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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력 갯배 타고 시간을 건너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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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아바이마을
주소 | 강원 속초시 청호로 122
문의 | 속초시 관광안내소 (033)639-2690

드라마 ‘가을동화’, 예능 ‘1박 2일’ 촬영지.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 하면 이 두 개의 TV 프로그램부터 연상된다. 여름휴가 명소이자 인기 여행지인 속초에서도 소박한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아바이마을은 인기 프로그램 촬영지이기에 앞서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마을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지로 속초를 찾는 여행객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인 ‘로컬100’ 중 ‘문화마을·거리·상권’에 이름을 올린 아바이마을로 떠났다.



실향민들의 정착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달려갔던 속초에서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을이 있다. 해변 도시 한쪽에 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치 섬을 이룬 듯한 마을, 아바이마을이다.
‘아바이’란 함경도 사투리로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한다. 아바이마을은 6·25전쟁으로 피란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접경지역 일대가 대개 그렇듯 속초 청호동의 아바이마을 역시 6·25전쟁 당시 육로로 혹은 수송선이나 범선 등을 타고 피난 온 함경도 주민들의 임시 거처였다. 전쟁 통에 단 며칠 뒤면 다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이들이 청호해변 모래톱에 대충 자리 잡아 지냈던 게 아바이마을의 시작이다. 집을 짓기도, 식수 확보도 어려웠던 척박한 땅에서 아바이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판잣집을 짓고, 고기를 잡고, 오징어 배를 가르며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7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바이마을은 황해도 실향민촌인 ‘강화도 교동마을’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속초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다리 밑 갤러리’에 아바이마을의 역사가
아바이마을은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를 통해 차로 쉽게 오갈 수 있지만 이곳의 명물 갯배(편도 500원)를 타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중앙동과 청호동 아바이마을 사이 50m 남짓한 속초항 수로를 오가는 갯배는 6·25전쟁 이후 아바이마을에 사는 실향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애용돼왔다. 갯배는 수로에 쇠줄을 설치해놓고 갈고리로 이를 끌어당겨 움직이는 방식의 무동력선이다. 승선원이 쇠줄을 주로 끌어당기지만 이따금 승선한 여행객들이 직접 끌어당길 수 있게 체험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갯배를 타고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의 강을 건넌 듯 빛바랜 풍경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임을 알리는 조형물부터 아바이순대를 내세운 식당 간판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지만 교각 아래 전시된 흑백사진을 지나칠 수 없다. 일명 ‘다리 밑 갤러리’다. 길가에 이불도 없이 천을 뒤집어쓴 피난민들의 모습부터 지금의 ‘척산온천’ 부근 빨래터에 모인 순박한 아낙네들의 표정, 미군부대가 들어서 있던 아바이마을의 풍경 등은 보는 이들을 70년 전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전시된 사진들은 대부분 6·25전쟁 전후 미군들이 찍은 것으로 아바이마을의 옛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단천, 신포, 북청… 고향 이름 딴 식당들
갯배에서 내려 마을 초입에 닿으면 해변보다 먼저 단천식당, 명천식당, 신포식당, 북청전통아바이순대 등 식당 간판이 관광객을 맞는다. 조정례 속초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식당 이름은 이곳 실향민들의 고향 지명을 딴 곳들이 많다”며 “휴전 후 흩어져 있던 함경도 실향민들끼리 하나둘 모여 살면서 신포마을, 단천마을, 홍원마을, 앵고치마을, 짜고치마을, 신창마을, 이원마을 등 함경도의 축소판과 같은 집단촌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래톱 위에 따개비처럼 촘촘하게 서로 붙어 있던 판잣집은 화재와 노후화로 많이 사라졌지만 식당 사잇길 좁다란 골목에 들어서면 마을 형성 당시 실향민 정착촌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목재·슬레이트 등 여러 겹의 지붕을 덧댄 형태의 집부터 일본식 적산가옥까지 세월을 그대로 입은 골목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곳이었지만 고향 주민이라면 방 한구석을 내어줬다”던 실향민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릿해진다.



실향민들의 그리움 담은 ‘고향의 맛’
2023년 시 승격 60주년이었던 속초의 현재 인구는 8만 1400여 명. 조 해설사에 따르면 그중 상당수가 실향민이거나 실향민들의 후손이라고 했다. 지금의 아바이마을을 채우는 이들 역시 실향민과 실향민 2·3세대들이 많다. 예능 ‘1박 2일’에 소개되며 전국구 맛집이 된 단천식당과 명천식당, 아마이젓갈 등이 대표적이다. 아바이마을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실향민들이 재현한 이북음식, 그중에서도 함경도 별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바이마을의 대표 음식은 돼지 대창에 선지·찹쌀·배추 등을 넣어 만든 ‘아바이순대’다. 함경도식 아바이순대는 원래 명태에 선지·찹쌀·무청 등을 넣어 만들었다. 돼지 창자마저 귀하고 명태가 흔히 잡히던 시절의 얘기다. 명태 어획량이 줄고 돼지 창자로 만든 순대가 대중화되면서 아바이순대도 돼지 창자, 그중 대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주로 새우젓에 찍어 먹거나 가자미식해, 명태식해를 곁들여낸다. 오징어순대는 돼지 대창 대신 오징어에 속을 채워 만든다. 아바이마을 식당 골목을 지나다보면 “이 동네 순대는 다 똑같으니 여기로 와요!”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명태회냉면’도 인기 메뉴다. 알려져 있듯 함흥냉면의 속초 버전이다. 매콤한 함경도식 비빔냉면에 명태회무침을 얹어낸다. 여기에 사골국물에 소고기와 콩나물·고사리 등을 넣고 푹 끓여낸 ‘가리국밥’까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아 재현하거나 속초식으로 탄생시킨 음식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벽화거리, 문화전시공간도 가볼 만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도 볼거리다. 신수로 남쪽 마을의 골목길, 청호초 부근에 가볼 만하다. 빨랫감을 머리에 인 단발머리 소녀, 물동이를 든 아낙네 그림이 유독 발걸음을 잡는다. 2016년 신수로 남쪽에 문을 연 문화전시공간 ‘아트플랫폼 갯배’에선 아바이마을의 옛 사진들을 비롯해 지역 작가들의 전시, 행사가 이어진다. 시야가 탁 트인 전망 좋은 2층에선 통유리창 너머 아바이마을, 바다와 이어진 수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박 2일에 나온 집’, ‘백종원이 극찬한 맛집’ 등 소문난 식당들을 뒤로하고 아바이마을과 함께해온 청호해변으로 걸어간다. 술에 취한 듯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바이 동상’ 앞을 여행객들이 무심히 지나친다. 동상 아래엔 휴전협정서를 표현한 조형물이, 무심코 밟고 있던 바닥은 우리나라 지도 모양이다. 조 해설사는 “아바이마을이 이북음식 맛보고 갯배 체험을 하는 관광지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마을이 전하는 역사적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바이마을엔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 ‘탕후루’ 판매점까지 들어서 있다. ‘예전 같지 않다’, ‘변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찾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을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만큼 변화가 더딘 곳도 없다.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주변을 에워싸고 지척에 국제크루즈터미널이 들어서는 동안 아바이마을은 여전히 키 작은 집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있다. 여기서 함께 버텨보자는 듯.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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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로컬100



양양 서피비치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양양군 하조대해수욕장 부근의 ‘서피비치’는 로컬100 ‘지역 문화유산’에 선정됐다. 1㎞의 서핑 전용 해변으로 서울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워 서핑 동호인들 사이에서 ‘서핑 성지’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강사진과 서핑 장비를 갖추고 서프 스쿨을 운영(www.surfyy.com)한다.
이국적 풍광의 해변은 국내 여행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이동통신 3사 기지국 데이터 기준 2023년에만 약 200만 명이 방문했다. 2023년 여름부터 해변 짐(gym) 시설인 ‘HDEX(에이치덱스) 스트롱비치’가 더해져 더욱 인기를 모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0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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