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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인조 잔디 요주의? 냉각 잔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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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과 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잇따라 취소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는 인조 잔디 탓에 지열이 뜨거워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즘 스포츠 경기장이나 일반 공원에는 인조 잔디가 많이 깔려 있다. 관리하기 편한 데다 밟고 다녀도 모양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조 잔디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열에 약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선 표면온도가 70℃ 이상 올라갈 때도 있다. 인조 잔디의 이런 단점을 해결할 냉각 인조 잔디가 최근 네덜란드에서 개발됐다. 잔디가 깔린 공간을 스스로 알아서 시원하게 해준다는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뜨거운 열을 식히는 걸까?
인조 잔디는 1956년 미국에서 처음 발명됐다. 탄성이 강한 폴리에틸렌, 나일론 등의 소재로 만들어졌다. 스포츠 시설에 인조 잔디가 사용된 건 1966년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돔경기장 애스트로돔에 처음 깔렸다. 이후 지난 60년간 인조 잔디의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인조 잔디는 식물이 아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물을 주거나 깎아줄 필요가 없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탄성 덕분에 복원성이 뛰어나다는 특징과 처음 설치할 때는 비용이 천연 잔디보다 많이 들지만 설치 이후엔 유지·보수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게 큰 장점이다.
반면 가열되면 표면온도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인조 잔디의 한여름 낮 시간대 표면온도는 평균 50℃인데 폭염으로 열을 받으면 최대 70℃ 이상 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높은 온도의 인조 잔디에서 넘어지면 마찰열까지 발생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반면 천연 잔디는 뿌리로 물을 빨아올리고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키는 증산작용으로 잔디의 열기를 식혀준다. 또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햇볕으로 뜨거워진 주변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보통 천연 잔디로 덮인 지표면은 평균 온도가 34.5℃고 최소 32℃에서 최대 36℃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잔디에서 운동했을 때 충격 흡수율 또한 천연 잔디가 좋다. 아킬레스건이나 무릎연골, 허리근육 등에 전달되는 충격은 인조 잔디가 1.5~4배 높다. 하지만 천연 잔디는 해충을 없애는 작업과 제초 작업이 기본이다. 또 일정 기간마다 잔디를 깎아주고 장마 등으로 손상된 잔디를 덮어줘야 해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네덜란드 ‘물순환연구소(KWR)’의 시르켈 박사팀은 이러한 인조 잔디의 단점을 줄이고 천연 잔디의 장점을 살린 냉각 인조 잔디를 개발했다. 천연 잔디의 열 관리 원리를 적용해 인조 잔디에 냉각 능력을 갖췄다. 지하수 저장장치와 모세관 관개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연구팀은 인조 잔디 아래에 지하수나 빗물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100×65m 크기의 축구장에 이 저장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약 51만 2000ℓ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천연 잔디의 저장량과 비슷하다. 그런 다음 물을 잘 빨아들이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 유리섬유 소재의 특수 모세관 실린더를 설치했다. 저장 시스템에 모인 물을 지표면으로 조금씩 이동시켜 자연 증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하면 저장 시스템의 빗물이 중력과 같은 외부 힘의 도움 없이 좁은 관을 타고 올라가는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잔디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방식이다. 표면으로 올라온 빗물은 더운 열기 속에 수증기로 변해 인조 잔디가 깔린 주변 공간을 훨씬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저장 시스템 사이에는 모래를 깔아 빗물이 쉽게 증발하도록 했다. 결국 천연 잔디의 증산작용을 인위적으로 구현한 게 냉각 인조 잔디인 셈이다.

기온 올라가면 저장 빗물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냉각 인조 잔디의 시스템은 날씨에 따라 자연적으로 작동한다. 이를테면 일정 이상의 온도나 폭염이 발생하면 알아서 저장된 빗물을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식힌다. 또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움직이면 그 충격에 따라 아래에 모인 물이 위로 운반된다. 그 때문에 다른 기계장치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냉각 인조 잔디는 햇볕이 강한 더운 여름철에도 표면온도가 최대 37℃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천연 잔디와 거의 같은 수준의 온도다. 만약 빗물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직접 물을 줘서 천연 잔디처럼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0년대 들어 인조 잔디에 관심을 보였다. 천연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200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시험적으로 10경기를 인조 잔디 구장에서 치렀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인조 잔디가 도입됐다. 부산 사직야구장(1985~2006)에 처음 인조 잔디가 깔렸고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1994~현재) 등 여러 야구장으로 이어졌다. 초·중·고·대학교에서도 인조 잔디를 선호해 인조 잔디 운동장이 많이 생겼다.
인조 잔디에서 야구 경기를 하면 땅볼이 빠르게 구르기 때문에 송구를 좀 느리게 해도 아웃을 잡기 쉽다고 한다. 반대로 천연 잔디는 땅볼의 속도 감속이 빨라서 내야 안타가 되기 쉬워 빠르게 공을 던져야만 아웃을 잡을 수 있다. 특히 필드하키 A급 국제대회에서는 인조 잔디가 필수다. 선수가 의도한 방향으로 공을 구르게 하려면 잔디 상태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에 공이 빨리 미끄러져 굴러가도록 인조 잔디 위에 물을 뿌리는 게 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냉각 인조 잔디 개발로 열에 약한 인조 잔디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된 만큼 인조 잔디의 활용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냉각 인조 잔디는 오로지 빗물만 수집해 사용하는 덕에 도시의 물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도시의 열섬 현상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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