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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발견 통해 긍지 갖고 행복 느끼는 것이 인문정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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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시인
인류는 인간소외, 인구소멸 등 그동안 겪어본 적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인류는 언제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엄청난 위기였지만 많은 기업과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일과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인문정신과 창조활동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회 위원장 최동호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 과거와 현재, 어떤 변화를 보고 있나?
인간의 불안과 공포는 시대를 막론하고 경험하는 원초적인 감정이다. 과거에는 신에 의지해 해결했다. 현대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중심을 잃고 집단적인 흐름에 휩쓸려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양심과 정의감이 약화됐다. 이런 변화는 인문정신의 약화와도 관련이 있다.

Q 자기 주체성을 확립하고 휩쓸리지 않으려면 인문정신이 중요하다. 인문정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인문정신이란 자기 발견을 통해 존재의 정당성과 긍지를 갖는 것이다. 그로부터 느끼는 행복감이 인문정신의 핵심이다. 자기 존재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예를 들어 유명해지기 위해 시를 쓰는 사람과 자기 내면의 진정한 필요에 따라 시를 쓰는 사람의 만족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Q 인문정신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나?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기 삶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행복감도 증진된다. 이러한 행복을 주는 교육의 근원이 언어교육이라고 생각한다.

Q 언어교육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교육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종착점이 언어교육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언어라는 의미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문화적 수준이 결정된다.

Q 우리 사회 전체에 인문정신이 스며들게 하기 위해 인문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인문교육에서 나온다. 인문교육은 분야를 넘나든다. 과학자가 시를 읽고 창의적인 사고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시인은 과거 유물을 보면서도 영감을 받고 화가는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상호 발전적인 순환회로를 만드는 것이 인문정신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제다.

Q 순환회로를 만들기 위해 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할까?
맞다. 기능교육보다는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기능교육과 함께 그것이 전인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을 바꿔야 한다.

Q 당장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에 인문정신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크고 두드러진 음악보다 배경에 깔린 낮은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움직이곤 한다. 인문정신도 바로 그런 낮은 소리와 같다. 요즘 소리만 요란한 소음이 난무한다. 진실한 언어가 소통되고 공유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Q 긍지를 강조했는데 어떤 것들인가?
2023년 프랑스의 몇몇 대학을 방문했는데 파리와 마르세유의 대학에서 프랑스인들이 한국 시를 읽고 기뻐하고 울기도 하는 모습을 봤다. 방탄소년단(BTS)이 공연할 때 외국의 한 음악 평론가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을 봤다. 단지 기능적·기교적인 춤과 노래가 아니라 그 안에 잠재된 열정, 즉 신바람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엄청난 역동성을 지닌 민족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 에너지를 긍지로 되찾아야 한다.

Q 한국의 역사적·문화적 자산들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민족의 위대성은 독창적인 문자, 즉 한글에서 드러난다.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 매우 적합하다. 다른 언어보다 속도감 있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류의 핵심에 한글이 있다. 이는 엄청난 장점이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계발하고 보편화하는 것이 인문교육의 기본이고 이걸 통해 현 사회의 여러 부정적인 징후들을 극복할 수 있다.

Q 부정적인 징후들을 맞닥뜨린 시대, 인문정신과 이를 표현하는 창조활동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힘을 줄 수 있나?
인문정신은 개인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내적 힘의 원천이다.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긍지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표현 방식을 개발하게 된다. 창조활동은 이러한 개인의 발견을 실제적인 형태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이다. 예술, 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함으로써 개인은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외부 세계에 표현할 수 있다.

Q 모든 사람이 다 창조자, 창작자가 될 수는 없을 텐데 개개인이 어떻게 창조활동으로 인문정신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공유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창조성이나 인문정신은 함께하는 정신이다. 혼자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쓰고 공유하고, 나누고 함께해서 더욱 확장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문화민족이 되고, 문화민족이 되면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된다.

Q 그렇다면 개개인의 창조활동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인문정신과 창조활동은 문화적 다양성의 뿌리다.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때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타나고 사회는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 창조적 활동은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증폭시킨다. 창의와 혁신이 없다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인문정신과 창조활동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창조적 열쇠는 인문정신이라는 자각이 절실하다.

*대담 전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인문 플랫폼 ‘인문360(inmun360.culture.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회 위원장. 1948년 경기 수원시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수료.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박두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미국 제니마문학상, 이탈리아 ‘유로파 인 베르시(Europa in versi)’의 ‘올해의 시인상’ 등 수상.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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