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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 지원 국가트라우마센터
“이태원 사고 이후 잠도 못 자고 불안하고 일이 손에 안 잡혀요. 우울하다가 슬프고 슬프다가 화나고 감정이 오락가락해요. 그때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뉴스에서도 이태원 사고 얘기뿐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태원 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평소 이태원에 자주 다녔다는 이미나(24) 씨는 사고 전날에도 그곳에 갔었다. 그는 “뉴스와 누리소통망(SNS)에서 본 현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상황이라 당분간 이태원을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인 데다 사고 장면이 방송과 누리소통망 등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된 데 따른 전 국민적 트라우마 회복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전 국민의 트라우마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이태원 사고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마음속 깊은 상처… “혼자 참지 마세요”
국가트라우마센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경주·포항 지진 등 대형 재난을 거치며 재난 경험자와 국민의 심리지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설립됐다.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가족, 부상자, 대응 인력 등 재난 경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강원지역 산불, 헝가리 유람선 침몰 등 각종 재난 발생 때마다 재난 경험자 심리지원을 전담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권역 트라우마센터(호남·영남·강원·충청),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총괄·운영하고 있다.
10월 29일 이태원 사고 이후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한 심리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이태원 사고의 경우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이 누리소통망 등을 통해 퍼지면서 유가족과 부상자의 충격과 고통은 물론이고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려 안간힘을 썼던 경찰과 소방관, 구급요원, 의료기관 종사자, 목격자, 일반 시민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난을 겪은 전 국민이 트라우마 반응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을까봐 불안해하는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심리치료를 고려해볼 만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통합심리지원단은 “대형 사고에 노출된 직후 놀라거나 슬퍼하는 등 정서적·신체적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든지 소화가 안된다든지 무기력하다든지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든지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든지 등의 증상이 있다면 혼자 참지 말고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이태원 사고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재난 이후 마음 안정화기법 정보 및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등 트라우마 정보, 자가진단 서비스 등을 안내하는 심리지원통합플랫폼(www.nct.go.kr/itaewon/mentalSupport.do)을 구축해 안내하고 있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와 거주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1670-9512),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1577-1366) 등의 연락처 정보뿐만 아니라 전문가 상담 신청도 가능하다.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활용하면 된다. 국민의 트라우마 치유를 돕기 위해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제공하는 ‘마음안심버스’도 운영 중이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상담을 희망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가 탑승해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를 측정해줄 뿐 아니라 개인 상담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경우 지속적인 상담·관리를 받을 수 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마음안심버스 운영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혹시 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해보세요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신경질적인 과민 반응, 분노, 무기력감, 명확한 이유 없는 울음, 수면장애 등은 재난과 관련한 일반적인 심리 반응이다.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점차 감소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회복 기간에 대한 개인차가 있으므로 주위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반응·감정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트라우마 증상이 의심된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누리집(www.nct.go.kr)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자가진단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질문은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이 있다 ▲그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 ▲늘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게 됐다 ▲다른 사람, 일상 활동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해 가졌던 느낌이 없어지거나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사건이나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등 5개 문항이다.
대답에 따라 총점 0점에서 5점까지 매겨지는데 3점 이상이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유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누리집에서 ‘마음프로그램’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위기 사건·사고를 경험한 뒤 나타나는 트라우마 반응과 불면증, 애도 반응에 대한 대처와 긴장 완화 방법 등을 배워보는 것도 좋다.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재난을 겪었다면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여길 것 ▲평범한 일상생활을 조금씩 시작할 것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 것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 ▲사고와 수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되 재난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는 일을 피할 것 등의 지침을 실천하라고 권고했다.
국립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재난과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으며 재난은 경험자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 이웃까지 충격과 상실,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며 “재난과 사고로 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의 회복을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트라우마 증상도 골든타임 있어
호전 안 되면 반드시 상담·진료를”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인터뷰
“이태원 사고와 관련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구조 인력과 목격자도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겪을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회복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종종 사고 당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든가 갑자기 울음과 분노가 솟구친다든가 특정 상황에서 사고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면 치료가 더 필요하다”며 “트라우마 증상도 골든타임이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중요한 건 평소처럼 수면, 휴식, 식사, 운동 등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는 마음가짐이다. 심민영 센터장은 “사고 관련 뉴스와 영상을 접한 국민 다수가 무기력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당연하다”며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수습 과정 등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되 재난 현장이나 과정을 반복적으로 볼 소지가 있는 미디어 사용을 당분간 줄이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가짐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또 “사고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삶의 가치와 행복,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연령대일수록 트라우마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 센터장은 “청소년은 어른보다 더 많이 일상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 있다”며 “인터넷과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현장을 경험한 청소년이 많은 만큼 이들의 심리치료에 전념하는 한편 유가족과 부상자를 돕는 화합과 회복 도모의 분위기를 위해 모두가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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