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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는가, 오래 씹을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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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식사할 때 유튜브 보시는지? 네, 저는 유튜브 안 보면 밥 못 먹습니다. 이 문장을 적는데 갑자기 조카가 생각난다. 밥을 안 먹으면 같은 걸 틀어주곤 했는데…. 아무튼 요즘은 밥을 먹을 때마다 ()을 시청하고 있다. 는 ‘소식좌’ 배우 박소현 씨와 가수 산다라박 씨가 연예계 ‘먹교수’를 초빙해 한 입이라도 더 맛있게 더 많이 먹는 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나는 두어 달 전 탕수육을 우물거리다가 이 영상을 발견했다. 나는 여름마다 입맛이 없어 살이 쪽쪽 빠졌으나 올해는 무슨 이유인지 모든 음식을 쭉쭉 흡수하고 있었다. 몸이 불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나 속이 온종일 더부룩한 것은 문제였다.
1화에서 두 소식좌는 이혜정 요리연구가와 홍윤화 개그우먼을 초대해 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박소현 씨는 안심을 한 조각 입에 넣더니 다음 메뉴가 나올 때까지 계속 그 한 조각을 씹었다. 안심을 삼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분 53초. 그러고는 다음에 나온 채끝 등심과 새우 살을 같은 템포로 한 점씩 오물거리더니 배가 부르다며 식사를 마쳤다. 추가로 나온 깍두기볶음밥에는 숟가락도 대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양 볼 가득 넣은 탕수육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모든 고기는 볶음밥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인데 깍뚜기볶음밥을 안 먹을 수 있나? 아니, 그보다 오래 씹으면 저렇게 초저열량으로 먹어도 활기차게 살 수 있나? 그래서 나도 시작했다. 오래 씹기!
하지만 오래 씹기는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평생 밥류는 10분, 면류는 5분 내로 끝내온 터라 잠시라도 방심하면 음식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버렸고 그때마다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대학생 시절 나는 선배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오래 씹기 클럽’을 만들어 활동했다. 씹는 동안 숟가락 내려놓기, 한 입당 30회 씹기 등 나름의 규칙이 있었지만 우리는 매번 이 한 입을 30회나 씹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하며 밥을 먹었다. 결국 우리의 클럽은 식사를 최대한 빨리 마치고 디저트를 찾는 모임으로 변질됐다.
의 영상을 보는 초반 몇 주는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절반 정도 부스러뜨린 음식 덩어리를 삼키며 번번이 패배감을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식좌는 새 영상마다 오래 씹기 기록을 갱신했다. 전복 한 점 10분 32초, 목살 한 점 8분 37초, 달걀 반 개 8분 1초…. 그런데 이렇게 레전드 영상을 거듭 시청하는 동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 오래 씹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 날 음식을 오래 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쌀의 달콤함, 귀리의 고슬고슬함, 시금치의 고소함 등이 비로소 입 안에 오래 머물렀다.
과거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스포츠계에서 한 명이 신기록을 깨면 이후에 그 기록을 깨는 선수들이 연달아 나타난다고 한다. 불가능한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쳐둔 허들을 없애고 비로소 더 높이 도약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성공을 목격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덕에 가뿐해진 몸으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 건강한 소식에 도전하고 싶은 분은 를 보소서. 내 비결을 살짝 이야기하자면 입 안의 음식물을 빠짐없이 부스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더 오래 씹을 수 있다. 물론 입맛 도는 가을에는 비법이고 뭐고 소용없겠지만 말이다.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겸 작가_ 12년 차 에디터. 를 썼다. 2022년에는 ‘성장’과 ‘실행’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볼 예정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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