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으로, 국거리로, 겉절이로 ‘국민 채소’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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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주식당 추어탕
▶외남반점 우거지 짬뽕
/배/추/
배추는 김치뿐 아니라 쌈으로도 먹고 국거리로 겉절이로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장바구니의 필수 품목이다.
또 ‘금추’다. 김장철이 코앞인데 배춧값이 껑충 뛴 까닭이다. 올여름 잦은 폭우로 고랭지 배추 농사를 망쳤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보다도 비싸다. 가을배추가 출하되면 배추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추는 그냥 채소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국민 채소’가 배추다. 밥상에서 친숙하니 TV엔 배추 머리(코미디언 김병조)나 배추도사(만화 ‘옛날 옛적에’) 같은 캐릭터도 등장했다.
배추는 원래 민간에서 약초로 분류됐다. 비타민C와 비타민A, 칼슘, 칼륨, 식이섬유가 많다. 찔린 상처, 화상 부위나 옻독이 올랐을 때 데친 배추를 붙였다. 에도 “배추씨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만병통치 약재다.
무엇보다 맛이 좋다. 아미노산(시스틴) 성분이 들어 있어 맛을 내는 데 유용하다. 배추는 ‘백채(白菜)’에서 온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배추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종자다. 토종 배추는 길쭉하고 배춧속이 반 정도만 뭉쳐지는 반결구배추였다. 결구(結球)배추란 잎사귀가 고갱이를 중심으로 공처럼 둥글게 뭉쳐지는 배추를 말한다. 결구배추는 잎이 단단하고 달아 김치 담그기에 좋은 배추다.
해방 이후 1947년 설립된 ‘우장춘 박사 귀국추진위원회’는 당시 일본 종묘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던 세계적 농학자 우장춘 박사를 맞이해 농산물 종자 개량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정부는 1949년 한국농업과학연구소를 만들고 이듬해 귀국한 우 박사를 모셨다. 그는 이곳에서 국민 식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벼와 감자, 배추, 무 등의 품종을 연구했다. 우 박사는 배추의 일대 잡종 품종을 육성해 원예 1, 2호 등 새로운 결구배추 품종을 탄생시켰다. 세계인이 김치로 접하고 있는 ‘한국 배추’의 탄생이다.
배추는 다른 요리에도 많이 쓴다. 국이나 전골에 넣어 맛을 더하거나 배춧잎에 메밀이나 밀가루 반죽을 입혀 배추전을 부치면 시원한 맛이 좋다. 특히 속대는 과메기나 보쌈 등에 곁들여 먹으면 아삭한 맛을 더한다.
배추의 겉잎 부분은 질기고 매운맛이 강해 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말린 것이 우거지다. 우거지는 특유의 식감과 구수한 맛이 좋고 영양가도 우수해 이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씹는 맛이 탁월해 감자탕이나 조림 요리에 쓰면 생배춧잎보다 낫다. 우거지는 배추뿐 아니라 푸성귀를 다듬을 때 골라놓은 겉대를 말한다. 어원도 ‘웃걷이’에서 나왔다. 따라서 걷어낸 것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다. 저렴하고 쓸모 있는 자투리다.
대중적으로 먹는 배추와 무의 허드레 부분이라 흔하고 값싸게 취급했다. 하지만 우거지와 시래기는 섬유소가 많고 무엇보다 맛이 좋아 조리 시 여러 용도로 쓴다.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고 생선을 조릴 때 많이 쓰는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섬유소가 부족한 뼈다귀해장국이나 매운탕, 선짓국 등에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김장철이 오기 전에 어서 배추값이 안정돼야 집집마다 근심거리를 덜 텐데 큰일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전국의 배추 맛집
★제주 부두식당
갈치와 배춧속을 넣고 맑게 끓였다. 소금 간만 하고 끓여내니 감칠맛은 갈치가, 시원한 뒷맛은 배추가 각각 책임지는데 담백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훌륭하다. 갈치의 연한 살을 수저로 살살 긁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 게 요령. 맑은 국이라 밥을 말아도 쉽사리 탁해지지 않는다.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 다진 양념을 넣으면 된다. 옥돔국도 맛이 좋다.
★대구 상주식당
배추에 진심인 추어탕 노포다. 1957년에 문을 열었다. 대문 입구부터 배추를 전시했다. 노지(露地) 배추가 나지 않는 겨울엔 아예 가게 문을 걸어 잠근다. 추어탕인데 배추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맑기도 하다. 삶아서 갈아 넣은 살점이 보드라운 배추에 섞여 있다. 뻑뻑하지 않고 시원한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12월부터 3월까지 문을 닫으니 서둘러야 한다.
★외남반점
‘우거지짬뽕’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곳이다. 보기에는 여느 붉은 짬뽕 국물인데, 떠먹어보면 시원하고도 구수하다. 짬뽕에 우거지만 넣었다고 이런 맛이 나진 않는다. 매끄러운 면발도 인기에 한몫한다. 외딴 시골에 위치했지만 어찌 알고들 찾아온다. 청정한 식당 옥상에서 우거지를 일일이 널어 말려 쓴다. 그래서 하루 50인분을 다 팔면 영업이 끝난다.
★합정옥
속대국. 이름처럼 배추속대를 쓴 고깃국이다. 양지와 내포를 고아내는 이름난 곰탕집인데 살짝 간을 더하고 부드러운 배추속대를 넣어 끓여낸 메뉴 속대국을 판다. 색만 붉어졌지 여전히 심심한 국물. 속대의 달달한 맛이 녹아들어 속이 편안하다. 고소한 양지 육수가 배추속대의 뽀얀 국물과 어우러져 시원한 맛으로 마무리된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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