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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한울1호기 가동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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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존심
원전 생태계 부활 알리다
2022년 12월부터 계속된 한파로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2월 23일에는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4.54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폭설이 태양광 발전 패널을 뒤덮었지만 원전이 제 역할을 해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2022년 12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 강설로 당초 전망보다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저조하다”며 “최근 준공된 신한울1호기와 5년 만에 가동을 재개한 한빛4호기, 정비를 마친 한빛1호기·신고리2호기가 적시에 투입돼 전력 예비력은 10GW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울1호기 덕분에 비상상황(예비전력 10GW 이하)은 발생하지 않았다.



12월 27일은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최근 평균기온이 기상관측망이 본격적으로 확충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낮다는 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이하 한울원전)에 있는 신한울1호기를 찾았다.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난방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신한울1호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경북 울진 부구터미널까지는 3시간 50분이 걸렸다. 터미널에서 발전소로 가는 길목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쉬는 시간을 맞아 학생들이 줄지어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네 뒤편 도로변에는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설치돼 있다. 감시기는 정상범위인 ‘시간당 0.122uSv’(경고 기준, 시간당 1uSv 이상)를 나타냈다.
한울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력(신한울2호기 준공 시 설비용량 8700MW)을 생산하는 발전소다. 2021년 한울원전은 4457만 9796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해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53만 3430GWh)의 8.4%를 담당했다.
한울원전 전체 면적은 ▲한울1·2호기(프랑스제, 발전 용량 950MW) ▲한울3·4·5·6호기(국내 개발 OPR1000, 1000MW) ▲신한울1·2호기(국내 개발 APR1400, 1400MW) ▲신한울3·4호기(APR1400) 건설예정부지 등을 포함해 약 400만㎡ 규모다. 이는 축구장 약 550개를 합친 크기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2400여 명과 협력사 직원 약 24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울원전은 다른 원전에 비해 젊은 직원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신한울1호기가 연간 생산하게 될 전력(1042만 4000MWh)은 2021년 국내 총발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81%, 경북 연간 소비량의 23.5%에 해당한다.
신한울1호기(APR1400)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3세대 원전(1400MW급)이다. 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과 동일한 노형(爐形)이다. 신한울1호기는 2010년 4월 30일 공사를 시작해 12년 만인 2022년 12월 7일 준공돼 상업운전 중이다. 상업운전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단계를 말한다. 신한울1호기 옆에는 똑같은 모습의 신한울2호기가 운영허가를 앞뒀다.
원자력발전소는 두 호기를 하나의 발전소로 운영한다. 한울1·2호기는 ‘한울제1발전소’, 한울5·6호기는 ‘한울제3발전소’, 신한울1·2호기는 ‘신한울제1발전소’다. 멀리서 보면 원자로를 둘러싼 돔형 건물이 일렬로 배치돼 있어 발전소 내부에서 자유롭게 아무 발전소나 드나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발전소는 물리적으로 격리돼 있어 따로 출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한울1호기를 견학하기 위해 정문 앞 출입사무소에 들렀다. 키오스크(무인 안내기)로 신분증이 위·변조됐는지를 확인하고 창구에서 얼굴과 지문을 등록했다. 이어 카메라 사용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뒤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정문을 출발해 본관, 소방대, 한울제1~3발전소를 거쳐 신한울제1발전소 출입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지문과 신원을 확인한 뒤 신한울1호기 출입을 위해 안전화와 안전모를 착용했다. 발전소에서 이동하다가 바지 밑부분이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재해’라는 글귀가 적힌 각반도 양 발목에 찼다. 신한울1호기는 주제어실, 터빈 건물, 사용후연료저장조를 견학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우선 주제어실(MCR, Main Control Room)이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았다. MCR는 발전소 전체를 통제하는 곳으로 발전소의 두뇌, 신경망 역할을 한다. ▲발전부장 ▲안전차장 ▲RO 원자로 차장(1차 계통 담당) ▲TO 터빈 차장(2차 계통 담당) ▲EO 전력설비운전원 등 현장운전원 다섯 명과 함께 팀을 이뤄 6개조 3교대로 24시간 일한다.
한울원전 전태훈 차장은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핵분열을 통해 열에너지를 생성하는 곳을 ‘1차 계통’, 열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영역을 ‘2차 계통’이라고 표현한다.





신한울1호기 기술자립 성공
신한울1호기의 특징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을 국산화해 기술자립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기존 표준형 원전(OPR100)과는 다르게 신한울1호기는 각종 정보가 디지털화돼 표시된다. 언론에서 원전을 소개할 때 등장하는 대형화면이 바로 대형정보표시반이다. 대형정보표시반 왼쪽에는 안전을 관리하는 제어기구인 안전제어반이 있다. MMIS로도 원전 안전을 관리할 수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동 안전제어반을 따로 뒀다.
신한울1호기는 고압터빈 한 개, 저압터빈 세 개가 분당 1800회 돌며 전기를 생산한다. 한울원전 정재필 대리는 “발전효율을 최대치로 내기 위해 고압터빈과 저압터빈을 나눠 구성했다”고 말했다. 터빈 하부에는 수증기를 냉각시켜 물로 되돌리는 장치인 복수기가 설치돼 있었다. 터빈을 돌려 생산한 전기는 승압을 한 뒤 송전선을 타고 신태백·신가평 변전소를 거쳐 수도권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터빈 견학 시설을 지나 복합건물로 진입했다. 복합건물은 원자로와 터빈 말고도 원전에 꼭 필요한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뉴스에서 자주 보는 청록색을 띤 사용후연료저장조도 있다. 이 수조는 사용후연료를 보관하는 시설로 물에 붕소를 섞어 초록빛을 띠고 있다. 사용후연료를 수조에 보관하는 이유는 물이 방사선을 차폐하기 때문이다. 또 붕소는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조 위에는 주황색 크레인이 있다. 이 크레인을 이용해 원자로에 있는 사용후연료와 새로 장전할 핵연료를 교체한다.
원자로는 통상 18개월을 주기로 운전한다. 18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약 40일 소요)를 하며 핵연료집합체 241개 중 약 3분의 1을 교체한다.





우라늄 소결체 2201만 개가 발전
핵연료집합체(다발)는 가로 20.7cm, 세로 20.7cm, 높이 452.7cm, 무게 640kg(우라늄 430kg, 기타 210kg)이다. 이 각 집합체는 핵연료봉 236개로 구성된다. 핵연료봉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소결체(펠렛, 무게 5.2g, 직경 0.8cm) 387개가 일렬로 배치돼 만들어진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한 연료 장전에는 소결체 2201만 개(387×236×241)가 필요하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인 우라늄 소결체는 4년 6개월간 핵분열을 하며 개당 석탄 15톤과 동일한 열효율을 낸다. 4인가구가 8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2022년 11월 기준 원전의 연료비단가는 MW당 6370원이었지만 석탄은 13만 7560원, 액화천연가스(LNG)는 26만 6790원이었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석탄보다 20배가량 저렴했다.
아파트 25층 높이인 신한울1호기 돔 건물 벽에는 하얀 파도와 빨간 고래가 그려져 있다. 최혜진 주임은 “돔에 칠해진 페인트는 특수페인트”라며 “페인트칠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울2호기 돔에는 파란 고래가 그려져 있었다.
발전소에선 수시로 모스부호 같은 신호가 방송됐다. 정재필 대리는 “발전소 현장에서는 터빈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신호음을 방송으로 내보낸 뒤 방음부스에 마련된 ‘페이지 폰(내부 전화)’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고 했다. 발전소 곳곳에 방음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신한울2호기 옆에는 신한울1·2호기를 지원하는 부서들이 5층 건물에 한데 모여 있었다.
신한울1·2호기 건설은 총공사비 약 10조 원, 공사기간 12년, 연인원 530만 명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참여사는 300여 개며 콘크리트 71만㎥(레미콘 트럭 12만 대 분량), 철근 10만 3000톤(63빌딩 소요량 13배), 케이블 500km(서울~부산 여섯 번 왕복)가 동원됐다.
한울원전은 대한민국 에너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울원전은 신한울1·2호기 운영을 통해 앞으로 2조 2479억 원(60년 운영 기준)을 울진군에 지원한다. 특별지원사업비(건설비×2%), 발전양에 비례한 ‘기본지원사업비’와 ‘사업자지원사업비’ 등을 통해 울진 경제도 책임지고 있다. 발전양이 많을수록 지역사회는 더 큰 혜택을 본다. 2021년 울진군 지방세 납부액(1109억 원) 중 57%에 해당하는 632억 원은 모두 한울원전에서 나왔다.
한울원전은 초등학생 영어체험학습, 신입생 교복지원 사업 등 교육장학 활동과 취약계층 집수리, 지역주민 종합건강검진 등 지역복지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한울원전이 자리한 울진군 북면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한울원전이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덕분에 울진군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인터뷰
신한울1호기 준공 실무 책임 김형찬 대리
“신한울2호기 준공식 때 윤 대통령 꼭 왔으면”
김형찬 대리는 2017년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했다. 이전에는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신한울제1발전소에서 터빈 계통을 맡고 있다. 김 대리는 신한울1호기 준공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해외 원전을 수주하면 이번 신한울1호기 준공을 통해 쌓은 역량을 해외에서 발휘하며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APR1400, 신한울1호기가 다른 원전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도 기술자립을 통해 국내 기술로 만든 원전이라는 점이다. 기존 원전 대비 40%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공학적) 설계수명도 60년으로 기존 원전보다 20년 늘었다. 그만큼 경제성과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내진성능도 기존 규모 6.5에서 규모 7로 개선됐다. 이미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이 APR1400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언제였나?
기계적 결함이나 공학적 문제를 해결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사람은 어디가 아픈지를 알 수 있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 기술자로서 난관을 해결할 때면 성취감을 느낀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일부 국민은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원전은 안전관리 기준이 대단히 까다롭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비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놓았다. 우리 회사(한수원)는 ‘원자력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원전이 정말 위험하다면 원전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원전은 40년 이상 안전하게 잘 유지되며 국가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국민이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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