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국민소통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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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고근린공원. 용산역과 국립중앙박물관 사이에 있다.│곽윤섭 기자
둘레길로 체험하는 용산공원
앞으로 만들어질 서울 용산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용산기지 안과 밖을 거닐며 국민의 정원으로 거듭날
용산공원을 상상해봤다. 기지 밖은 8개의 용산기지 둘레길 가운데 용산공원의 녹지축을 따라 걷는 이촌동 코스를 선택했다.
기지 안은 최근 시범 개방한 14번 문 안쪽 현장에 다녀왔다.
# 용산공원의 녹지축을 따라 걷다
5월 27일 오전 10시. 용산역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용산역에서부터 이촌동 산책을 시작한다. 문화해설사는 용산역의 아픈 과거를 꺼냈다. “러일전쟁 발발 후 일본은 경의선을 부설했고 1906년 용산역을 기점으로 경의선을 완공했습니다. 일본군이 용산에 주둔했기 때문에 출발지가 용산역이 됐죠. 이곳은 일본군의 침략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징용과 징병으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 가족과 작별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용산역은 지금의 민자역사로 준공되기 전까지는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철도 물류 터미널 기능을 했다고 한다. 여객 취급 전용 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과 다른 쓰임새다.
길을 건너면 미디어광장이다. 큰 광장을 품은 용산역은 향후 용산공원과 연결되는 녹지축의 출발점이 될 예정이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음 이동한 곳은 옛 용산철도병원 또는 옛 중앙대병원 건물이다. 원형 가까이 보존된 이곳은 현재는 용산의 역사를 담아내는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옆으로 용산공고였다가 용산철도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학교 건물이 보인다.
이어진 발걸음을 세운 곳은 와서 터. 기와를 굽던 관아가 있었다는 흔적을 알려주는 표지석 앞이다. 조선시대 1405년부터 1882년까지 국가기관에 필요한 기와와 벽돌을 굽는 관청인 와서가 있던 곳이다. 문화해설사는 “이곳에 와서가 생긴 이유는 한강에서 가깝고 용산에 있는 둔지산의 흙이 좋아서였다”고 설명하며 “지금도 이곳에서는 공사를 위해 땅을 파면 기와 조각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용산철도병원 자리부터 와서 터를 지나는 일대가 일제강점기 사교 클럽인 구락부, 용산철도공원, 철도운동장이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와서 터를 지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다 보면 서빙고근린공원을 만날 수 있다. ?서빙고근린공원은 용산 미군기지 남서쪽 담장과 닿아 있다. 담 안에 있는 121병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으로 6·25전쟁 때 폭격을 맞은 자리에 세운 것이라 한다.
도로 건너편 오래된 아파트 앞으로 철도 건널목이 보인다. ‘둔지방건널목’으로 불리는 곳이다. 둔지방은 이곳의 옛 지명이다. 문화해설사는 “길 건너가 이촌동”이라며 “예전엔 이곳에서 강수욕을 즐겼다”며 진귀한 사진 자료를 꺼내 보였다.
걷다 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이다. 배산임수에 따라 아담한 크기의 호수에 청기와 정자가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원래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1991년, 한미 간 반환 협의에 따라 미군으로부터 용산기지 골프장을 돌려받으며 용산가족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전했고 약 8년 동안 공사해 지금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마루에 서서 남산을 향해 내려다보면 용산기지 일부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뒤편으로 걸으면 바로 용산가족공원으로 이어진다. 이 부지는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병참기지로 삼았고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군이 점령했던 곳. 해방 전까지는 일본군들이 연병장과 군사훈련장 등으로 사용하던 곳이란다. 그 이후 용산이 미군 주둔지가 되면서 미군 골프장으로 사용되다가 반환됐다.
▶최근 시범개방한 용산공원 내부. ‘더 가까이 국민 속으로’의 슬로건과 바람개비가 돌아간다.│심은하 기자
# 120년 만에 열린 금단의 땅을 밟다
용산기지 14번 문이 열렸다. 이번 시범 개방 부지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 숙소와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1.1km의 구역이다. 6월 19일 용산공원 시범 개방 현장을 다녀왔다.
“미군의 종합병원으로 쓰였던 건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이어서 호스피탈(병원) 게이트라고 불렸어요.” 문화해설사는 공원 입구에 위치한 붉고 큰 건물을 가리키며 14번 문의 별명을 알려주면서 본격 해설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마주한 곳은 장군 숙소 단지. 개인 정원이 딸려있는 단독주택 형식으로 1959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미군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건물들이다. 붉은 지붕의 장군 숙소 양옆으로 늘어선 수십 년 수령의 플라타너스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곳에는 더 오래전 병참기지로 쓰던 일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목재로 만든 전봇대였다. 다시금 이 공간의 역사가 떠오르는 듯했다.
좀 더 걷다 보면 바람개비가 꽂힌 너른 들판이 나온다. 일명 ‘국민의 바람정원’이다. 입장할 때 받은 바람개비에 소원을 적어 전달하면 정원에 심어준다. 너른 들판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대통령 집무실이 정면에 보인다. 빨간색 ‘경청 우체통’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용산공원에 대한 생각을 짤막하게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넣고 관람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앞뜰 방문은 유독 인기가 많았다. 의전용 헬리콥터와 차량, 그리고 로봇 개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선을 끌었다.
2019년까지 미군들이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를 했다는 주차장 공간을 지나 축구장과 야구장으로 조성된 스포츠필드에 이르면 이번에 시범 개방한 용산공원을 다 둘러보게 된다.
서울의 중심부이면서도 시민들에게 허락되지 않던 땅. 이곳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 쉬고 있었다. 담장 안과 밖 어떻게 국민과 하나 돼 누리고 즐기는 공간이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심은하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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