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커피·소나무… 강릉의 향기에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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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안목해변
강원 강릉시는 향기의 도시다. 동해바다 냄새가 청량함을 더하고 커피의 도시답게 어딜 가나 진한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다. 해풍을 품은 소나무 향은 도시의 먼지로 꽉 막힌 코를 뚫어주는 듯하다.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 유독 뜨겁고 긴 여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쉼표를 찍고 싶다면 강릉에서도 안목해변이 최고의 선택지다. 안목해변은 KTX 강릉역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는 KTX로 1시간 50여 분, 2시간이면 도시와는 전혀 다른 가을 향기에 취할 수 있다. 무계획형 인간이라면 더욱 추천한다. 계획 없이 와도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넘쳐난다.
‘자판기커피 거리’에서 최고의 커피도시로
단연 안목해변 최고의 명물은 커피다. 강릉은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150여 곳에 이르는데 그중에서도 안목해변에는 500m 길이의 백사장을 따라 스무 곳 남짓한 커피숍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안목해변 인근을 ‘카페거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바닷가=횟집’이라는 ‘국룰’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알록달록 조악한 음식점 간판 대신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새하얀 외관의 카페, 유럽의 고급 호텔 부럽지 않은 커피숍 등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커피숍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저마다 독특한 커피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직접 원두를 볶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다른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커피 마시러 강릉 온다’는 말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안목해변이 커피로 유명해진 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이곳에 자리한 상점마다 커피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커피와 크림, 설탕의 배합이 달라 30여 대 자판기의 커피 맛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이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 ‘저 자판기가 더 맛있다’면서 방문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해안가 주위로 빼곡했던 횟집을 밀어내고 커피숍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후 유명 바리스타들까지 옮겨오면서 강릉은 명실상부 ‘커피의 도시’가 됐다. 다크 로스팅과 핸드드립의 대가로 유명한 박이추 씨가 2004년 차린 박이추보헤미안 본점이 강릉 연곡면에 있고 국내 스페셜티 커피의 선두주자인 테라로사 본점은 안목해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터를 잡고 있다. 강릉은 예부터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지저분한 잔맛이 없는 덕에 커피 맛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커피숍에 들어갈지 고민하던 차, 강릉커피콩빵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다녀갔다는 입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커피콩빵은 강릉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원두 모양을 본뜬 동그란 빵에 커피의 향과 맛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안목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 2층에 앉아 커피와 커피빵을 맛봤다. 눈과 입과 코가 동시에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인근 커피숍에서는 연탄빵 등 가게마다 특색있는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으니 즐거운 고민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한다.
모래사장 거닐며 ‘바다 한 잔’
여기에 바다내음을 한 스푼 추가하고 싶다면 커피를 들고 해변을 거닐어보자. 안목해변은 원래는 남항진에서 송정마을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의 ‘앞목’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 ‘안목’으로 부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2008년 ‘강릉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안목해변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안목해변은 동해 가운데서도 풍경이 특별하다. 해변을 마주하면 “와!”하고 탄성부터 나온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과 바다가 가녀린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유달리 고운 백사장의 모래를 밟을 때 느껴지는 촉감도 기분을 좋게 한다. 손에 쥔 커피를 들어 바다를 한 모금 삼킨다.
해변 중앙에는 대형 찻잔을 형상화한 포토스폿이 눈길을 끈다. 찻잔 속에 빠진 것 같은 재미있는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애써 포토스폿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면 렌즈 속 세상은 무엇이든 예술이 된다. 백사장 한켠엔 사람 키보다 큰 빨간 우체통이 눈에 띈다. ‘느린 우체통’이다. 편지를 써서 넣으면 1년 후 보내준다고 한다. 인근 카페에서 엽서를 사와 나에게 편지를 썼다. 곳곳에 반려견과 산책 중인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려동물 전용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는 덕이다.
안목해변 위로 올라가면 강문해변과 경포해변, 주문진해수욕장이 차례로 이어진다. 따라서 안목해변은 강릉여행의 시작점으로도 딱이다. 안목해변에서 커피를 마신 뒤 강문해변으로 올라가 허기를 채우고 경포해변과 경포호수를 구경한 뒤 마지막으로 주문진까지 들르면 강릉의 바다를 모두 품은 셈이다.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 숲길 걸으며 힐링
강릉은 소나무의 고장이기도 하다. 도시에서도 소나무는 흔하다고? 하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소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안목해변~송정해변~강문해변과 나란히 솔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 송정해변은 지명도 소나무에서 유래했다. 고려 제27대 왕인 충숙왕(1294~1339)의 사위 최문한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소나무 여덟 그루를 심은 이후 팔송정으로 불리다 지금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강릉 토박이에게 강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 숲길을 첫 번째로 꼽았다. 3.5㎞의 솔숲길은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해진 눈은 솔숲으로 들어오자 초록이 주는 안정감으로 편안해졌다.
해안 주변의 소나무들은 방풍림 역할도 한다.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증거로 모래사장에 가까운 나무들의 몸은 사선으로 누워 있다. 이곳 소나무는 해송 이외에 잎이 곰처럼 억세다고 해 ‘곰솔’, 나무의 껍질이 검은색을 띠어 ‘흑송’이라는 이름도 있다. 걸어도 걸어도 동공에 박히는 그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순한 흙길 덕분에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바닷바람이 솔숲을 건드릴 때마다 번지는 상큼한 솔향은 지친 마음을 씻어낸다. 땅거미가 진 저녁에 걸으면 더욱 진한 소나무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증언. 도로변의 가로등이 훤한 까닭에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솔숲의 종착지인 강문해변은 요즘 사진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액자, 반지를 모티프로 한 대형 포토존에서 ‘인생샷’에 도전해보자. 강릉 솔숲길의 추억이 사진 한 장 속에서 오롯할 테니.
강릉시는 ‘2024 강릉 맨발 힐링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목해맞이공원에서 강문해변까지 솔숲 구간을 맨발로 함께 걷는 프로그램이다.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1회 운영하는데 10월에는 27일에 진행된다. 강릉시 누리집을 통해 행사 15일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니 깊어가는 계절, 향기의 도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보자. 가을이 길지 않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가을이 짙어지는 강릉 여행길
안목해변(강릉항)
위치 강원 강릉시 창해로14번길 20-1
교통 KTX 강릉역에서 차로 10분,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15분
이용 시간 상시 이용 가능
입장료 없음 | 주차 무료
문의 (033)660-3887
솔숲길(안목해변~송정해변~강문해변 구간)
위치(강문해변) 강원 강릉시 강문동 159-43
교통 KTX 강릉역에서 차로 8분,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12분
이용 시간 상시 이용 가능
입장료 없음(솔숲길 전 구간) | 주차 무료
문의 (033)660-3865
*2024 강릉 맨발 힐링걷기
일시 10월 27일 오전 9시 30분~11시 30분
장소 안목해맞이공원 일원~강문해변 일대
모집 인원 100명(선착순)
신청 강릉시 누리집 www.gn.go.kr(10월 12일부터)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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