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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 무용으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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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주원의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에서 ‘꿈의 무용단’ 아이들이 동요 ‘비행기’를 부르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발레리나 김주원과 한 무대 선 ‘꿈의 무용단’ 아이들
“35년 전 발레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을 만큼 발레를 사랑합니다. 처음 발레를 만났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발레리나 김주원의 말이 끝나자 무대 위에 하얀 발레복을 입은 어린 소녀가 동요 반주에 맞춰 발레의 기본동작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발레를 좋아했을까요? 누군가와 경쟁이 아니라 저만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자신과 싸움이어서 더 사랑한 것 같아요.”
이어 아이들이 등장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다. 홀로 발레를 추던 소녀는 종이비행기를 접은 뒤 동요 ‘비행기’를 부르며 다른 아이들과 함께 춤을 췄다. 노래가 끝나자 그 소녀는 종이비행기를 김주원에게 전했다.

▶ 마지막 장면에서 발레리나 김주원과 사랑이가 손을 맞잡고 있다.│EMK

소녀 8명이 어릴 적 김주원 표현
6월 9~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발레리나 김주원의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에는 김주원의 어린 시절을 표현하는 8명의 소녀가 등장했다. 6월 10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들은 첫날 공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발레리나 김주원에게 종이비행기를 전했던 사랑(경기 김포시 가현초 4학년)이는 “무대에 처음 나가서 관객석을 보는데 사람이 정말 많아서 엄청 떨렸다”며 “이런 큰 무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1년 전부터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사랑이와 달리 발레를 배운 적이 없는 한별(서울 마포구 성산초 5학년)이는 “어제 하나도 긴장이 안 됐다”고 했다.
“어린이 합창단으로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무용은 처음이에요. 합창은 서서 친구들이랑 노래만 부르는데, 무용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도 춰야 해서 숨이 차고 엄청 힘들어요. 그래도 힘들게 연습한 만큼 잘 보여준 것 같아 좋아요.”
이번 공연을 위해 4월부터 연습을 시작한 한별이는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종종거리며 걷는 동작이 가장 익히기 힘들었다고 했다. 한별이는 “열심히 연습한 덕에 가장 어려웠던 동작이 지금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동작이 됐다”며 “오늘도 안 떨릴 것 같다.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랑이도 “어제 처음 등장할 때 떨렸는데 하다 보니까 재밌었다”며 “혼자 등장하는 첫 장면은 오늘도 떨릴 것 같지만, 불안한 게 아니라 기대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6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공연을 앞두고 한별(왼쪽)이와 사랑이가 발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저명 무용수들 홍보대사로 참여
이들 8명은 ‘꿈의 무용단’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사업을 한국적으로 정착시킨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정부가 2022년부터 무용 분야로 확대한 것이다. 2010년 8개 기관에서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전국 52개 거점 교육기관에서 아동·청소년 1만 9000여 명이 참여, 오케스트라 합주 교육을 통한 상호 협력적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는 성과를 거뒀다.
꿈의 무용단에는 발레리나 김주원, 현대무용가 안은미, 전통춤 리을무용단, 실용무용가 제이블랙과 마리 등 저명 무용수들이 홍보대사로 참여해 아동·청소년기 무용 교육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한 EMK엔터테인먼트의 김현희 이사는 “3월 말 홍보대사 제안을 받은 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본부터 안무, 음악까지 다 바꿨다”고 말했다.
“사실 전부 바꾸느라 여러 감독님이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어른들만 출연했을 땐 주제가 무거울 수 있었는데 아이들의 순수함 덕분에 작품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첫날 공연을 본 사랑이 아버지 김동현 씨는 “아이들이 나오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좀 더 빠져들면서 많이 즐기고 슬퍼한 것 같다”고 했다. 한별이는 “엄마도 어제 굉장히 감동했다”고 전했다.
“왜 감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다 감동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끝나고 막 울었다고 하셨어요.”

▶발레리나 김주원의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에서 ‘꿈의 무용단’ 아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 첫 장면에서 사랑(가운데)이가 ‘바다 아이’를 노래하고 있다.│EMK

경쟁 아닌 무대 즐기며 한 뼘 성장
꿈의 무용단 아이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막바지에는 매일 연습했다. 한별이는 “연습할 때 김주원 선생님께서 ‘어린 주원의 대표 역할을 하는 사랑이한테만 시선이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 열심히 해야 무대가 더욱 돋보인다’며 ‘너희는 그냥 무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빛난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사랑이는 “김주원 선생님처럼 발레와 처음부터 사랑에 빠지지 않았지만 점점 좋아졌다”고 했다.
“연습에 참여할 때마다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거예요. 발레가 안 될 때는 실망한 적도 있지만 실력이 점점 느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제 맘이 뿌듯했어요.”
반면 한별이는 “뿌듯하기보다는 약간 커가는 느낌”이라며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연을 준비하는 김주원 선생님을 보며 느낀 바가 컸다.
“저는 약간 힘들면 포기를 잘하거든요. 그런데 김주원 선생님께서 새벽부터 숨이 가쁘도록 힘들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꼭 본받아야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랑이 어머니 장현아 씨는 “발레학원이 기술적인 걸 배우는 곳이라면 꿈의 무용단은 예술 계통의 다양한 분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 시기엔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며 “발레리나로 성장하며 힘들었던 김주원 선생님의 감정을 공감한 아이들이 발레리나가 되든 어떤 사람이 되든 이번 경험은 도움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김동현 씨는 “공연할 때 아이들이 즐기는 눈빛이 보였다.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경쟁하고 이겨야 하는 게 아니라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6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공연을 앞두고 한별(왼쪽)이와 사랑이가 발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새 직업에 뜻깊은 미래까지 꿈꿔
7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꿈의 무용단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현희 이사는 “25주년 공연의 무게 때문에 아이들을 더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무대를 따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공연을 보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도 무료로 초대할 예정이다.
김주원의 어린 시절이라 출연하지 못했던 남학생 두 명도 3분 가까이 오롯이 자신의 무대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발레리나 김주원, 추정화 연출, 유희웅 안무감독뿐 아니라 홍세정·신현지 안무가까지 여러 선생님한테 일주일에 두 번씩 동작을 배운 뒤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공연 이름도 ‘드리머(꿈을 꾸는 사람)’라고 정했다.
아나운서에 관심이 많았던 한별이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무대에 서면서 새로운 직업을 많이 알게 돼 좋아요. 특히 무대감독님과 분장 선생님에게 끌려요. 아나운서도 좋아하긴 하지만 잘 알아보고 제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요.”
발레리나를 꿈꾸는 사랑이에게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이번 공연에 김주원 선생님을 초대하는 것이다. 장현아 씨는 “사랑이가 전에도 발레를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1등 할 거야’가 아니라 좀 더 뜻깊은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극장을 나서는 기자에게 사랑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 때는 쑥스러워 김주원 선생님에게 못한 말이 있다고 했다.
“같이 공연한 것도 영광인데 예술의전당에 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 인생에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글·사진 원낙연 기자

‘꿈의 오케스트라’ 무용으로 확대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꿈의 무용단’을 12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2023년부터 본격 운영한다. 국공립 무용 단체·기관과 협력을 통한 선도적 무용 교육 모델 개발, 저명 무용수와 함께하는 무용 교육 활동,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무용 교육 프로그램 시범 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국립무용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무용 분야의 풍부한 전문성과 문화예술교육 자원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이 다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꿈의 무용단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데 상호 협력한다.
국립무용단은 국악 동요와 우리나라 전통 놀이를 기반으로 신체·정서가 균형적으로 발달하고 문화적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무용 교육 모델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은 인문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무용·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다감각적 통합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6개 지역 운영기관 16곳은 ▲참여자의 생각과 감정, 고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 표현 활동 ▲기획·창작 과정에 주체적 참여 ▲소통·연결을 통한 그룹 활동으로 관계성 확장 ▲정서적·신체적인 면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전인적 성장 ▲예술가와 함께 경험하는 예술적 성취감 고취라는 다섯 가지 교육 가치를 담아 꿈의 무용단을 운영한다.
각 지역 운영기관은 6월부터 아동·청소년(8~19세)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www.arte.or.kr)이나 지역 운영기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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