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아버지의 이름으로 ‘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이 땅의 모든 아버지의 이름으로 ‘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학교폭력’에 맞서 28년,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2022년 12월 30일 공개된 드라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던 주인공이 성인이 돼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흥미진진한 내용만큼이나 끔찍하게 묘사된 학교폭력 피해 장면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를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다시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1995년부터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 지원활동을 펼쳐온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으로 시작한 푸른나무재단을 설립한 당사자다. 아들 대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고 세상을 떠난 해에 학교폭력을 근절하고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김 이사장과 아들 대현이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김 이사장이 2022년 4월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털어놓은 이야기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김 이사장은 이전에도 2019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지만 이 방송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며 학교폭력 문제를 직접 인식시켰다. 김 이사장의 방송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360만 회에 달한다.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청예단빌딩 푸른나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기 이사장에게 ‘그날’의 일을 다시 묻지는 않았다. 이미 수십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되풀이된 이야기거니와 27년 동안 곱씹어왔을 일을 다시 한 번 들출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쓴 책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 대신 상처를 읽을 수 있다.
대현이가 세상을 등진 날은 기업 임원으로 승승장구하던 김 이사장이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을 때 있었던 일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몇 달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현이는 두 번 몸을 던졌다. 한 번은 주차된 차 위로 떨어져 목숨을 구했지만 피를 흘리며 다시 창문 앞에 섰다.
처절한 슬픔에 시달리던 김 이사장에게 찾아온 질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왜 대현이가 죽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모범생이던 대현이가 사실은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좀 지난 후의 일이다.
“대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폭력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상황과 정도를 정확하게 알진 못했다. 그저 운이 나빠서 학교 주변 불량배들에게 피해를 입은 정도라고 알고 있었다. 대현이가 집에 오는 길에 깡패들을 만났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한 번은 얼굴에 상처가 나고 옷과 가방이 심하게 더러워지고 안경까지 망가져 아이를 데리고 근처 경찰서에 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현이의 상처는 불량배가 툭툭 시비를 건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학생들이 함께 대현이를 수시로 불러내 폭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나와 아내는 전혀 짐작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김종기 이사장은 슬픔과 분노를 안고 가해자 학생 무리를 한 명 한 명 만났다.



가해자 학생들을 결국은 용서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포기, 회피에 가까운 심정이었다. 가해자들을 만났는데 그냥 아이들이었다. 갑자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손을 떨면서 반성문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까지 들었다. 가해자들이 대학생이 됐을 무렵 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무리의 ‘짱’이라고 일컬어지던, 대현이를 가장 괴롭혔던 학생이 자살했다는 얘기였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기에는 결국 이 일과 연관된 괴로움 때문일 것 같았다. 그때 폭력은 피해자에게도 평생 남을 상처지만 가해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를 반쯤 포기하듯이 용서하고 나서도 김종기 이사장이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게 된 사건이 있었다. 김 이사장은 가해자들이 다시 대현이의 친구 두 명을 불러 심한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김 이사장의 머릿속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당시는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김 이사장은 기자들을 만나고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했다. 결국 그해 연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학교폭력 근절’을 지시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김 이사장은 대현이의 죽음으로 설립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의 모임’을 청예단으로 확장시켰다.



피해를 딛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다양한 동기가 작동했을 텐데.
언론 인터뷰를 하고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피해자와 시민이 연락해왔다. 내가 던진 화두에 세상이 그만한 반응을 보일 줄 몰랐기 때문에 놀라웠다. 만약 반응이 없었다면 나는 더 절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나는 책임감을 느꼈다.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상담하는 일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관련 법률이나 제도도 당연히 없었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도 못쓰게 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라는 이름을 내세워야 했다. 거기서부터 예방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피해상담은 누가 어떻게 하고 화해·중재 방법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27년 동안 만들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은 줄었다.
확실히 성과가 있었다. 학교폭력은 줄어들었고 제도도 마련됐다. 그러나 폭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은 더 교묘한 방법으로 더 악랄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폭력이 대표적이다. 직접 주먹을 휘두르는 대신 키보드로 상처를 주는 사이버폭력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이 변했고 폭력의 양상도 변하고 있다.
폭력 예방교육과 대처방안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교육과 대처가 더 중심이 됐다. 시민성을 키우고 청소년의 역량을 기르면서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데도 많은 역할을 했다.
그동안 안타까운 사연을 정말 많이 접했다. 대다수는 학교폭력으로 학생 한 명의 인생만 무너지지 않았다. 온 가족이 피해를 입고 주변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는다. 학교폭력의 피해가 결국은 온 사회에 걸쳐 영향을 주는 독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대중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유명인이 사실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폭로가 암시하는 바는 분명하다. 폭력 피해는 평생을 간다는 것, 가해사실 역시 평생에 걸쳐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뒤늦은 폭로는 피해자들의 절규다. 나는 여전히 상처받고 있다는, 어떻게든 치유받고 싶다는 외침이다. 동시에 가해사실은 아무리 번듯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면서 예방교육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
결국은 어른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아이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자녀에게 “때리고 와도 되지만 맞고는 오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흔히 한다. 맞든 때리든 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폭력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맞아도 안되지만 때리는 것은 더욱 안된다. 왜 “친구와 때리거나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나. 자녀에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맞고 때리는 것을 전제로 하는 세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얘기다.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학교폭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없어질 수 있는 문제인가?
폭력은 사실 없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예방할 수 있다. 갈등을 중재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맨 처음 내가 학교폭력이라는 화두를 꺼냈을 때 학교폭력 피해율은 20%였다. 그러나 2021년 학교폭력 피해율은 7%로 크게 줄었다. 피해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피해를 치유하는 역량도 늘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치유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사과를 받는 일이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피해자가 바라는 일이다. 이걸 실현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과 중재 기술을 발전시켰고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시작점은 교육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올바르게 교육해야 한다. 단지 지식을 주입하고 학력을 늘리는 교육이 아니라 시민성을 기르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보통 ‘지(知)·덕(德)·체(體)’라고 하는데 ‘체·덕·지’로 바뀌어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어야 올바른 지식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회한에 젖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대현이가 죽고 나서 30년 가까이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내 아이는 살리지 못했지만 많은 아이들을 구했으니 이제는 대현이가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좋겠다.

김효정 기자



사이버폭력 예방 ‘푸른코끼리’가 나섰다
2020년 교육부는 푸른나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삼성그룹과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사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예방교육 사업의 이름은 ‘사이버 정글 가디언 푸른코끼리’, 폭력적인 사이버 환경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이버폭력 예방 시스템을 확산시키자는 목적을 갖고 추진됐다.
푸른코끼리는 사이버폭력으로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캐릭터다. 푸른코끼리 사업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예방교육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전국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폭력예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예방교육을 펼치고 피해자를 상담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일례로 성공적으로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고 있는 인천새말초등학교의 경우 푸른코끼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변화를 겪었다. 이 학교에서는 사이버폭력이 무엇인지부터 배우기 시작해 교육시간에 배운 덕목을 실천하고 “사이버폭력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 학생의 역량을 길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이버폭력 검사도구를 개발하고 예방교육의 효과성을 분석하고 있는 박종효 건국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사이버 예방교육을 받고 난 이후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사이버폭력을 목격했을 때 피해학생을 돕거나 사이버폭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 행동도 늘어났다. 박 교수는 “사이버폭력은 피해학생과 가족까지 모두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문제”라며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