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심 외교’ 넘어 ‘선진국형 외교’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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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 최원기 교수 인터뷰
“대한민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몇 안되는 경제선진국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예요. ‘균형외교’에서 ‘가치외교’로 전환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데 따른 대외전략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봐야죠. 이제 북한과 관계개선에만 집중했던 과거의 인식과 외교관행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윤석열정부 들어 변화한 대외정책 기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전 정부에선 미·중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면서 북한 포용을 상수로 한 한반도 중심 외교였다면,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자유민주주의·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 윤석열정부의 외교적 지향을 드러낸 시발점이라고 봤다. 이밖에도 한미 정상회담, 미국·영국·캐나다 순방, 유엔총회 참석, 주요 20개국(G20) 및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을 통해 정상급 회의에 적극 대응하면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선진국형 외교로 진화’라고 표현했다.
“미국,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 요구할 것”
특히 윤석열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기존의 ‘안보동맹’을 ‘경제동맹’으로 확장하는 등 순조로운 대미외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미 의회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당장 수출에 제동이 걸렸고 일각에선 대미외교가 부실했다는 거친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상황이었던 데다 공급망 등을 두고 미·중 간 전략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데 따른 선택이란 얘기다.
“미국도 국내외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미관계가 과거와 같이 단순하지 않게 됐어요. 특히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동맹국에 소위 ‘부담 나누기(버든 쉐어링)’를 요구하고 있어요.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다를 거라고 했지만 대외정책에 있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건 변하지 않아요. 갈수록 동맹국엔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겁니다. 당장은 아쉽지만 IRA는 추후 조정이 있을 거라고 봐요. 쉽진 않겠지만 우리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의 이익을 조율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수밖엔 없습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대미관계를 중시하면서 미·중 대외정책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은 중국을 배제할 의도가 없을 뿐더러 우리가 중국과 대립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상대국으로서 과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과 같은 양자택일식 외교는 운신의 폭만 좁힐 뿐이란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인도·태평양(인·태)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의 인·태전략은 중국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이 지역을 새로운 ‘전략공간’으로 보고 주변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에 대해 중국이 반발할 수 있어 ‘대중 리스크’ 관리가 외교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따른다.
최 교수는 “중국은 ‘한국은 미·중 문제에 끼어들지 말고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거칠게 우리 손발을 묶으려 하겠지만 그런 압력에 메일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인·태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대중관계를 전략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상호존중 원칙’ 아래 중국과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필요”
윤석열정부는 단절됐던 한일관계 회복에도 적극적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에 먼저 손을 내미는 한편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북핵 대응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핵심인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연계돼 있다”면서 “북한이 연일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대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미군의 후방사 역할을 하는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1월 1일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4년 만에 복귀한 것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원칙에 기초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봤다. 앞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북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한발 물러선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이것이 북한을 더 자극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게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이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계획’은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의지를 보이면 경제지원을 하겠단 건데 북한에서 호응을 안 하는 게 문제”라면서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테이블로 나온다. 북한을 대화채널로 이끌어 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태 지역, 경제만 해선 안 돼”… 책임 강조
한편 정부는 11월 11~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11월 1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된 한국의 새로운 인·태전략 구상을 밝혔다. 이는 한국의 지역협력정책을 아세안을 넘어서 인·태지역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인·태전략이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윤석열정부의 대외정책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를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겨졌다고 짚었다. 미·중 경쟁의 한쪽 열쇠를 쥐고 있는 인도와 전략적 연대를 추진하고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해양 안보에서도 역할을 강화하는 등 인·태전략을 보다 내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남아 10개국은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 최대 교역 상대예요.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경제교류 이상의 것을 우리가 보여줘야 해요. 우리나라는 앞서 개발원조와 투자, 시장진출에만 몰두하고 남중국해 문제 등 인·태 지역의 주요 전략·안보 이슈들을 외면해 우리 대외 역량을 스스로 축소시킨 측면이 있어요. 이제는 한미동맹만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과거와는 달라요.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 기술안보, 기후변화 등 3중, 4중의 파고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인·태 지역의 지정학적 도전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합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제시한 윤석열정부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국익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 하는 대외정책을 펴나가길 바랍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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