아빠육아문화연구소 김기탁 소장
‘아내 카톡에 답장 잘하자’, ‘일 갔다 오면 아내에게 먼저 수고했다고 말하자’, ‘아이는 아빠가 씻기자’,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자존감’.
가치자람 사회적협동조합 아빠육아문화연구소 김기탁 소장의 누리소통망(SNS)에는 ‘아빠 혼자 24시간 육아해보고 느낀 소감’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그는 “아빠도 육아를 반드시 경험해봐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함께 육아”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육아조언을 비롯해 육아 팁, 아이와의 놀이 방법, 가족의 일상을 담은 재미있는 모습 등을 담은 그의 SNS 육아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2000만 회를 넘겼다.
2015·2019·2023년생 세 아이의 아빠인 김 소장은 자신을 ‘육아랜서’라고 소개했다. 주양육자인 동시에 프리랜서 육아전문가라는 뜻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 놀이 멘토이기도 한 그는 각종 강연과 방송을 통해 ‘아빠육아’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공유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양성평등한 양육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제안도 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남성 최초로 9월 7일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고 앞서 7월 11일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저출생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아빠육아에서 해법을 찾은 그의 가족을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육아 10년 차, 이제는 육아 10단인 그도 처음부터 아이와의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첫 아이를 낳은 후 우울증을 앓던 아내를 대신해 육아에 뛰어들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찾아간 곳이 초보아빠들을 위한 육아 커뮤니티 ‘100인의 아빠단’이었다. 그곳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법을 배우면서 육아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육아는 엄마가 더 잘할 것이란 선입견이 깨진 것도, 육아가 서툰 다른 초보아빠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는 육아랜서로 활동한 지 올해로 7년 차다. 하나도 버겁던 아이가 셋으로 늘었지만 다섯 식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빠육아’를 통해 아내도 아이들도 웃음을 되찾은 덕분이다. 김 소장은 첫째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회장 등을 맡아왔다. 그는 “아들이 학급회장이 된 날 ‘나도 아빠랑 똑같아졌다.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가장 행복했다”며 웃었다.
‘육아랜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요일을 나눠 육아를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혼자 세 아이를 각각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9시가 된다. 이후 강연이나 미팅 등을 마치고 오후 5시쯤 다시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때부터 저녁밥 먹이고 놀아주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아이들은 밤 9시쯤 자는데 이후엔 아무리 피곤해도 아내와 한두 시간 정도 대화를 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못다 한 일을 마치고 나면 새벽 3~4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
무척 고될 것 같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15년 첫 아이를 낳고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다. 어린 나이에 출산한 데다 당시 나는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가 밤 늦게야 돌아왔기 때문에 육아에 거의 참여를 못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방에 내려가 자영업을 준비했는데 연고가 없는 곳에서 생활하니 아내의 우울증이 더 심각해졌다.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며 지금 해야 할 것은 일이 아니라 가정을 돌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던 일에서 모두 손을 떼고 아이와 아내 옆에 있기로 했다.
생계가 문제였을 텐데.
육아를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엔 우유 배달, 신문 배달도 하고 택배 아르바이트도 했다. 특히 아내도 일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플랫폼 노동을 많이 했다. 계속 이렇게 생활할 순 없겠지만 아이가 어릴 때만이라도 최대한 일보다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이후엔 점차 고정적인 일을 찾아나갔다.
경제적인 문제는 현실적으로 아빠육아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가족과 더 멀어져 있었다. 내 욕심만 채워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라는 게 결혼 전에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결혼 후엔 그럴 수 없단 것을 알았다.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당장 경제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함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였다. 물론 우리 가족은 조금 특별한 경우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부부가 같은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면서 다시 직장 생활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여전히 가족과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있어 우리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 육아에 뛰어들었을 때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였고 어려웠다. 책 말고 육아를 직접 보고 배울 수는 없을까 하던 차에 알게 된 것이 ‘100인의 아빠단’이었다. 육아 상식, 다양한 놀이 방법 등을 배우면서 육아에 재미를 붙였다. 아내보다 내가 더 육아가 적성에 맞았던 거다.
‘100인의 아빠단’에서 뭘 배웠나?
아빠들은 의욕이 있어도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몰라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100인의 아빠단에서는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다양한 놀이법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우리 가족 동화책 만들기’, 아이와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우리 동네 플로깅’, 아이가 원하는 것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함께하는 ‘포스트잇 보물찾기’ 같은 놀이가 특히 재미있었다. 이곳에서 알려주는 놀이법은 아이는 물론 아빠도 즐겁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육아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최고의 육아=놀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다 100인의 아빠단 멘토까지 됐다.
100인의 아빠단에서는 매주 ‘우리 아이 재능 찾기’, ‘아이에게 편지쓰기’, ‘아이와 축어록 만들기’와 같은 ‘주간 미션’을 준다. 미션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2018년 ‘우수아빠’로 선정됐다. 그러다 과거의 나처럼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아빠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듬해부터 멘토로 활동했다. 직접 놀이를 개발하고 교육자료를 만들고 강연도 한다. 이후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멘토 활동을 좀 더 폭넓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아빠육아문화연구소를 차리게 됐다. 어쩌다 보니 육아가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육아가 체질인가 보다(웃음).
육아는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이런 커뮤니티가 아빠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빠들은 처음엔 낯설고 쑥스러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체 채팅방도 만들고 가깝게 지낸다. 특히 아빠들은 활동적인 걸 좋아하다 보니 자녀들과 다 같이 캠핑을 가거나 축구를 하면서 훨씬 친해진다. 아빠육아의 장점이다. 최근엔 100인의 아빠단 규모도 무척 커졌다. 이전에는 전국에서 1년에 100명을 선발했는데 지금은 17개 시·도별로 100명씩 뽑는다.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늘었다는 걸 부쩍 체감한다.
아빠육아를 하며 가정에 달라진 점이 있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의 육아 참여가 늘면 자녀의 언어와 신체발달이 더 빠르다고 한다. 실제로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 상대적으로 걸음도 느리고 언어발달도 더뎠는데 내가 본격적으로 육아를 함께하면서 월등하게 발달속도가 빨라졌다. 좀 더 넓게 보면 아빠육아는 결과적으로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남성 양육자가 늘어나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 활발해지고 그것이 가정의 경제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여성 고위직 비율이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33%나 증가한다는 조사도 있다. 기업과 국가가 아빠육아를 위한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아직까진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
얼마 전 지인이 회사에 육아휴직 신청을 했다가 크게 눈총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때문에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닌 의무화해야 한다. 육아휴직이라는 말도 바꿀 필요가 있다. ‘휴직’이라는 말이 ‘쉰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 아빠육아문화연구소에서는 육아휴직 명칭 변경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이 밖에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갈이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거나 가족화장실을 확대하는 등 아빠육아가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일상의 소소한 부분부터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여전히 아빠육아를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아무리 바빠도 하루 10분의 시간은 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강도다. 의무가 아닌 진심으로 그 10분을 재미있게 놀아주면 아이는 내일의 10분을 기대하게 된다. 또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마음이 쓰인다면 반드시 ‘미안하다’고 표현해야 한다. 아빠가 자주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네 살 아이가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서운해하고 또 이해해줄 줄도 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초보아빠들에게 ‘해해해’라는 미션을 준다. 가족에게 ‘미안해, 칭찬해,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하라는 것이다. 표현해야 알고 알면 더 사랑할 수 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