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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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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우리나라 연예기획사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또 국내에서는 가수이자 배우인 이승기의 소속사가 지난 수십 년간 그에게 단 한 푼의 음원 정산도 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다. 이를 계기로 여전히 계속되는 연예계 문제를 종식하기 위한 대중문화계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케이팝의 위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저수지 역할을 해온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잡음이 국내는 물론 외국의 언론까지 오르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케이팝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뉴욕타임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아이돌그룹의 양성 시스템을 좀 더 진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케이팝이 싹을 틔우던 1990년대로 돌아가보면 그때부터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그늘이 존재했다.
아이돌그룹 양성 시스템의 그늘
우선 국내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살펴보자. 3대 기획사로 꼽히는 SM, YG, JYP를 비롯해 많은 연예기획사는 정기적으로 오디션을 갖는다. 치열한 오디션에서 선발되는 연습생들은 거의 모두가 10대다.
아이돌그룹의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연습생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갖는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자체 평가회를 거친다. 평가회에서 탈락하면 그날로 짐을 싸서 퇴출당한다. 연습생들은 적게는 1~2년, 많게는 5~6년간 합숙 생활을 하면서 춤과 노래, 외국어 등 아이돌그룹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익히면서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사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아이돌그룹의 양성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케이팝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수려한 외모와 칼군무는 치열한 경쟁과 합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엄격히 통제되는 합숙과 서바이벌 시스템으로 개최되는 오디션은 대부분 미성년자인 10대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습생들을 위한 정기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불공정한 계약이다. 가수들이 출발선상에서 기획사와 갖는 계약이 공정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도해 만든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다 보니 스타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불공정 계약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데뷔 이후에도 아이돌그룹 멤버로서 삶은 절대 녹록지 않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케이팝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면서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고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방탄소년단이 군 입대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쉬지 않고 이어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지친 멤버들의 정신적·육체적 방전도 큰 이유였다.
“대중음악인 양성 구조로 전환해야”
케이팝, 특히 인기 아이돌그룹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인기 아이돌그룹이 소속된 기획사가 상업적인 이윤을 위해 만든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획사는 대부분 주식시장에 상장돼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지상 목표가 있다. 그 이윤을 위해서는 인기 높은 아이돌그룹이 각종 콘텐츠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기 아이돌그룹은 잦은 싱글앨범과 음원 발표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아이돌그룹의 활동 주기도 점차 줄어들면서 요즘엔 신곡 발표 이후 2~3주간 방송활동을 하는 게 전부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활동이 끝나면 또다시 신곡 노래와 춤 연습,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거쳐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무영 동서대 영화과 교수는 “그동안 침묵해온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라면서 “기존의 케이팝 시스템을 아티스트로서 대중음악인을 양성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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