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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을 따라 내려온 겨울 진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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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요/리
양명문이 시를 쓰고 변훈이 곡을 붙인 노래를 바리톤 오현명이 불렀다. ‘명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중략)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명태 헛 명태라고 음 허쯧/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이처럼 찬양한 생선이 어디 또 있을까? ‘독도는 우리 땅’처럼 찬물에 맛 좋은 명태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명태의 생태, 습성이나 생장, 회유 지역, 이후 가공, 식습관까지 모두 설명한다.
실제로 동해에 사는 토종 명태는 수심 400m 정도의 차가운 바닷속에 살며 북한 강원도 동해안의 원산만에서 산란한다. 무분별한 남획과 수온 변화로 남측 바다에선 씨가 말랐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수입량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명태도 수입량이 줄어 찾아 먹기 어렵다.
명태는 고작 생선일 뿐이지만 우리의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선 소비 1위 품목 명태는 우리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국민 생선인 까닭이다. 명태 인공부화 및 자연부화 방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대구목 대구과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북미 서해안에서 베링해, 오호츠크해, 홋카이도, 북미 서해 연안 및 우리나라 동해까지 분포하는 북태평양의 주요 수산자원이다.
과거 명태 남방한계선은 강원 고성 거진항이었다. 찬물에 살기 때문에 강원 고성 거진항에선 주로 겨울철에 명태잡이에 나섰다. 지금도 여전히 생태찌개집이 많고 어시장에선 명태를 궤짝으로 판매하지만 정작 명태잡이 배는 없다.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한때 동해에서 무려 16만 톤(노가리 포함)이 잡혔다. 그러고도 더 수입해 소비량을 채웠다. 국민의 피와 살을 채웠던 으뜸 단백질원이었다.
원산만이 아니라 강원 간성군 연안까지 내려와 잡히는 명태는 간태(杆太)라 했는데, 요새 이 간태의 씨가 마른 것이다.
명태는 비린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담백한 살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명태는 말려도 맛이 좋다. 명태가 북어나 반건조 코다리가 되면 생태와는 다른 특별한 식감과 농후한 맛을 품는다. 시원한 해장국 재료로도 딱이다. 한식에서 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국물 내기에 좋은 명태는 다양한 국과 전골로도 소비된다.
버릴 것도 없다. 아가미는 서거리젓, 창자는 창난젓, 알은 명란젓으로 쓰고 대가리로는 육수를 낸다. 껍질은 튀겨서 부각으로, 말려서 뜯어낸 살점은 명엽채라 해서 반찬거리로 쓴다. 삭혀 만든 식해는 함흥냉면 위에 올린다.
게다가 명태는 식품공업에서 쌀처럼 쓰이는 재료다. 담백한 명태 살에 맛을 더하면 못 만들 게 없다. 대표적으로 어묵, 게맛살, 생선가스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햄버거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만나는 새우버거, 피시버거, 오징어링 등도 알고 보면 죄다 명태 연육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으로 변신하는 명태 연육의 마법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 귀한 생선이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어서 빨리 찬물을 따라 우리 명태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국의 명태 요리 맛집


★서울 무교동 북어국집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으로 북엇국 한 가지만 판다. 해장을 위한 북엇국 한 그릇이 절실한 이들로 언제나 기나긴 줄을 이룬다. 고소하고 개운한 국물에 부드러운 두부, 잘게 찢은 북어가 들어 있다. 밥과 국물, 두부는 원하면 계속 채워준다.

★인천 정정아식당
본점은 정아식당이지만 가맹점 상호는 ‘정정아식당’이다. 주메뉴는 닭볶음탕이지만 코다리구이도 그만큼 인기가 좋다. 코다리를 기름 두른 번철에서 구워내고 매운 양념을 얹어 차리면 값비싼 장어구이 못지않다. 꾸덕꾸덕 말린 반건조라 씹는 식감이 오히려 생태보다 낫다.

★고양시 김봉창 코다리
북한산 코다리 식당 하면 이 집이다. 얼큰한 코다리조림에 식사를 하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다. 살집 좋은 코다리를 조리는 과정에서 그 맛을 모조리 품은 무가 압권. 연한 살을 살살 발라 칼칼한 양념에 듬뿍 적셔 밥술에 올리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서울 다동 맛나호프&치킨
이름은 호프집인데 다양한 메뉴가 있다. 코다리 한 접시가 늦은 밤에도 술꾼들을 집에 돌려보내지 않는다. 바닥에 깐 콩나물 위에 시뻘건 양념을 뒤집어쓰고 접시에 들어앉은 코다리찜은 이 집의 대표 메뉴. 매콤달콤한 양념이 부드러운 살점과 잘 어우러진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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