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느끼면 ‘권투 자세’ 넘어지면 ‘태아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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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속 안전사고 대처 요령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는 가로 3.2m, 세로 40m의 128㎡(약 38평)밖에 되지 않는 좁고 경사진 공간에 1000여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한 사고다. 사망자 대부분은 질식으로 말미암은 압사에 의해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진 등 재해·재난 시 대처법처럼 압사 등의 흔치 않은 사고에 대해서도 평소 대처 요령을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압박 느끼면 바로 자리 떠나야”
독일 집단행동학자 메흐디 무사이드 박사는 “군중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을 땐 이미 늦었을 수 있다”면서 “움직일 여지가 있다면 자리를 바로 뜨라”고 조언한다. 무사이드 박사가 말하는 위험 수준의 밀도는 1㎡당 6명 이상이 모였을 때로 양어깨와 신체 여러 곳이 주변 사람들과 닿았다고 느낄 정도다.
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팔짱’과 ‘권투 자세’다. 질식을 막기 위해서는 팔짱을 낀 채 두 팔을 살짝 들거나 권투선수처럼 팔을 가슴 앞에 세워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흉부가 압박을 당할 경우 폐가 숨 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자세도 어렵다면 푹신한 물건을 가슴 앞에 대어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다리는 양옆으로 벌려 지지해야 한다.
인파에 치여 넘어졌다면 ‘태아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감싼 채로 다리를 몸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기는 이 동작은 장기와 폐를 보호하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더불어 바닥에는 가방 등의 짐을 놓지 않아야 한다. 걸려 넘어지면서 옆 사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인파가 몰린 곳에선 모든 행동이 주변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무사이드 박사는 “뒤에서 민다고 힘을 줘서 반대 방향으로 저항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여러 방향에서 미는 힘이 작용하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이때는 흐름에 따르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다.
그는 “행동은 전염성이 강하다”면서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상황을 덜 나빠지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태원 사고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부족한 구조인력을 대신해 팔을 걷어붙였다.
누구라도 ‘심폐소생술’ 즉시 실시해야
의식을 잃거나 호흡이 멎으면 4~5분 안에 뇌 손상이 시작된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 인력이 인파 속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따르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누구라도 위급 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을 알아두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심폐소생술이 적절히 시행되면 소생률은 세 배 이상 증가한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이는 누구나 간단한 동영상 시청만으로도 할 수 있다”면서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한 뒤 두 손을 포개어 손꿈치로 평평하게 누른다는 생각으로 양 손을 바꿔 실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안내한 자세한 심폐소생술 요령은 ①환자의 반응 확인 ②119 신고 ③호흡 확인 ④가슴압박 30회 시행 ⑤기도 개방 ⑥인공호흡 2회 시행 ⑦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의 반복 ⑧회복 자세 순서다.
④가슴압박은 가슴뼈(흉골) 아래 끝에서부터 위로 절반에 해당하는 지점을 눌러야 한다. 이때 두 손은 깍지를 껴서 손가락이 가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압박할 때 양팔은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쭉 펴서 체중을 실어야 한다. ⑤기도 개방은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린 뒤 인공호흡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⑥인공호흡은 환자의 코를 막고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초 동안 숨을 불어넣되 정확히 시행하기 어렵다면 전문 구조대가 올 때까지 쉬지 않고 가슴을 계속 압박하는 게 낫다. ⑧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돌려 눕힌다.
외상 없어도 ‘복강 내 출혈’ 검진해봐야
자동심장충격기(AED)는 정상적인 호흡이 없는 심정지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심폐소생술 시행 전 주변사람을 지목해 119 신고와 함께 자동심장충격기를 찾아줄 것을 미리 요청하는 게 좋다. 자동심장충격기는 두 개의 패드를 부착한 뒤 기기의 지시에 따라 시행한다. 감전의 위험이 있으므로 환자의 몸은 절대 만지지 않는다.
한편 사고 직후에는 눈에 띄는 외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복강에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복강 내 출혈)’이나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부가 팽창하고 체온이 내려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혈복강을 의심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증상, 근육 약화, 경련, 부종에서부터 심각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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