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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위로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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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많은 것들 중에 위로와 위안, 그것을 통한 치유는 음악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고대인들은 질병의 원인이 신이 노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음악적 도구를 이용하여 신과 교감을 통해 치유 받고자 하였다. 이미 음악치유의 역사가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여러 음악가와 학자들은 이런 음악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듬었고 이를 통해 ‘음악 치료학(Music Therapy)’이라는 학문으로 발전시켜 나아갔다.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음악은 감정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우리 정서를 고무시켜준다.

모차르트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 된다고 말하였다. 우리의 모든 감정과 느낌을 모두 말과 글로써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하나의 멜로디가 여러 말보다 많은 공감각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기쁘거나 또는 힘들고 슬픈 마음을 고양시켜주거나 어루만져주는 것이 그들의 사회적 책무이며 역할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몇 가지 음악을 함께 듣고 나누어 보고자 한다.

◆ 바흐 : Air

바흐의 는 그의 관현악 모음곡(Orchestral Suite) 3번의 2악장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의 멜로디이다. 이 음악은 전체 4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멘델스존에 의해 발굴되기 전까지 약 100여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관현악 모음곡은 모두 프랑스궁정 취향의 서곡(overture)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그 중 작품 3번은 바흐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교회의 칸토르(음악감독)으로 일하던 1729~36년 사이에 작곡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서곡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춤곡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곡의 구성은 서곡 이후 Air, 가보트(Gavotte), 부레(Bourree), 지그(Gigue) 순서인데 그 중 2악장 Air는 영어식 발음이고 이탈리아어로 ‘아리아(Aria)’라고 부른다.

Air의 어원은 ‘선율’ 또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을 뜻하며, 이후 오페라의 아름다운 독창곡에도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관현악 모음곡 3번은 트럼펫과 오보에, 팀파니 그리고 현악합주 파트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 2악장 Air는 오직 현악합주만으로 작곡되었다.

Air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한 19세기 독일의 명 바이올리스트 빌헬미(August Wilhelmj, 1845~1908)는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음인 G선에서만 연주하도록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이에 이 곡은 G선상의 아리아라고 불리고 있다. 편곡도 아름답지만 원곡의 아름다움 역시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 바흐 : 칸타타 <아리오소(Arioso)>

바흐의 칸타타BWV-156의 제목은 이다. 번역하자면 “한쪽 발은 무덤을 딛고 나는 서 있도다”이다.

바흐는 이 작품을 1729년 라이프치히에서 작곡했는데, 그 당시 첫째 부인과 사별 후 두 번째 부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셋을 모두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바흐의 이 칸타타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를 신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과 원망스러웠던 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바흐의 가슴 아픈 모습이 작품을 통해 그려진다.

칸타타 156의 서주는 ‘아리오소(Arioso)’이다. 문자 그대로는 “바람이 잘 통하는”이라는 뜻이지만 통상적 음악에서는 “노래하듯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주 아리오소는 오보에의 솔로 협주로 연주되는데, 학자들은 이 멜로디를 죽음 이후 영원한 삶, 즉 구원을 뜻한다고 말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듯한 아름다운 멜로디의 아리오소는 키보드 또는 합시코드 협주곡 5번의 2악장 라르고(Largo)에 차용되어 바흐음악을 대표하는 멜로디가 되었다.

피아노 솔로 외에 바이올린 기타, 첼로 등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으며, 아름답고 단순한 멜로디의 힘과 원점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되는 음악은 인간 삶의 덧없음을 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 베토벤 : 황제 2악장

많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베토벤만큼 고난을 이겨내며 살아온 인물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2악장>을 들을 때마다 다른 음악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숭고한 미가 느껴진다.

오스트리아 빈의 베토벤 동상. (사진=저작권자(c) EPA/CHRISTIAN BRUN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마도 음악 밑바탕에 흐르는 강한 휴머니즘은 베토벤이 아니라면 범접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황제>는 사실 협주곡5번으로 작곡되었고 베토벤 자신이 <황제>라는 제목을 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협주곡의 음악사적 위치는 피아노 협주곡에서 ‘황제’라 부를 만 할 정도로 위대하다 할 수 있다.

베토벤이 황제를 작곡할 당시 그는 포탄이 떨어지는 비엔나 한가운데 있었다. 비엔나 시민들의 저항은 나폴레옹 군대 앞에서 무기력하게 나가 떨어졌으며 결국 나폴레옹 군대는 쉰부른궁에 입성하였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런 와중에 탄생한 베토벤의 황제는 패배가 아닌 승리를 말하고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개인과 국가의 승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승리를 표현한다. 황제의 2악장은 승리를 노래하기 전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리그 페르귄트 : 오제의 죽음(The Death of Ase)

페르귄트(Peer Gynt)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작품으로 지방의 민담을 기초로 하여 극화된 작품이다.

전체 5막극이며 자신과 친한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에게 극을 위한 부수음악으로 작곡을 부탁하며 페르귄트 모음곡(Peer Gynt Suite)이 탄생되었다.

극의 내용은 모험심이 강한 철없는 인물인 페르귄트가 솔베이지와 결혼하는데, 모험심을 누르지 못한 그는 배를 타고 여러 곳을 돌며 부도 쌓았지만 결국 빈털터리가 되며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모음곡1번의 2악장 ‘오제의 죽음(The Death of Ase)’은 그런 망나니 페르귄트가 마음고생을 한 어머니의 죽음 앞에 한없이 슬퍼하며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비장함과 애통함 그리고 서정성은 지난날들을 되돌아 보게 하며 우리를 경건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슈트라우스 :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연주자에게 쉽지 않은 곡이다. 곡의 구성과 음악적 프레이징의 처리는 고도의 숙련된 사고와 기술을 요구한다.

그는 이 곡을 겨우 23세때인 1887년에 작곡했으며 당시 슈트라우스는 소프라노이자 여자친구였던(이후 부인이 되지만)파울리네에게 푹 빠져있었다.

곡의 아름답고 명상적인 분위기는 2악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적이며 조용히 읊조리는듯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멜로디는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지막이 대화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바이올린 콘체르토로도 유명한 막스 브루흐에게 작곡을 사사 받았던 슈트라우스는 바이올린도 곧잘 다루었는데 스승의 음악적 감성과 색채들도 작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의 많은 아름다운 곡이 있지만 슈트라우스 소나타의 2악장처럼 많은 추억과 정서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함께 담고 있는 작품은 드물다.

친구와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작품 또한 친구와 와인처럼 연주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인생의 희로애락과 깊이가 함께 익어가는 곡이라 말할 수 있겠다.

◆ 오즈의 마법사 :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주디 갈란드(Judy Garland)를 일약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한 이 곡은 단순한 영화 주제곡을 넘어서 재즈와 팝, 클래식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사랑 받는 고전이 되었다.

해롤드 알렌(Harold Arlen)이 작곡한 이 곡은 그가 LA 선셋대로에서 운전 중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영화사 관계자들은 곡이 영화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고 하여 하마터면 없어질뻔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특히 이 노래의 가사는 아름답다. 노래의 주인공 주디 갈란드의 삶은 약물과 알코올중독, 그리고 어두웠던 어린시절등 아름답지 못한 삶이었지만 그녀의 노래만큼은 가사 속 무지개 너머 파랑새처럼 우리영혼을 울려주고 있다. 

“저 무지개 너머 멀리 어딘가에, 자장가에서 한번 들어본 땅 하나가 있죠. 저 무지개 너머의 하늘은 파래요. 그리고 당신이 감히 꿈꾸던 꿈도 정말로 이루어지죠. 언젠가 난 별에 소원을 빌어서 구름이 저 뒤에 있는 곳에서 깨어날 거에요”

☞ 추천음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Air는 톤 쿠프만(Ton Koopman)과 암스텔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헬무트 릴링(Helmuth Rilling)의 연주를 추천한다.

바흐의 칸타타BWV 156 Arioso는 네덜란드 바흐 협회(Netherlands Bach Society)의 연주를, 키보드 협주곡5번은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와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베토벤의 <황제>는 개인적으로 에밀 길렐스(Emil Gilels)와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의 연주를 선호하는데, 두 연주자 모두 조지 셸(George Szell)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레코딩이 아름답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은 카라얀의 연주를,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은 하이페츠(J.Heifetz)의 연주가 압도적이며, 현대적 레코딩으로는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와 오귀스탱 뒤메이 (Augustin Dumay)의 연주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끝으로 오버 더 레인보우의 연주는 최근 신보를 발표한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con)의 연주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가 몽셍미셸을 배경으로 워너클래식과 함께한 뮤직비디오 또한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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