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지성의 기초체력 0.001% 세계 영재들의 경쟁 한국 개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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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최수영 단장
역시 대한민국은 수학 강국이다. 영국에서 개최된 202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대표단 전원이 메달을 땄다. 13년 연속이다. 종합성적은 108개 참가국 중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IMO는 매년 7월 전 세계 수학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학부 미만 학생들의 수학경시대회 중 위상이 가장 높다. IMO 금메달 수상자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1959년부터 시작해 올해가 65회째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참가했다. 개최지는 매년 바뀐다. 올해는 영국 바스에서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2000년에는 한국에서도 개최했다. 한국대표팀이 두각을 드러낸 건 이 무렵부터다. 1988년 종합순위 22위로 시작해 2000년대 초부터 5위권 안팎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2012년과 2017년에는 1위에 등극하는 쾌거도 이뤘다.
IMO는 여타 세계선수권 대회와 다르게 국가별 참가 인원이 정해져 있다. 최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동일하게 6명만 참가한다. 국가대표 6명에 속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네 번의 시험을 거쳐 후보로 선정된 후 또 세 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대표단 선수를 ‘상위 0.001%의 영재’라 칭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들은 각 나라의 기초과학 발전을 선도하는 인재가 된다.
IMO 한국대표단 최수영 단장은 “IMO는 단순히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시험이 아니라 각국 수학영재교육 수준의 바로미터가 되는 대회”라면서 “‘108개국 중 3위’가 ‘108명 중 3등’의 의미 그 이상인 이유”라고 했다.
아주대 수학과·AI모빌리티공학과 교수이자 입학처장인 최 단장은 2015년부터 IMO 부단장으로 참가하다가 2023년 단장직을 맡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어갈 최상위권 학생들을 지도하게 돼 뿌듯하다”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단장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만큼 태극마크의 무게감도 느낀다”고 했다.
수학 문제인데 금·은·동메달로 나뉘는 이유가 뭔가?
올림픽 체조에 ‘몇 점짜리 연기’가 있듯 수학에도 ‘몇 점짜리 풀이’라는 게 있다. 대회에는 총 6개 문제가 나온다. 대수, 기하, 정수론, 조합 같은 고난도의 문제다. 6개 문제를 푸는 데 9시간이 주어진다. 하루 4시간 30분씩 이틀에 걸쳐서 치러진다. 이 과정에서 완전히 푸는 학생도 있고, 중간에 멈추기도 하고, 아예 다른 길로 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특정 단계에 도달하는 절차가 곧 실력으로 평가된다. 통상 참가학생의 12명당 1명이 금메달을 받고 6명당 1명이 은메달을 딴다.
각 시험일의 마지막 문제인 3번, 6번 문항이 가장 어렵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 수준인가?
올해는 특히 3번이 더 어려웠다. 수열의 특징을 알아내는 문제였다.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1시간 반 동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3명 이하라고 본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1%가 안될 거다. 이번에 한국 학생들은 3번 문제를 잘 풀어냈다.
부단장 시절부터 햇수로 10년간 수학영재들을 봐왔는데 우리나라 영재들의 특징이 있나?
딱 잘라 구분할 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입상이라는 목표의식이 강한 편이다. 물론 그 저변에는 수학에 대한 어마어마한 열정과 충성도가 깔려 있다. 대회 출전지에서 학생들은 하루 종일 수학의 원리를 논한다. 흔히 수학영재라고 하면 ‘너드(nerd)’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놀랄 정도로 사회성이 뛰어나다. 이 세계에는 반드시 자기보다 뛰어난 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친구에게 배워야 자신이 더 발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서로 배우려는 분위기다. 때문에 겸손하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배워야 할 게 늘어나므로 교만해질 틈이 없다.
우리나라 수학실력을 전반적으로 평하자면?
대체로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했다. 세부적으로는 프로수학자, 수학영재, 일반학생 중 기준을 뭐에 두느냐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 IMO로 한정한다면 약 10년 전부터 5위권을 유지하며 세계 최강국 위치까지 올랐다. 프로수학 분야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세계수학연맹(IMU)은 2022년 한국 수학의 국가 등급을 최고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했다. 독일, 러시아, 미국, 영국 등 12개국과 함께 5표의 투표권도 행사한다. 물론 아직 세계수학을 선도하는 레벨까지는 아니지만 성큼 다가선 모양새다.
IMO 수상자들의 수학과 진학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우스갯소리로 ‘너무 수학과로만 가서 문제’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금메달을 받았던 학생 3명도 모두 수학과에 진학했다. 흔히 IMO 공부해서 결국은 의대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한다. 근래 수상자 중 의대에 진학한 비율은 10%도 안된다.
‘IMO 메달 또한 결국 사교육의 힘’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한국 사교육의 초점은 ‘어떡하면 수능을 더 빨리 정확하게 푸느냐’에 맞춰져 있다. IMO 대표단은 이러한 사교육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공부를 웬만큼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수학에 깊이 빠져야 한다. 한번 발을 들인 학생이 수학 외의 진로로 잘 안 가는 것도 그래서다. 이 학생들이 기초과학의 미래를 여는 인재가 되고 그런 인재의 총량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IMO는 중요하다.
IMO 성적이 대학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하나?
IMO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대표단 선수들은 외려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위치다. 입시과정에서 그 어떤 수상기록도 기재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수상 여부를 드러내면 페널티를 받는 구조다. 특수성보다 공정성에 집중하다보니 IMO를 공부할수록 대한 진학에서는 손해를 보게 됐다. 대회 참가지에서 부랴부랴 학교 숙제를 하는 학생도 봤다. 전 세계 수학천재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앞두고 내신을 걱정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자연히 대회 참가의 동기부여가 낮아지고 1, 2위 국가와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는 중이다. 그동안의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주는 환경 조성에 더해 사회적 관심도 절실하다.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올해도 수학에서 킬러문항이 배제된다고 하는데.
찬성이다. 수능문제는 너무 어려우면 안된다. 킬러문항이 생긴 배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수능의 목적은 학생들 줄 세우기다. 애초에 학교에서 많은 걸 가르치면 쉬운 문제만으로도 줄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점차 축소돼왔다. 한정된 영역 내에서 석차를 매기려다 보니 문제를 비틀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는 교육적 목적과도 부합지 않는다.
수학 머리는 타고난 건가? 키워지는 건가?
수학천재와 같은 극상위 수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어느 정도 훈련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달리기와 비슷하다. 누구나 뛸 수 있지만 빠른 사람도 느린 사람도 있다. 훈련한다고 모두 우사인 볼트가 될 순 없지만 기록을 앞당길 수는 있다.
인공지능이 사고력과 논리력이 필요한 수학 증명까지 해내는 시대다. 인간이 수학을 계속 탐구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보편적인 교육으로의 수학은 지성의 기초체력이 되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 이 체력들이 모여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학문으로서의 수학도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 수학이 없다면 이미 존재하는 기술의 한계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IMO의 한국 유치 계획이 있나?
올해 대회에서 유치 신청서 제출과 함께 개최지로서의 조건을 피력하고 왔다. IMO 또한 다른 세계선수권 대회와 마찬가지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2030년까지 개최국이 정해져 한국 개최는 빠르면 2031년에 가능하다. 한국 개최 추진이 IMO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를 통해 수학이 단순히 교육과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길 바란다.
박지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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