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즘 기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올림픽 레거시 재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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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영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
올림픽의 위기
한때 많은 국가에게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최고의 업적이었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메가 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한 도시 및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선수들의 경쟁만큼이나 치열했다. 2004년 11개 이상의 도시들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008년에는 10개, 2012년에는 9개 도시들이 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경쟁 당시 유럽과 북미의 도시들은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신청과정에서 유치를 철회했으며, 마찬가지로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스턴, 부다페스트, 함부르크, 로마 등 수많은 도시가 지원을 철회했다.
올림픽 개최가 지지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경제적 성과에 대한 허구성과 국가 홍보나 이미지 구축의 불필요성 때문이다. 먼저, 스포츠이벤트 및 경기장에 대한 공공보조금은 일상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혜택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 한 예로, 올림픽 개최의 재정적 위험을 상징하는 1976 몬트리올하계올림픽은 건설 지연과 새 경기장의 건립 비용 초과 등으로 인해 약 15억 달러의 부채를 남겼으며, 몬트리올은 부채를 약 30년 동안 갚아야 했다. 이후 사람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올림픽이 아닌 사회, 건강, 경제, 문화 등과 같은 다른 분야에 투자한다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과거 국가들은 자국의 홍보를 위해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진입한 일본의 도쿄(1964년)나 서독의 뮌헨(1972년),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서울(1988년)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대중은 홍보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올림픽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더 이상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올림픽은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개최되는 경기를 적극적으로 즐기기를 바라지, 내가 사는 지역에 개최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민족주의로 인한 국가 간 경쟁 심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 정치적 간섭과 갈등, 과도한 상업화 등의 이유로 현대 사회에서 올림픽 효과의 허구성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 변화(olympic movement)
올림픽 유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IOC)는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올림픽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취해왔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에 쓰이는 공공자금이 시민들과 개최도시를 위한 투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올림피즘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했다. 올림피즘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해 인간 존엄성을 보존하고 관련된 평화로운 사회를 촉진하여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대회 수익 중 90%를 전 세계 모든 계층의 선수와 스포츠단체를 돕기 위해 배분하여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올림픽대회로 만들어진 브랜드 자산과 재정 자원을 올림픽 운동의 비전을 실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규 스포츠활동,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기회, 스포츠를 통한 교육과 문화, 평화 증진, 환경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책임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운동은 구체적으로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평화, 정의, 효과적인 제도, 지구촌 협력 등과 연관되어 있다. 2016년도에는 10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를 추가하여 현재 17개의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하였다.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올림픽 운동의 지속가능전략은 올림픽대회를 통해 남겨진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유·무형의 레거시와 상호작용하여 긍정적 레거시를 창출해낼 수 있다. 긍정적 레거시는 개최국의 국민에게 올림픽 개최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영구적 혹은 임시로 건설될 관련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적 자원 투입을 정당화하며, 향후 다른 도시들의 올림픽 유치 신청을 독려한다(Gratton & Preuss, 2018).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헌장」 제2조제14항에 “올림픽 대회가 개최도시와 개최국에 긍정적 레거시를 남기도록 장려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올림픽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이벤트로서 개최도시의 인프라, 이미지 등 지역사회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자크 로게(Jacques Rogge) 전 위원장도 “지속가능한 레거시 창출은 올림픽 운동의 근본적인 과제이며, 각 개최도시는 (올림픽 개최를 통해) 커뮤니티, 지역, 국가에 영구적 변화를 가져다줄 독특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레거시를 창출하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레거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00년 <올림픽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 평가(Olympic Games Global Impact/OGGI)> 프로젝트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올림픽 개최효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올림픽 폐막 1년 뒤 를 발간해 올림픽 개최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올림픽의 레거시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정의한 올림픽 레거시의 범주인 조직적 스포츠 개발,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 인적 기술/네트워크 및 혁신, 문화와 창조적인 발전, 도시 개발, 환경 개선, 경제적 가치와 브랜드 자산 등 7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구체적으로, 역대 올림픽에서 창출한 지속가능한 올림픽 레거시와 그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조직적 스포츠 개발
올림픽 개최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스포츠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스포츠 참여 증대, 스포츠 발전, 스포츠를 통한 가치 증진, 스포츠 사회정책 지원 등의 지속적인 스포츠 레거시를 남긴다. 이것은 정부 기관, 스포츠 서비스 제공자, 스포츠시설 운영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달성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선수 지원 강화, 경기 스포츠 및 생활체육 개발, 비인기 종목의 관심 증대 및 스포츠 팬 확보, 스포츠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 지도자 및 기타 전문가의 기술 향상, 대회를 위한 경기장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2012 런던하계올림픽은 스포츠와 사람을 연결하여 스포츠시설, 코칭 및 경기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청소년 스포츠 확대를 위해 학교에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여 모든 초등학생이 경쟁 스포츠에 참여하도록 하였으며, 경기 이후 5년간 10억 파운드를 투자하여 6,000개의 새로운 스포츠클럽을 창설하였다.
2)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
올림픽경기는 우정, 존중, 탁월함을 바탕으로 차별 없는 스포츠를 실천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레거시를 생산한다. 예를 들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선수단의 참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통해 남과 북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더불어 장애인의 차별 없는 스포츠활동을 독려하기 위하여 반다비체육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한 통합사회에 공헌하였다.
3) 인적기술, 네트워크 및 혁신
올림픽 개최는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기술, 법률, 건축, 예술 등)의 새로운 인재 발굴, 과학기술 향상, 새로운 네트워크(자원봉사자, 외교 관계, 직원) 형성 등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진다. 예컨대, 2016 리우하계올림픽 예산의 약 20%가 기술 인프라에 사용되어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강화됨에 따라 브라질의 학교, 병원 및 기타시설에서의 인터넷 사용이 향상되었다. 2004 아테네하계올림픽에서 사용된 파나테나이치 경기장은 1896년 첫 근대올림픽이 개최되었던 경기장을 새로 단장하여 역사적인 레거시를 강화했으며,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무선조명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2022년 를 수상했다.
4) 문화와 창조적인 발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스포츠와 문화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문화 교류를 장려하며, 문화의 다양성과 창조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이러한 작업은 올림피즘의 무형문화레거시 확산, 국가 문화의 가시성 향상, 새로운 디자인, 브랜드 및 시각적 정체성 제고, 건축물이나 문화기관과 같은 새로운 문화레거시 구축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평창은 평창기념재단, 평창문화도시재단,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념관 등과 같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재단 및 기관들을 설립하여 올림픽 레거시와 가치를 보존하고, 올림피즘과 평화 그리고 화합이라는 ‘평창올림픽의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5) 도시 개발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가 대회 유치와 방문객 유입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교통, 숙박 등 도시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개발함으로써 올림픽은 도시 재생을 위한 촉매제이자 기회가 된다. 2016 리우하계올림픽 이후 고품질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브라질 인구의 비율은 2009년 18%에서 2016년 63%로 증가하였으며,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여 사람들의 이동 시간을 크게 감소시켰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파리는 약 95%의 기존 올림픽경기장을 사용하고, 새롭게 건설되는 올림픽 선수촌의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6) 환경 개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속가능한 환경적 레거시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현하고 있으며, 적절한 계획 및 관리를 통해 올림픽경기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0 시드니하계올림픽은 약 484,000평의 퇴화한 토지를 복원하였으며, 런던은 2012 런던하계올림픽을 통해 생물 다양성 계획을 실현하여 오늘날 공원에는 13,000그루의 나무, 60종의 새, 250종의 곤충이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올림픽은 개최국가가 친환경적 대중교통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촉진시킨다. 중국은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을 위해 대기 질 개선에만 22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4,000개 이상의 공공버스를 천연가스로 전환했다.
7) 경제적 가치와 브랜드 자산
올림픽은 개최지와 개최국에 대한 글로벌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관광 및 이벤트 산업을 개발시키며 새로운 비즈니스 및 경제 부문을 개발하는 등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탈리아의 토리노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을 통해 산업 이미지를 없애고 풍부한 역사, 문화 및 하이테크 산업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관광 및 비즈니스 목적지로 홍보하였으며, 캐나다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불과 10개월 만에 에서 국가브랜드 세계 1위로 선정되었다.
맺는말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추구하는 올림피즘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해 국가, 지역사회, 그리고 구성원들 간에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그동안 스포츠의 외적인 요인들에 의해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으며, 이러한 비판 때문에 여러 도시와 국가들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정당성은 위협을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피즘 기반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하여 올림픽 레거시가 추상적인 것이 아닌 대중들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순간적이고 가시적인 이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여건과 자연 및 자원 보전을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실천함으로써 올림픽에 투입된 자원이 올림픽 개최비용이 아닌 지역, 국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지구적 발전을 위한 투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올림픽 가치를 보다 잘 이해하고, 올림픽을 통해서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올림픽 운동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를 포함한 우리 체육인들이 올림픽 가치와 올림픽 레거시를 연계해 세계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올림픽 레거시 비전을 마련하고, 이러한 비전이 올림픽 이후에도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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